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도깨비마을’을 기대한다 이경수 부국장 겸 사회부장

2011년 12월 06일(화) 00:00

골짝나라 곡성에서 ‘도깨비마을’을 만들고 있다. 아직 첫 삽을 뜨지 않았지만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지고 여러 가지 의견 조율도 마무리됐다.
21세기, 하룻밤 새 세상이 휙휙 바뀌는 초고속첨단시대에 웬 뚱딴지같은 도깨비 타령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기자는 곡성군의 시도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성공을 기원한다.
곡성군이 밝힌 청사진은 오는 2014년까지 총 사업비 90억원을 투자해 오곡면 오지리 섬진강기차마을 나무은행 부지에 ‘섬진강도깨비마을’을 조성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곡성군은 요즘 꽤 인기를 얻고 있는 기차마을 부근 1만8천㎡부지에 한국과 세계 각국의 도깨비 역사·체험 전시관, 마천목도깨비숲, 도깨비조각공원, 도깨비 명당쉼터 등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도깨비에 관한 모든 것을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이 들어서는 것이다.
현재 도깨비마을 조성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은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지난 7월 문화관광체육부에 ‘도깨비마을 조성 사업변경 승인’을 받아 놓았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말까지 건설기술심의 등 도깨비마을 조성사업에 따른 모든 행정절차를 마무리하고 내년 초 도깨비마을 조성을 위한 첫 삽을 뜬다는 방침이다.
곡성군이 뜬금없이 도깨비를 들고 나온 것은 아니다. 섬진강변에 구전으로 내려오는 도깨비설화와 마천목장군도깨비이야기를 근거로 지역의 역사·문화자원을 관광자원화한다는 계획에서 시작한 일이다. 곡성이 갖고 있는 설화를 현실과 접목하는 작업이다.
실제 섬진강에는 도깨비와 관련된 설화와 흔적이 남아있다. 곡성군 오곡면 침곡리 앞 섬진강에는 독살(물고기를 잡기 위해 돌로 쌓은 방죽)이 그대로 있다. 살뿌리로 불리는 이 독살은 효행심 깊은 소년 마천목과 관련이 깊다. 병든 어머니를 봉양하기 위해 어느 날 섬진강으로 고기잡이에 나선 소년은 그곳에서 유독 푸른 빛이 나는 돌을 주워왔다. 그런데 그날 밤 도깨비들이 찾아와 소년이 가져간 돌이 그들의 대장이라며 돌려줄 것을 요청했다. 대신 소년의 어떤 소원도 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효심이 깊은 마천목은 그들에게 어머니를 잘 봉양할 수 있도록 섬진강에 독살을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도깨비들은 밤새도록 돌을 쌓고 살을 만들어 소년이 언제든지 물고기를 잡을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살뿌리 덕에 마천목은 병든 어머니를 정성껏 모실 수 있었다. 소년은 훗날 장군이 돼 조선의 왕권을 확립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처럼 도깨비 설화와 도깨비살의 흔적을 살려 곡성군이 도깨비마을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자치단체가 갖고 있는 향토·문화·관광자원이 지역의 성장동력이 되는 시대다.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지역 발전 여부와 직결된다. 다소 엉뚱하지만 이를 잘 이용해 엄청난 부가가치를 내는 사례는 많다. 꿈과 동심의 상징인 도깨비도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양한 성격과 표정의 도깨비는 캐릭터 상품으로도 잠재력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요즘 아이들로부터 ‘뽀통령’으로 불리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뽀로로’라는 만화가 있다. 단순한 만화 캐릭터지만 ‘뽀로로’는 인형과 장난감은 물론 로고와 상표 등으로 활용되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흥미와 신비감 그리고 즐거운 장난감이 될 수 있는 도깨비 캐릭터의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
설령 돈이 아니더라도 도깨비는 동심을 일깨우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어릴 적부터 간직해 온 동심을 지키는 것도 필요하기에 도깨비 하면, 없어지는 형상이 아닌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을 수 있는 도깨비 나라를 그려본다.
곡성군이 새롭게 들고 나온 ‘섬진강도깨비마을’을 그래서 더욱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