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사람들] 헛개나무로 장흥 생약초한방특구 이끈다 전라도 전라도 사람들 / <16>김대일 장흥헛개영농조합 대표 전국 최대 유기농단지 조성 등 헛개 메카 육성 2016년 소득 30억 기대…체험관광 연계 모색 /이경수 기자 kspen@kjdaily.com

2012년 06월 15일(금) 00:00

30대의 젊은 일꾼 김대일 장흥헛개영농조합 대표가 지난 9년간 구슬땀을 흘려 키운 장흥 장동면의 농장에서 잘 자란 헛개나무 잎을 수확하고 있다. /사진=김기식 기자 pj21@kjdaily.com

<題字-담헌 전명옥>


구불구불한 산길을 돌고 돌아 찾아간 장흥군 장동면 북교리 북동마을. 야트막한 야산에 빙 둘러싸인 조용한 산골마을은 지금 온통 푸름으로 가득하다. 다른 곳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헛개나무가 이 곳엔 지천이다. 녹음은 갈수록 짙어가고 유난히 향기가 좋아 벌·나비가 몰려드는 꽃이 지금 막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꽃이 활짝 피는 이달 말에는 꽃잔치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이곳 장동면을 헛개나무 천지로 탈바꿈 시킨 주인공은 장흥헛개영농조합법인 김대일(34)대표. 요즘 농촌에서는 귀한 30대 젊은 일꾼인 김 대표는 군 생활을 마친 지난 2003년부터 이곳에 정착, 헛개나무를 심고 가꿨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고향마을에서 마친 그는 잠시 머물렀던 도시생활(경기도 수원)을 정리하고 25살때부터 헛개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2002년 아르바이트로 방문판매 업무를 담당했는데, 그 때 대상품목이 헛개제품이었다. 그는 당시 공무원 벤처기업 1호인 ㈜생명의 나무를 직접 견학하는 등 철저한 사전 조사를 통해 헛개의 우수성과 성장 가능성을 확신했다.

20대 중반의 그리 경험 많지 않은 청년이 논과 밭에다 헛개나무를 심는다고 하자 동네사람들은 수군거렸다.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의 무모한 도전으로 평가했다. 그의 아버지도 처음엔 반대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했다. 연구결과와 약리효과를 믿었다.

2003년 그는 1.5㏊(4천500평) 면적에 헛개나무를 심었다. 그리고 헛개전문 연구회사인 생명의 나무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듬해 1년생 어린가지를 판매해 1천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자신감을 확인한 그는 2005년부터 재배면적을 확대했다. 주변의 논과 밭을 임대해 3㏊에 헛개나무를 더 심었다. 처음에는 묘목 값은 물론 묘목 자체를 확보하는 것이 어려웠으나 생명의 나무와 산림청의 도움으로 묘목생산 및 접목기술을 습득해 비용을 크게 줄였다.

헛개 열매.

농장이 모습을 갖춰가자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특히 농촌에서 살겠다며 이곳 저곳을 두리번 거리던 귀농희망자들이 먼저 알고 찾아왔다.

2005년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20-30대의 젊은 청년 9명이 헛개에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겠다며 이 곳으로 귀농했다. 그는 이들과 함께 ‘장흥헛개나무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고 ‘운명 공동체’를 만들었다.

사람이 모이고 뜻이 합쳐지자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마침 신활력사업으로 선정되면서 지원체계도 갖춰졌다. 2006년 26㏊로 늘리고 해마다 나무를 심어 이제는 120㏊의 헛개나무 단지를 조성했다. 이 중 100㏊를 대규모 집단 재배하고, 전국 최초로 유기농 56㏊, 무농약 34㏊ 등 총 90㏊를 친환경적으로 재배해 전국에서 가장 넓은 면적의 헛개나무 농장으로 탈바꿈시켰다.

그와 뜻을 같이한 귀농인들은 소득이 바로 창출되면서 어렵지 않게 정착할 수 있었다. 물론 헛개의 주산물인 열매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재배한 지 8-10년의 세월이 소요되지만, 어린 가지와 잎을 활용한 음료와 엑기스, 그리고 꿀 생산으로 당장의 운영경비를 확보할 수 있었다.

