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인·대기업 공생하는 모습 보여줬으면 박연오 경제부장

2012년 07월 24일(화) 00:00

요즘 전국 어느 곳 여느 자치단체를 막논 하고 대형마트와 기업형 수퍼마켓(SSM)의 휴일 영업재개 문제가 화두이자 큰 관심사다.

지난 6월22일 서울행정법원이 유통 대기업이 강동·송파구청장을 상대로 “대형마트·기업형슈퍼마켓의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 휴업일 지정 처분이 과도하다”며 제기한 행정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인 유통 대기업의 손을 들어주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지역의 중소상인들은 “대형마트·기업형 슈퍼마켓의 영업 제한이 방향을 잃고 표류하게 됐다”며 허탈해 하고 있다.

특히 판결의 주된 요지가 조례의 타당성이나 내용에 관한 것이 아니라 절차적인 문제에 있다는 점에 있다. 법원은 “행정절차법 상 거쳐야 할 사전통지 및 의견 제출의 기회 제공이라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형마트·기업형 슈퍼마켓의 휴무를 지정하는 유통산업발전법의 개정은 약 1년여의 논쟁과 논란 속에서 탄생됐다. 그 과정에 대기업들은 직·간접적으로 자신들의 법 개정 반대 논리와 의견을 다양한 방식을 제시했다. 기실 의사 표현과 의견수렴의 과정은 충분했다고 할 수 있다.

지역의 중소상인들은 “서류와 공문의 형식을 갖춘 의견 제출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에 허탈해한 것이다. 또한 헌법상 지방자치의회 및 장에게 부여된 자치 민주주의 원칙,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법적 취지로 볼 때 절차적 위법과 관련한 서울행정법원의 기계적 해석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

광주시도 최근 광주지법의 영업제한 처분 취소 인용결정으로 30곳에 달하는 대형마트와 SSM 등이 영업을 재개하자 자치구와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대형마트 및 SSM 영업제한 조례 개정을 8월 말까지 추진키로 했다.

5개 구의회에 “개정조례안을 의결하고 행정절차법에 따른 행정처분과 대형마트 및 SSM에 대한 합동점검을 실시할 것”을 일선 자치구에 주문했다. 각 자치구 역시 현재 각 구의회에 조례개정을 위한 의회소집을 요청한 상태다.

일선 지자체도 행정력을 동원해 대형마트의 식자재 위생상태와 원산지표시, 주차 시설물 등 15개 항목에 대한 단속으로 맞서는 등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실제로 광산구의 경우 휴일 영업을 재개한 22일 단속을 벌여 이날 하루에만 불법 주정차 47건, 폐기물처리기분위반 4건, 위법건축물 1건, 공산품 원산지 1건, 가격표시 1건 등 총 58건의 위반사항을 단속했다.

광산구는 다음 달까지 조례 개정을 추진해 이들 업체의 의무휴업 영업을 다시 막을 계획이며, 조례 개정 전까지는 가능한 모든 행정력을 이용해 마트 의무휴일 영업 재개를 견제한다는 방침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19조 2항은 “국가는 균형 있는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경제민주화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지난 1999년 46조 원에 이르던 전통시장의 매출액은 10여년이 지난 지금 24조 원으로 반토막 났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 7조 원이었던 대형마트의 매출액은 36조원으로 5배 이상 성장하면서 골목 시장 상인들은 자신들의 생업 터전을 떠나야 했다.

최근 소상공인진흥원과 시장경영진흥원이 발표한 자료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대형마트 주변 중소 소매업체와 전통시장 내 점포 들을 대상으로 의무휴업에 따른 효과를 조사한 결과, 대형마트·기업형 슈퍼마켓 의무휴업이 실시된 당일 평균 매출은 일주일 전에 비해 12.4%, 평균 고객은 7.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달쯤 관련 조례가 개정되면 다시 의무휴일영업을 지킬 수밖에 없으며, 대형마트·기업형 슈퍼마켓 측도 예상을 하고 있다.

문제는 어떻게 상생·화합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느냐에 있다. 우리 헌법의 경제 민주화 원칙을 준수하면서 중소상인과 유통 대기업이 함께 살아가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