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는 ‘당당’하다

이경수 사회부장 겸 전남본부장

2012년 12월 25일(화) 00:00

제18대 대통령선거가 끝났다. 사상 첫 여성대통령 당선이라는 결과를 내놓고 막을 내렸다. 대선의 승패가 갈린 지 닷새가 지났건만 광주·전남 지역민들은 못내 아쉬움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삼삼오오 모였다하면 빠지지 않고 대선이야기가 화제로 등장한다. 한쪽에서는 이번 대선을 ‘패배’로 규정하고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소재를 따지는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러는 전국의 선거결과를 색깔로 표시하면 서울하고 전라도만 이질적인 색으로 남는 현상을 놓고 ‘섬이 됐다’며 걱정하기도 한다.

하긴, 투표장에 간 10명 중 9명이 지지한 후보가 떨어졌으니 상심하는 건 당연하다. 우리지역으로 봐서는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는 결과다.

하지만, 우리가 패배했다고 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상심할 필요도 없고 분노할 이유도 없다. 전라도의 선택은 대의와 명분에 충실했으며, 무엇보다도 당당하기 때문이다.

타지역에서는 다시 한번 지역성을 극명하게 드러냈다고 비난하겠지만 90%의 유권자가 한쪽을 선택했다면 거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한다.

먼저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서운하겠지만, 10% 득표는 결코 적지 않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이번 선거운동 과정에서 새누리당이 지역에 쏟은 정성은 지역민들도 충분히 인정하고 있다. 황우여 대표는 선거운동 기간내내 호남에서 자면서 득표율 올리기에 공을 들였다. 학계·산업계·언론계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을 찾아가 지역의 숙원과 애로점을 들었으며 진정성을 담은 지역공약도 발표했다. 무엇보다 ‘호남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했다. 박근혜 후보도 자주 찾아와 각종 공약을 약속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후보에게 표를 주기엔 지역민의 정서와 명분이 허락하지 않았다. 80년 오월광주의 책임과 맞닿아 있는 정당과 후보를 껴안기에는 아직 광주시민들의 ‘마음의 문’이 열리지 않았다. ‘한 표가 아쉬워서 80년 5월27일의 새벽을 맞는 각오로 임하는 게 국민의 도리라고 생각해 병석의 노모를 휠체어에 태워 투표장에 갔다’는 한 시민의 증언이 지역민의 정서를 대변한다. 특히 지난 5년동안 중앙부처는 물론 심지어 군 장성, 경찰 간부 인사때마다 호남지역 대상자들이 뒷전으로 처지는 모습을 지켜봐왔기에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 할 수는 없었다.

여기에다, 광주와 전남은 철저하게 대의를 쫓아왔다. 전라도는 결코 사익을 위한 투표를 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지난 7월까지만 하더라도 지지후보를 정하지 않은 부동층이 전체 유권자의 절반에 이를 정도로 선거 열기는 미미했다. 제1야당이라는 민주통합당의 행태도 미덥지 않고, 작게는 지역출신 후보가 없다는 점도 선거에서 멀어지는 원인이었다. 당황한 민주통합당 지도부에서 ‘한번 더 지지를’ 호소했지만 열기를 지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지역민이 더 많이 지지했던 후보로의 단일화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대선은 코앞으로 다가왔고,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민주통합당이 감동을 준 것은 없었으나 차선의 선택을 해야 했으며 결과는 90% 지지로 나타났다.

여하튼 승패는 결정 났고 승리자는 정권인수 작업에 착수했다. 대선전 내 놓았던 공약은 꼭 지키겠다고 강조하면서 ‘대탕평책으로 소외된 지역을 보듬겠다’는 약속을 다시하고 있다.

작은 그릇이 큰 그릇의 물을 담을 수는 없다. 섬으로 변한 전라도가 정권을 잡은 박근혜정부를 먼저 안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더 이상 호남이 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토록 강조했던 대통합은 약속을 지킬 때만이 이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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