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동구보선 공천 신뢰 잃어서야

오성수 정치부장

2012년 11월 06일(화) 00:00

12.19 대선이 40여일 남았다. 예년과 달리 후보 3명의 공약이 비슷한데다 눈길을 끌만한 어젠다도 없어 따분하던 선거판이 야권단일화가 가시화 되면서 점점 가열되고 있다.

단일화 논쟁이 1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는 반론도 있지만, 대선후보 단일화는 정치세력간 힘이 결합될 경우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16대 대선에서 선거막판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로 지지율 열세를 극복하고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 대표적이다.

단일화 방식이나 시기에 대한 견해 차이도 커 난항이 예상되지만, 야권 입장에서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시기적으로는 이번주가 단일화의 최대 분수령이다. 그렇다면 야권 단일화의 승부처는 어디가 될까.

상당수 전문가들은 호남이 근원지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호남의 유권자는 410만여명 정도로 전체 유권자의 10%에 그치지만 전통적으로 호남의 표심이 수도권 민심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선거는 예년과 달이 호남 출신 후보가 없어 지역민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상대적으로 넓어진 것도 변수다. 무조건 민주통합당 후보를 찍는게 아니라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야당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 이는 이번 대선은 박근혜 후보에 대한 찬반 투표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새누리당도 호남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면서 작은 변화가 일고 있다. 민주통합당에 실망한 일부 시민들이 새누리당에 대한 시선을 바꾸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통합당으로서는 그 어느때보다 호남의 정서를 꼼꼼하게 살피고 더 잘 해야 한다.

그런데 대선때 함께 치러지는 광주 동구청장 선거에 임하는 민주통합당의 행태를 보면 매우 실망스럽다.

민주통합당은 동구청장 보궐선거의 직접적인 원인 제공 당사자다. 따라서 더 깊이 반성하고 책임감을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

문재인 후보도 광주에 와 “공천권을 국민들에게 돌려주겠다”고 천명했다. 대선 후보 입장에서 하나의 구청장 선거 후보에 얼마나 큰 비중을 두고 말 했을까만, 나름대로 시민들에게 진정으로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내 비추고 싶었을게다. 그러나 작금의 민주통합당은 도로 민주당이다. 깃발만 꽂으면 지역민은 무조건 지지해 줬던 과거의 잔영을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진정으로 변화된 모습은 후보 선출 과정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나타나는데 민주통합당으로는 그 기회를 놓치고 있다.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할 후보 선출을 위한 룰이 작의적으로 적용되고 있는데다 일관성도 없다. 게다가 후보 접수마감에 임박해서는 현역지방의원 출마시 15% 감점이라는 기상천외한 방안까지 내 놨다. 이 룰은 당원들마저도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한다. 국회의원들이 시장이나 도지사에 출마할 경우에도 적용되는지 의문이다. 민주당 공천 기준이 오락가락해서인지 후보들도 선거운동이나 정책 공약보다는 중앙당이나 유력인사 줄대기에 더 극성이다. 지역에서는 선거공약이나 인물보다 정당 추천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가 파장을 몰고오자 이제는 무공천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민주통합당 입장에서 이번 동구청장 보선은 한곳의 구청장을 결정하는 의미 이상이다. 민주통합당이 변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더 크게 돌아간다. 굳이 공천 혁명은 아니더라도 주민들에게 실망을 안기는 공천을 해서는 안 된다.

오랫동안 민주통합당에서 활동하다 안철수 캠프로 옮겨 정치권에 적잖은 반향을 불렀던 박선숙 안철수 진심캠프선대본부장은 최근 광주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민주당이 지난 4월 총선에서 유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패배한 것은 ‘누가 나가도 다 이긴다’고 너무 일찍 잔치를 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민주통합당으로서는 한번쯤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광주 동구청장 보선이 그 시험대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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