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한 자태 청아한 향기로 겨울을 기다린다 함평자연생태공원 야생화 탐방 <33> 한란

2012년 11월 19일(월) 00:00

지금 우리공원에는 11월인데 난향이 가득합니다. 이 난향을 쫓아가보면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난과 식물 중에 겨울에 피는 난으로 지난 1967년 천연기념물 191호로 지정된 제주한란의 고고한 자태를 맞이하게 됩니다. 제주한란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식물 1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데, 꽃대하나에 꽃을 여러 개 달고(일경구화)있습니다. 고고함과 정결함의 상징인 한란의 맑고 은은한 청향이 글쓴이의 마음까지 풍요롭게 합니다.

모든 식물이 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생활과 밀접하게 관계를 맺어 오고 있지만 난은 유달리 우리 인간과 깊은 관계를 오래전부터 맺어오면서 사랑받고 있는 식물이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난에 대한 기록이 우리나라보다는 중국에 많이 남아있다고 볼 수 있는데 중국의 시인 도연명은 난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윽한 난이 앞뜰에 피어 향기를 품고서 맑은 바람 기다리네. 맑은 바람 홀연히 불어오면 그 향기 잡초 중에 드러나리라.” 얼핏 보면 잡초인데 어찌 유독 너만이 사람의 사랑을 지금까지도 한 몸에 받아 오는 것인지….

제주한란은 상록수림 밑에서 자라는 상록다년초로 잎은 일반 보춘화보다 크며, 부드럽고 잎가장자리에 거치가 없으며 잎에 곡선미와 광택이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초장은 작게는 20㎝에서 부터 크게는 40㎝ 이상 되는 것도 있습니다. 꽃은 겨울 11월-1월에 핀다하여 한란(寒蘭)이라고 합니다. 꽃은 색의 변이가 다양하며 총상화서로 달리며 향이 동양란 중에서는 으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주한란의 자생지는 당연히 제주도지만 제주에서도 한라산 해발 900m까지 자생하고 있으며 돈내코 일대에 분포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최근에는 전남 남해안에서도 발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자생지에서도 제주한란을 쉽게 볼 수가 없습니다. 그만큼 관심을 많이 가졌다고 볼 수 있는데 지키고 보전하는데 관심이 아니라 채취하고 훼손하는데 관심을 많이 가졌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그래서 국가에서 지난 2004년부터 사라져가는 우리 동식물의 종보전을 위하여 서식지외 보전기관을 지정했습니다. 자생지가 아니더라도 종의 특성을 온전하게 보전 할 수 있는 증식기술개발 및 공익목적의 증식개체 보급 등 서식지 복원을 위해 연구하고 조사할 수 있도록 함평자연생태공원이 서식지외보전기관으로 지정되었으며 풍란·나도풍란·지네발란·한란 4종에 대한 종보전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멸종위기 야생식물의 종보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봄을 알리는 꽃의 대명사인 춘란이 꽃으로 자태를 뽐낸다면 한란은 모든 식물이 봄을 기다리며 잠들고 있을 때 그 청아한 향기를 품어내어 겨울을 차갑지 않게 한다고 해도 좋은 표현일 것 같습니다.

이렇듯 제주한란은 향이 아름답기 때문에 향기에 관한 이야기가 많으며 향수 제품이 개발되어 시판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제주한란의 속명 Cymbidium(심비디움)의 Cymbi는 희랍어로 배모양이란 뜻에서 나온 말이며 난의 설판(혀)이 마치 배모양 같이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며 kanran는 한국이 원산지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듯 우수한 우리 자생란 한란이 앞으로도 더 많은 관심 속에 사랑받기를 기대해 봅니다.
/김택곤·숲해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