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 아니면 ‘차선’이라도 제대로 뽑자 오성수 논설위원 잘못된 반복 되풀이 되지 않아야 제대로 된 투표권 행사가 바른정치

2012년 04월 03일(화) 00:00

4·11총선이 1주일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어딜 가나 선거 얘기다.

그동안 이 지역 국회의원선거는 사실상 본선보다 정당 후보를 뽑는 예선전의 비중이 컸는데 이번에는 과거와 다른 선거구도가 형성되어 그 어느때보다 흥미진진하다.

민주통합당의 텃밭에서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현역 국회의원들의 생환 여부와 이번에 첫선을 보인 야권연대 후보의 선전, 27년만에 지역구 국회의원을 노리는 새누리당 후보의 당선 등이 주요 관심사다.

현재의 판세로 보면 광주·전남지역구 19곳 중 5-6곳에 한정되고 있으나 여기까지 오는데도 적지 않은 세월이 흘렀다. 서울과 수도권의 상당수 지역구에는 일반적인데 이 지역에서는 매우 이례적이어서 모처럼 만에 선거다운 선거를 치르고 있다.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참으로 다행이다.

국회의원 선거는 지역 및 중앙정치에서 활동하는 지역민의 대표를 뽑는 행위지만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도 짙다. 우리나라는 대통령 단임제를 채택하고 있어 현 정부나 집권당에 대한 평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새누리당에 대한 평가는 실망을 넘어 절망감에 이른다. MB정부의 잇따른 실정과 최근 불거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파동을 보면 엄중한 심판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관행처럼 민주통합당에 대한 무작정 지원도 썩 내키지 않는다.

그동안 이 지역에서 국회의원선거는 정책이나 인물보다는 당의 색깔이 좌우되었다. 그래서 민주통합당과 그 전신인 민주당은 지역에 대해 상당히 소홀한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도 역시 민주통합당은 개혁공천에 실패했다.

늘 호남에서 큰 버팀목이 됐기에 지역에는 유독 오만해진 민주통합당은 오히려 이 같은 맹점을 이용해 지역유권자를 무시하는 낙하산 땜질 공천에다 선거 때마다 되풀이돼 온 계파공천이나 밀실공천 등 사천(私薦)을 남발했다. 이를 비난하는 여론이 비등하고 잘못을 지적해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말로만 “책임을 지겠다. 앞으로는 잘 하겠다”고 해 놓고는 선거가 끝나면 그만이다.

지난주 광주·전남을 찾은 한명숙 대표는 광주에서 개혁공천의 실패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대승적 차원에서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해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선거때만 되면 반복되는 시나리오다. 여기에는 지역 유권자의 책임도 크다. 정치권에 실망하고, 질타를 하면서도 제대로 된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관행적으로 지지한 면도 없지 않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국립 상업학교의 교수인 장 폴 주아리는 ‘나는 투표한다, 그러므로 사고한다’는 책을 통해 “만약 국민들이 정치지도자에 실망해 그들을 비난하는 것으로 그친다면 이는 정치에 대한 이념 자체가 위협 당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결국은 투표로 유권자의 힘을 보여줘야 정치가 발전한다는 의미다. 민심을 외면하고 지역민의 여론을 무시하는 정치에 심판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원들이야 어쩔 수 없지만 일반 유권자들은 당의 정체성은 물론 후보자 개개인을 꼼꼼하게 살피고 깐깐하게 표를 줘야 정치가 점진적으로 개선된다.

올해는 시민단체의 매니페스토 역할도 미미해 결국 유권자가 더 들여다 봐야 한다.

국회의원 등 정치경력이 있는 후보들은 공약은 물론 과거의 행적을 잘 점검해 보고, 새로운 후보는 공약 검증과 토론회 등을 통한 인물 됨됨이를 관찰하는 것도 한 대안이다.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 공약이나, 누가 봐도 불가능한데 겉만 그럴듯한 공약을 제시하는 후보는 안 된다. 능력은 다소 기대치에 미치지 못해도 부패와 비리, 네거티브를 멀리하는 후보가 당선되는 선거문화가 중요하다.

‘최선’이 어렵다면 ‘차선’ 그것도 아니면 ‘차악’이라도 제대로 선택해야 잘못이 되풀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