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19일 누굴 찍을까 박상원 경제부장

2012년 10월 09일(화) 00:00

대선이 두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 판도의 1차 변곡점으로 여겼던 추석 민심이 이후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간 지지율 격차가 5-10%선 접전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여전히 안갯속 국면이다. 때마침 국정감사를 계기로 검증 공방이 본격화 되면서 지지율은 출렁거리고 야권 단일화 전망도 아직은 불투명해 대선정국의 유동성이 커지고 있다. 국민들이 후보들에게 느끼는 판단 기준과 이슈들이 그만큼 체감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 대선에 후보들은 공통적으로 경제 민주화를 말한다. 극심한 경제적 양극화 해소를 위한 각종 공약들이 제시되고 있다. 당선되면 재벌의 경제력을 분산시켜 일자리를 주겠다는 것이 주내용이다. 또 복지정책 공약도 양산되고 있다. 실현되지 않은 장밋빛 미래에 선뜻 공감이 가지는 않는다. 한편 예년의 선거와는 다르게 안보· 외교문제는 한쪽으로 가려져 있는 양상이다. 단절된 남북관계와 중·일 영토분쟁 등 한반도 주변정세가 심상치 않은데도 말이다. 유권자의 선택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는 선거다.

오는 12월 19일 뽑게 될 대통령의 자격, 판단기준은 뭘까. 역대 대선에서 얻은 교훈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우선 현재의 시대 흐름을 읽는 시대정신이다. 대선 때만 되면 나오는 얘기지만 ‘국민통합’이다. 급속한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치면서 극심한 사회 양극화로 인한 이념, 계층, 지역, 세대간 갈등이 표출돼 혼란을 겪고 있다. 후보들 모두 “증오와 분열의 시대를 극복하고 관용과 통합의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어 국민들은 진정성 있는 실천력을 누가 갖추고 있는지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두 번째는 도덕적 검증이다.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하는 것은 정직성(진실성)을 담보한 리더십이다. 그 바탕은 도덕성에서 나온다. 자신이 가진 가치관이나 신념, 원칙에 따라 일관되게 행동해야 한다. 겉과 속이 다르지 않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이라야 한다. 박근혜 후보의 역사관 인식에 대한 사과와 안철수 후보의 부동산 다운계약서 작성의 잘못 인정 등은 혹독한 도덕적 검증의 한 과정이다.

세 번째는 인권이란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는 사람이다. 우리 사회의 심각한 현상중 하나는 자살률이 세계 1위라는 사실이다. 1년이면 1만5천명이 자살로 죽어간다. 흉악범죄는 늘어가고 성폭력 범죄로 인해 여성들은 밤길이 여전히 두렵기만 하다. 정부의 대책은 반짝 관심에 즉흥적인 대책 되풀이에 그치고 있다. 생명 침해 범죄는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경제·복지·안보도 인권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생계의 위협이나 공포 때문에 살수 없는 것만큼 심각한 것은 없다.

네번째는 정책의 실효성이다. 이번 대선에서 후보들은 반값 등록금과 영·유아 무상 보육 등 복지 확대를 내걸고 있다. 현재 MB정권하 여당에서 반값 등록금을 약속했다 슬그머니 장학금 지원 확대쪽으로 후퇴했고, 영·유아 무상보육은 국가재정의 부족으로 중단될 위기에 놓여 있다. 후보마다 대학등록금, 영·유아보육, 내 집 마련 지원, 노령수당 증액 등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이를 감당할 재정능력에 대한 방안은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다. 공짜 복지는 없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유권자인 국민의 세금으로 돌아간다.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호’를 무사히 항구까지 책임지는 리더십을 선택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MB정권의 남북관계 단절과 심화된 사회 양극화, 지속적인 경기 침체 등은 야권의 정권교체의 호기가 되고 있다. 하지만 국민대통합을 내건 여권후보의 광폭행보는 현 정부와 거리를 두면서 국민의 지지를 붙잡는데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다.

지금 유권자인 우리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후보들 모두 국민통합과 경제 민주화, 복지 확대 등을 내걸고 저마다 차별화를 시도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지만 마음 가까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동안 믿었던 후보들이 당선된 후 보이는 이중성 때문일까. 진정성 있는 약속과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신뢰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