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학의 위기와 해법 박준수 편집국장

2012년 06월 19일(화) 00:00

호남지역에서 대학교육이 시작된 지 어느덧 60-70년이 흘렀다. 1946년 9월 광주야간대학원으로 문을 연 조선대가 올해로 개교 66주년을 맞이하고, 호남의 중핵대학을 자처하는 국립 전남대가 지난 9일 개교 60주년을 맞았다.

전남대 김윤수 총장은 개교 60주년 기념사에서 “기존의 도그마(dogma)를 넘어 새로운 패러다임인 메타(meta)로 나아갈 것을 선언한다”고 천명했다. 그동안 학문중심의 상아탑에서 벗어나 세상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열린대학’의 실천의지를 지역사회에 선포한 것이다.

지식정보화 사회가 성숙하면서 지역사회에서 대학의 존재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역대학은 지역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고 우수한 연구성과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문화창달에 공헌해야 하는 책무를 지니고 있다. 오늘날 대학의 경쟁력이 그 지역의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 전남대와 조선대 등 우리 지역대학의 현주소는 암울한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 90년대 중반 이전만 하더라도 전남대와 조선대는 수도권 소재 중위권 대학에 버금가는 위상을 누려왔다. 하지만 이후 지역대학은 급속히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그 원인으로는 정부의 대학설립 준칙주의 도입으로 인한 수도권 대학신설과 정원확대, 수도권 인구 집중, 학령인구 감소 등 외부환경 변화가 꼽힌다. 또한 내부적으로 경쟁의식 약화와 수요자 중심 교육서비스 결여 등이 학생들의 탈(脫)지방화 현상을 가속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그 결과 우리 지역대학의 경쟁력은 해가 갈수록 뒷걸음질 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QS 아시아대학평가’에서 전남대는 120위로 수도권 대학 뿐 아니라 지역거점 대학 중 부산대(63위), 경북대(70위)는 물론 전북대(103위)에도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평가는 기업들의 인재선발에 중요한 척도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취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2011년 교육과학기술부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에 따르면 전남대는 49.6%, 조선대는 51.5%로 2명 중 한명꼴로 취업을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입시철이면 수험생과 학부모 대부분이 수도권 대학으로 몰려간다. 수도권 대학에 진학을 선호하는‘인(in)서울’현상이 어느덧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한 통계에 의하면 서울지역 대학생 27만명 가운데 과반수인 14만명이 지방출신이다.

이같은 ‘인(in)서울’현상은 최근 경기불황에 따른 취업난과 맞물려 더욱 심화되고 있다. 기업들이 채용에 있어서 구직자의 자질과 능력보다는 출신대학 등 스펙(spec)이 우선하다보니 비싼 학비를 들여서라도 서울로 진학하는 것이다.

채용시장의 이같은 왜곡과 불균형은 많은 사회적 비용을 요구한다. 우선 수도권 과밀과 지방공동화를 고착시켜 여러 가지 비효율을 낳고 국토균형발전을 저해한다. 우수한 지역인재를 사장시키고 지역경제와 문화창달에 침체를 가져올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위기상황에 대한 해법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의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혁신도시의 순조로운 조성에 최선을 다하고, 광주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사업이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의 집중지원이 요구된다. 기업들이 지역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고용을 확대할 수 있도록 투자환경을 만들고, 정부가 약속한 지방대 졸업생의 공공기관 채용비율 30% 달성을 이행해야 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지역대학들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절실하다. 글로벌시대에 시야를 넓게 보는 것도 필요하지만 일차적으로 지역 토착자원에 관심을 가지고 안으로부터 잠재력을 키워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일종의 차별화, 특성화 전략이다. 2014년 혁신도시에 입주할 공공기관에 필요한 맞춤형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아시아문화전당을 이끌 창의적 문화인재를 체계적으로 길러내야 한다.

그리고 24시간 불꺼지지 않는 연구실과 산학협력을 내실있게 꾸려가야 한다. 전남대가 이번에 선포한 새로운 패러다임인 ‘메타(meta)로의 항해’는 바로 이러한 의미가 담겨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