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생존 키워드 ‘경쟁력’

박연오 경제부장

2012년 09월 28일(금) 00:00

기업의 목적이자 존립기반은 영리추구에 있다. 하지만 최근 한국은행이 조사해 발표한 2012년 ‘2분기 상장기업 경영분석’을 보면 기업경영의 성장성, 수익성이 모두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말 그대로 ‘사면초가’다.

한국은행이 1천725개사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매출 증가율은 2009년 3분기 이후 33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4.7%로 전년 동기대비 1% 하락했다. 이는 1천원어치 상품을 팔아 47원의 수익을 낸다는 것으로 작년보다 남는 금액이 10원이 줄어든 것이다. 이렇듯 수익성악화는 기업의 경쟁력 악화로 연결되어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 우리 기업의 생존의 문제와 직결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기업의 상황이 이러한데 작금의 정치권은 현실은 외면한 채 여야를 불문하고 어려운 경제현실을 타파할 수 있다면서 경제민주화 법안들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논의들이 대선을 의식한 ‘표몰이’라는 것이다.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논의 중에는 기업은 물론 국가 경제 경쟁력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독배가 될 가능성이 농후한 것들이 적지 않다. 기업성장이 정체될 수 있는 상황과 하향평준화가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경제민주화가 올바로 정립되기 위해서는 먼저 기업의 ‘경쟁력’이 확보되어야만 가능하다. 경제민주화가 요구하는 것, 즉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과 안정을 위해 소득분배 차원에서 빈곤층에 지원 및 교육을 확대하고 협력업체와 상생을 모색하고자 하는 것 등은 기업의 ‘경쟁력’이 뒷받침되어야만 추진력도 강하고 오래 지속될 수 있다.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업의 자구노력 또한 절실한 시점이다. 현대·기아차 노사는 야근을 폐지하고 주간 연속 2교대제를 시행키로 합의했다. 합의내용에 따라 내년 3월에 시행이 되면 밤샘근무가 사실상 자취를 감추게 된다. 그럴 경우 근무시간 변경으로 인한 조업 감소로 생산성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기실, 현대·기아차는 생산량 보존이라는 어려운 문제에는 노사가 합의를 하긴 했으나 제반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는 점이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노동조건 개선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 근무 환경 개선이 분명 의미가 있는 일이다, 하지만 생산성 하락은 결국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경쟁력을 저하시킬 것이 자명하다.

우리나라 기업의 시간당 생산성이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고 현대·기아차의 경우에도 국내공장 효율과 생산성이 해외공장에 비해 처지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최근에 미국은 물론 독일, 영국 등 선진국 자동차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선택의 일환으로 밤샘 가동공장 비율을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높여가고 있는 추세다. 이는 기록적인 실업난을 경험했던 노동자들이 이제는 밤을 새서라도 일을 하겠다고 학습경험 효과에서이다.

그 동안 우리나라 자동차기업은 선진국에 비해 낮은 생산성을 야간근로로 극복하고, 경쟁력을 증대시켜왔다. 이에 주간연속 2교대제가 시행될 경우 ‘선진화된 공장설비와 야간근로’라는 무기까지 더한 외국기업에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

이 시점에서 현대·기아차 노조는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의 약진과 실적호전에 지나치게 들떠있는 것은 아닌지, 노동자 복지를 명목으로 밤샘근무 폐지라는 여유를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한다. 현재에 안주하려 하는 것은 오히려 돌이킬 수 없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일이며 사회적 공감을 얻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해서는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치열한 경쟁의 글로벌화 시장에서의 생존법은 ‘경쟁력’에 의한 강한 내성을 키우는데 있다는 것을 되새기고, 낡은 관행은 개선하고 탈피해야 한다.

왜냐, 현대·기아차 공장이 밤새 멈춰 있을 때 경쟁사 시스템은 가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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