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 TV토론을 주목한다

박준수 편집국장

2012년 12월 04일(화) 00:00

온 국민 축제의 장이 돼야할 대선이 도무지 신명나지 않는다. 투표일이 불과 보름 정도밖에 남지 않은 지난 주말, 공식유세가 시작된 지 6일째였음에도 광주시내 거리는 밋밋하고 무료한 일상 풍경이었다.

간혹 교차로 등지에 보이는 유세차량마저 연설원도 없고 청중도 없이 전광판에 쓰인 구호만 소리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가로수 사이에 낮게 걸린 정당 플래카드, 그리고 주택가 담장에 붙은 선거벽보가 오히려 낯설게 느껴졌다.

5년 만에 치러지는 국가 대사(大事)치고는 너무 썰렁한 분위기다. 초등학교 운동회도 이렇게 무덤덤하진 않을 텐데 말이다.

시대적 전환기마다 역사의식을 분출시킨 호남이 이번 대선에는 갈 길을 잃고 있다. 김대중과 같은 정치적 거목이 부재한 탓도 있겠지만 호남인의 마음을 끌어당길 마땅한 대안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리라.

불같은 기질의 전라도인이 MB집권 5년 동안 인사와 예산배분에서 톡톡히 설움을 당해왔음에도 그 분기를 토해낼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

새 정치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렸던 안철수 후보의 사퇴로 허심한 상황에서 선택지를 받아든 난감한 심경이 그대로 길거리 민심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방관할 순 없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남긴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의 각오를 다지며 구국의 길을 나설 때이다.

주어진 선택지 안에서 최선의 답을 찾는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오늘(4일)밤 진행될 대선후보 TV토론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간 후보마다 여러 차례 지역을 방문해 주민과 접촉을 갖고 강연과 연설을 통해 자신들의 정책을 제시한 바 있지만 상호비교를 통해 차별점을 확인할 기회는 별로 없었다. 따라서 이번 TV토론을 지켜보며 누가 나라와 미래를 위해 적합한 인물인지, 누가 철저하게 준비하고 깊이 사고한 지도자인지 조목조목 따져보는 자세가 요구된다.

학자들이 현대 선거를 ‘미디어선거’라고 말하는 것도 유권자들이 미디어로부터 얻은 정보를 근거로 후보자를 평가하고 최종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6일에 실시된 미국 대선에서도 TV토론이 당락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당시 민주당 후보인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롬니의 여론조사 결과는 오차범위내에서 초접전이었으나 3차례의 TV토론을 거치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승기를 잡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지난 11월21일 진행된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TV토론에서는 문 후보가 안 후보보다 우세한 평가를 얻은 결과 안철수 후보의 사퇴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주요 후보의 TV토론은 4, 10, 16일 3차례 실시될 예정인데 여기에서 선택의 준거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리고 호남인의 입장에서 관전 포인트는 크게 3가지로 집약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누가 더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에 적극적인 의지와 분명한 추진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둘째, 누가 더 지역화합과 탕평인사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가. 셋째, 누가 더 서민의 살림살이를 잘 보살펴줄 것인가.

이와 더불어 지역민들은 호남지역에 대한 통 큰 공약을 제시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기존사업의 차질없는 지원’ 정도에 그칠 뿐 새로운 ‘그랜드 디자인’이 보이지 않는다.

반값등록금, 경제민주화, 복지예산 확대 등 쉽게 표를 얻을 수 있는 포풀리즘에 집착한 나머지 지역개발 공약은 뒷전에 밀려난 느낌이다.

얼마 전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본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앞으로 발전 가능한 곳은 중국과 가까우면서도 개발이 부진한 서남해안 밖에 없다”며 “‘서남해안벨트’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아직까지 감감 무소식이다.

민주당 역시 호남에 뿌리를 두고 있으면서도 지역발전을 획기적으로 앞당길 야심찬 청사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어떻게 분위기가 달아오르겠는가. 호남인들은 대선후보들이 이번 TV토론을 통해 보여줄 국가적 미래 가치와 지역발전에 대한 애정어린 비전을 주목하며 신중한 결정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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