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 낙찰제 확대시행 신중해야 박연오 경제부장

2011년 11월 22일(화) 00:00

정부가 내년 1월1일부터 100억원 이상공사에 대해서도 최저가 낙찰제를 전면 시행키로 함에 따라 지역 건설업체들이 좌불안석이다.
최저가 낙찰제가 확대되면 대형사의 시장 잠식이 심화되고 하도급업체와 지역 중소건설사들의 피해는 명약관하 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중소업체의 수주물량 감소로 인한 지역경제 침체도 불보 듯 하다.
지역 건설업체들은 최저가 낙찰제 확대 시행으로 연간 수주물량이 줄어들고 덤핑 금액의 하도급 업체 전가로 많은 건설 근로자의 일자리도 잃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적자 시공은 물론 부실시공 우려도 커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지역 건설업체들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줄 도산 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특히 전남지역은 상대적으로 지역내 총생산에서 건설업의 비중이 8.6%나 돼 최저가 낙찰제가 확대시행 되면 파급효과가 더 클 것으로 예측된다.
이를 우려해 전남도와 광주시, 지역 건설협회 등도 정부에 ‘최저가 낙찰제 확대시행’ 유보를 일제히 건의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내년부터 100억원 이상으로 확대 적용키로 국가계약법 시행령을 개정했고, 부실시공 등에 대한 보완대책으로 조달청 등에서 시행하는 등급제한입찰제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건설업계는 제도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어 어떤 보완책도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어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지역중소건설업체의 수익성 악화는 물론 하도급과 자재, 장비업 등 연관 산업의 생존권까지 위협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게다가 광주·전남지역은 일감부재가 더욱 심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광주만 보더라도 지난해 건축허가 건수가 전국에서 최저 수준을 기록할 정도로 건설일감 부재가 심각한 실정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토계획법상 개발행위허가 건수는 전국적으로는 총 24만9천663건이며, 이 가운데 광주는 3천319건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는 제주 3천218건보다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개발행위허가 중 건축물허가 건수 역시 광주가 전국에서 가장 적어 건설공사 일감기근 현상을 여실히 드러냈다. 지난해 광주지역 건축물 건축행위 허가 건수는 제주(3천218건)보다도 212건이 적은 3천6건으로 전국 최하위였다.
전남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일반건설사의 공사 수주액이 매년 큰 폭으로 줄면서 전국 대비 수주비율도 떨어지고 있다.
올 전남도내 일반건설업체의 추정 공사 수주액은 5조4천45억원으로 전국 수주액(계약액 기준)의 5.0%를 차지할 것으로 대한건설협회 전남도회는 추산하고 있다.
전남지역 전체 공사 수주액은 지난 2008년 9조3천83억원에 달한 것이 2009년 8조6천815억원, 2010년 5조5천717억원 등으로 매년 급감하고 있다. 이에 따른 전국 총 공사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08년 7.3%이던 것이 2009년 7.2%, 2010년 5.1% 등으로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는 100억원대 공사까지 최저가 낙찰제가 확대 실시될 경우 지역 건설사의 수주 물량이 연간 7천106억원이 감소하고, 건설근로자 일자리는 5천751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2006년 최저가 낙찰제를 500억에서 300억원으로 확대 시행한 후 지역업체의 수주액은 36.6% 감소했으며, 시행 3년간 총 16만6천793개의 건설근로자 일자리가 감소했다.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정부가 내놓은 최저가 낙찰제 확대에 필요한 법 개정안을 다룰 국가계약법 개정안을 심의 중이다. 물론, 최저가 낙찰제는 시장경쟁원리에 부합하고 예산 절감효과가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에 따른 온갖 부작용이 뒤따르는 만큼 최저가 낙찰제 확대는 유보하는 것이 마땅하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