영농조합법인은 장흥의 헛개나무를 장흥의 특산품으로 자리잡도록 홍보에 나서는 한편 직접 판매활동을 활발히 펼쳤다. 이들 생산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응은 대단했다. 각종 박람회나 직거래 장터, 그리고 인터넷 쇼핑몰에 내 놓을 때마다 인기몰이를 했다.

헛개나무에 인생을 건 장흥헛개영농조합의 조합원들이 함께 포즈를 취했다. /사진=김기식 기자 pj21@kjdaily.com

특히 2005-2006년 한국농업박람회에서는 가장 인기있는 특산품의 하나로 선정되면서 장흥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그는 안정적인 수익체계를 구축했다. 유기농 및 무농약 등 환경친화적으로 재배해 제약회사에 원료를 납품하고 있다. 여기에다 2010년 장동면에 들어선 헛개 전문가공회사인 ㈜피엔케이에 원료를 정기적으로 공급함으로써 안정적인 소득을 올리고 있다. 이곳에서는 음료와 함께 환·농축액·분말 등 다양한 헛개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정착하고 일자리가 창출되는 등 지역경제에 부수효과가 나타나자 장흥군에서도 적극 지원에 나섰다. 생약초한방특구로 지정된 장흥군은 다양한 야생화와 함께 헛개를 특산품으로 지정하고 다양한 육성방안을 마련했다. 장흥의 대표축제로 자리잡은 물축제를 비롯 각종 박람회에도 헛개를 내세웠다. 올 가을에는 공중파 방송국의 드라마 제작에 참여해 헛개를 홍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2012년 현재 전국에서 헛개나무 열매의 경우 연간 15t 정도 수확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김 대표는 “본격적으로 열매를 딸 수 있는 4년 뒤면 영농조합에서만 열매 40톤을 수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이 곳 헛개농장에서 줄기를 포함해 50t을 수확했는데, 2016년에는 줄기까지 250t을 수확해 연간 30억여원의 소득을 예상하고 있다. 또한 8년 후에는 전국 총 생산량의 40-50%를 차지하는 500t을 목표로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는 오늘도 야산을 가득 채운 헛개나무 사이를 서성이고 있다. 이 곳에 있을 때마다 그의 꿈은 더욱 푸르러만 간다. 이제는 단순히 열매를 따고 잎을 채취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농촌체험관광으로 발전시켜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가족끼리 찾아와 봄에는 잎을 따고 이를 장아찌로 만들고 가을엔 열매를 채취하는 등 체험활동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다. 1단계로 그는 오는 28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농장에서 도시민들을 대상으로 축제를 벌인다.

“건강을 지키고 삶의 질을 윤택하게 하는 헛개는 우리 농촌의 밝은 미래를 열어가는 활력소가 될 것입니다.”


숙취해소·구취제거·간 해독 등 효과 커
■헛개는…

헛개 진액

한국이 원산지인 낙엽활엽교목으로 전국 각지에 분포한다. 높이 10m이고 수피는 검은빛을 띤 회색으로 세로로 갈라지고 벗겨진다. 열매는 9-10월에 익으며 둥근모양이고 갈색을 띤다.

헛개는 특히 숙취와 주독해소 및 구취제거·간 해독에 효과가 크다고 알려져 있다. 알코올 중독이 된 사람이 헛개나무로 차를 달여 오랫동안 마신 결과 다시 건강을 회복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전해지고 있다. 헛개나무를 달인 물을 술 먹기 전에 한잔 마시면 잘 취하지 않고 설령 과음했다 해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산뜻하게 깨어난다고 한다.

㈜생명의 나무는 지난 1997년 10월부터 간 질환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헛개나무에서 간염 치료물질을 추출해 내는데 성공, 그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장흥군은 2008년 숙취해소용 드링크류와 헛개진액·차·환·음료 등의 기능성 식품을 만드는 공장을 장동면 반산리 1천50㎡에 40억을 투자해 건립했다.



/글=이경수 기자 kspen@kjdaily.com

/사진=김기식 기자 pj21@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