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시설 부족·종사자 업무미숙 ‘여전’ ■‘인화학교 사건 그 후’ 광주시, 장애인시설 실태조사 해보니… 81개소 대상시설 모두 167건 시정 개선명령 /김종민 기자 kim777@kjdaily.com

2012년 06월 07일(목) 00:00

광주지역 장애인복지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의 인권보호가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인화학교 사건 이후로 사회적 인식의 제고와 함께 시설폐쇄 등 강력한 행정처분 영향으로 그만큼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일부 시설의 경우 여전히 편의시설이 부족하고 종사자의 업무가 미숙한 실정으로 드러났다.

6일 시에 따르면 지난 4월 한달 장애인복지시설 81개소를 대상으로 처음 실시한 인권실태 조사 결과, 대체로 장애인 인권 맞춤형 프로그램 도입, 소유통장 본인 관리와 생활서비스 지원, 성교육의 강화 등과 함께 개인사물함 설치, 주거공간의 확충을 지속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위법·부당한 사례도 모두 167건이나 지적됐다. 이는 조사대상 시설 1곳당 2건 꼴이며, 담당업무 미숙이 91건으로 가장 많고, 주거서비스 지원 미흡 33건, 시설안전관리 15건, 환경위생 불량 14건, 기타 14건의 순이었다.

특히 후원금 사용내역 미공개, 생활인의 개인금전관리 소홀이 공통사항이어서 종사자의 교육 강화와 지속적인 지도·점검이 요구되고 있다.

인권 분야에선 공동생활시설이나 개인신고시설의 거주환경이나 위생상태가 미흡하고 프로그램 운영 등 복지서비스 지원이 부족하며, 시설 환경도 일부 화장실이나 샤워장 등은 사생활 노출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종교행사 강제 참여, 푸드뱅크를 이용한 식사 제공, 차량운행일지 및 의무기록일지 미비치, 보조금 카드 미발행, 거실내 CCTV 설치, 화장실 남녀공동 사용, 샤워장 내 탈의공간 미비, 생활인에 대한 반말 사용 등이 대표적으로 꼽혔다.

보호작업장에서 남자 이용인이 여성 2면의 신체 부위를 자주 만진다는 진술이 나오거나 생활인의 신체에 멍 자욱이 드러나는 등 폭행사건이 우려되는 곳도 있었다.

반면 수범사례도 눈에 띄었다. 광산구 소재 ‘소화성가정’은 식단표, 생활계획표, 개인통장에 그림 설명을 첨부해 장애인 편의를 도모하고, 개인별 의료 등 상담내용을 꼼꼼하게 기록하면서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남구 ‘귀일민들레집’은 장애인 피복비를 개인통장으로 관리해 의복을 구입하고 있으며, 광산구에 위치한 ‘백선바오로의집’은 회계, 상담, 의료, 프로그램 운영상황 등을 총괄하는 ‘호미인포’ 시스템을 구축 활용, 시설관리에 모범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시는 이달말까지 62개소에 시정과 개선명령 행정처분을 하도록 각 자치구에 통보했으며, 인권침해가 우려되는 2곳에 대해서는 해당 자치구에 추가조사를 통해 진위여부를 확인토록 지시했다.

또 8월까지 거주시설 유형별 업무처리 표준 매뉴얼을 제작해 배포하고 연내에 장애인 인권카페를 개설 운영하며 민·관합동 시설운영자문단을 구성하는 등 행정적인 개선방안도 강구해 나갈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민관 합동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해 장애인 인권보장과 시설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장애인 인권단체와 협조체제를 유지하면서 도가니와 같은 유사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지도 감독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김종민 기자 kim777@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