[한국문화고향] 달콤 짭짜름한 미네랄 덩어리…‘음식맛’ 지배하다 한국 문화의 고향 전라도 제3부 왜 미향인가 <29>천일염 남도 맛의 근원…‘효능 탁월’ 명성 타고 인기몰이 천혜의 햇빛· 바람·기온 결정체 “항암효과 확인” /특별취재반

2011년 11월 08일(화) 00:00

전남의 천일염은 오염되지 않은 갯벌에다 청정한 바람과 햇볕 등 천혜의 자연조건에 힘 입어 명품으로 탄생한다. 신안과 영광 등 전남 서해안의 염전은 여전히 활기를 띠고 있다.

“세상의 모든 식탁 위에서
흰 눈처럼
소금이 떨어져 내릴 때
그것이 바다의 눈물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눈물이 있어
이 세상 모든 것이
맛을 낸다는 것을.”
-류시화, ‘소금’ 中

세상에 꼭 필요한 존재를 꼽을 때 빠지지 않는게 ‘소금’이다. 성경에서도 ‘소금 같은 존재가 되라’고 할 정도로 소금의 역할은 막중하다. 세상을 썩지 않게 하는 소금은 우리의 삶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대상이다. 맛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많이 필요하지는 않으나 꼭 필요하고, 적당하면 감칠맛을 내는 소금은 음식의 맛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맛의 고장 남도를 대표하는 김치에서도 소금과 젓갈이 빚어내는 조화는 필수적이다.


모든 음식의 맛의 기초가 되는 소금 중에서 천일염은 바닷물을 가둬놓고 햇볕과 해풍으로 자연 건조시켜 얻어낸 염분의 결정체다.
그동안 천일염은 정제염에 밀려 ‘굵은 소금’, ‘김장용 소금’으로 사용될 뿐, 일반 가정에서는 선호도가 낮았던 게 사실이다. 천일염이 40년 넘게 ‘광물’로 분류되는 바람에 식품제조업체와 젓갈류 등에 사용하지 못해 왔다.
하지만 짠맛만 나는 정제염과 달리 천일염에는 몸에 좋은 미네랄이 다량 함유된 사실이 확인되고, 2008년 3월 마침내 식품으로 인정받으면서 새로운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청정해역인 전남의 갯벌 천일염은 나트륨 함량이 낮고 천연 미네랄은 풍부해 세계적 명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웰빙 열풍 속에 전통발효식품의 대명사인 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면서 덩달아 천일염의 인기도 치솟고 있다. 더구나 천일염의 우수성이 속속 발표되면서 그 가치도 커지고 있다. 천일염 김치는 정제염 김치보다 항암효과도 더 크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장해춘 조선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최근 신안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천일염이 김치 발효와 품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는데 천일염 사용 김치에 대한 기호도가 전반적으로 높았으며 천일염 중에서도 숙성된 소금을 사용했을 때 기호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5개월 저장된 김치의 유산균수는 천일염을 사용한 경우가 정제염을 사용한 경우보다 많았으며, 종균 점유율 역시 같은 결과를 보였다.

풍부한 미네랄 덩어리인 전남산 천일염은 성분의 우수성으로 소비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해마다 열리는 소금박람회는 따라서 성황을 이룬다.

◇전국 생산량 중 87% 점유
이처럼 갖가지 효능이 검증되면서 천일염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가운데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전남이 전국 천일염 생산량 중 87%(2010년 기준)를 점유할 정도로 국내 최대 소금 산지라는 사실이다.
전남에서는 2010년 한햇동안 19만2천608톤의 천일염을 생산했다. 이는 전국 생산량 22만2천448톤의 87%에 달하는 양이다. 천일염을 생산하는 염전은 3천7㏊로 전국 3천778㏊의 80%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서해안을 끼고 있는 전북과 충남, 경기지역의 몫이다.
그 중에서도 섬으로만 구성된 신안군이 단연 으뜸이다.
신안 천일염은 천연 미네랄이 풍부한 갯벌에서 바닷물을 담수 정화해 햇빛과 바람·기온의 자연조건을 이용, 생산된다.
신안 천일염의 염화나트륨 함량은 80-85%로 세계적 품질을 자랑하는 프랑스 게랑드 소금(89%), 정제염(99%) 보다 훨씬 낮다. 반면, 칼슘과 칼륨·마그네슘 등 천연 미네랄은 훨씬 많이 함유돼 있다. 실제 신안 천일염과 게랑드 염전 천일염, 호주·멕시코 천일염을 비교한 결과 1㎏ 당 칼슘은 각각 1천429㎎, 1천493㎎, 349㎎이었고, 칼륨은 3천67㎎, 1천73㎎, 182㎎, 마그네슘은 9천797㎎, 3천975㎎, 100㎎ 등이었다.
신안 천일염의 풍부한 미네랄은 신진대사 촉진, 적혈구 생성, 체액 균형 유지, 해독, 살균, 세포 생산·회복 등에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 사양산업으로 평가받던 염전도 재조명되고 있다. 2007년 11월 단일염전으로는 국내 최대규모인 신안군 증도의 태평염전, 비금도의 대동염전이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이어 2007년 12월에는 천일염 생산지인 신안군 증도가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로 지정됐다.

소금도 이제 기능성 제품이 속속 개발되는 등 진화하고 있다.

◇소금박람회로 우수성 홍보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결코 뒤지지 않는 명품으로 탄생한 전남 천일염의 명성은 소금박람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전남도는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갯벌천일염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기업간 정보교류를 통한 고품질 기능성 제품 생산방법 전수 등 천일염 사업발전과 주민소득 증대를 목적으로 소금박람회를 열고 있다.
2010년 10월 나흘 일정으로 광주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소금박람회는 9개국 50개 기업이 90개의 부스를 만들고 천일염 및 가공품, 기능성제품, 발효식품 등을 내 놓아 2만8천여명의 입장객을 불러 모았다. 이 행사에서만 1천600만달러의 수출계약을 맺기도 했다.
2011년 소금박람회는 전국 최초로 염전 현장에서 개최됐다. 신안군 증도 우전해변 일대에서 9월 2일부터 4일까지 3일간 개최된 소금박람회는 40개 기업, 6천800여명이 참관한 가운데 제품 전시, 홍보, 체험 등 다채롭게 펼쳐져 천일염이 1조원대 이상의 산업으로 발전될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번 소금박람회는 대도시에서 떨어진 생산현장에서 진행됐는데도, 천일염 생산과정과 염전 체험에 관심을 보인 가족단위 관람객이 몰려와 작은 섬이 들썩였다.
참가 제품 가운데는 유대인들이 인정하는 ‘코셔인증’ 가공 소금과 혈압강하 키토산 소금 등 다양한 제품들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붙잡았으며 CJ제일제당과 청정원에서는 천일염을 사용한 김과 햄 등을 출시해 천일염 사용이 식품제조 업계에 확산되는 등 참관객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또 중국, 홍콩, 터키, 싱가포르 등 4개국 바이어와 210만달러의 수출계약도 이뤄지는 등 갯벌 천일염의 명품화 및 세계 시장 공략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마당이 됐다.

◇특별취재반 ▲이경수 사회부장 ▲오성수 논설위원 ▲김재정 사회부 차장 ▲김기식 사진부 차장 ▲정다운 경제부 기자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