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文都市’, 한국 견인할 차세대 산업 언론인의 세상읽기 김성 <前 무등일보 편집국장> /ksnewslove@hanmail.net

2013년 02월 20일(수) 00:00

참여정부에서 시작된 아시아문화전당 건립 사업이 벌써 10년이나 흘렀다. 당초 2010년(5·18 30주년)에 완공하겠다는 약속이 깨진데 이어 지난 5년간 지지부진했던 일정이나 새 정부의 내각구성 분위기를 볼 때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사업’에 대해 걱정스런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이 차제에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시작했을 때 기대했던 바를 되돌아보고 우리가 해 나가야 할 일들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성공시킨 나라이긴 했지만 현재의 경제정책만으로는 더 이상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들이 나오면서 그 대안으로 문화예술산업, 관광산업, 생명산업, 내수확대 등이 새로운 정책으로 제시됐다. 광주·전남은 곳곳에 예술의 향기가 남아있고(藝鄕), 이미 세계 문화예술을 선도하는 광주비엔날레를 개최해 왔다. 이 덕분에 ‘아시아문화중심도시’사업이 정부의 정책으로 받아들여져 2008년 6월 아시아문화전당 기공식을 갖게됐다. 그러나 이후 도청별관의 보존방식 갈등과 예산난으로 거북이 걸음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의 완성된 모습은 이렇다. 첫째는 아시아 각국의 문화와 신화·생활습관·예술 등이 광주의 문화전당을 중심으로 소통하고 융합하여 문학·회화·조각·음악·무대예술 등으로 재창조된다. 둘째는 이런 순수 예술 작품이 다시 디자인·패션·대중음악·영상·애니메이션 등으로 상품화됨으로써 경제적 가치를 갖는다. ‘강남스타일’ ‘아바타’ ‘루이뷔똥’ 같은 대박상품이 쏟아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셋째, 이런 성과물들이 창조되는 문화전당과 광주의 7대 문화권은 아시아와 세계의 문화 메카로 자리잡아 관광객이 몰려오고, 다시 전국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기대이다.

산업사회 초기에 우리는 생산의 요소를 토지·자본·노동으로 단순화 했지만 오늘날 문화의 시대에는 문화예술 자체가 생산의 요소이고, 유통의 수단이자, 자본이 되어가고 있다. 광주는 이 문화예술을 자원화 하겠다며 단 5%의 성공에 기대를 걸고 벤처산업에 총대를 멘 셈이다. 다행히 정부도 문화예술이 미래 한국을 견인할 차세대산업이자 국가적 ‘먹거리’ 임을 인정하고 특별법을 만들어 국책사업으로 적극 추진하게 됐다. 그런데 지금까지 과정을 되돌아보노라면 특별법은 있으나 특별하지 않는 정부사업이 되지 않을까. 공약(空約)의 상징인 ‘호남선 복선화’의 재판(再版)이 되지 않을까. 결국은 ‘효율성’ 잣대만 들이대면서 예산을 난도질하고 지방 사업으로 내동댕이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이제 필요한 일은 세 가지라고 본다. 우선 정부가 박정희 시대에 경제개발계획을 밀어부였던 것처럼 다시 한번 올인하는 것이다. 문화예술산업은 가치산업이다. 더구나 이제는 저임금, 저가 문화상품으로 성공할 수 없기 때문에 단순한 산업화보다 훨씬 어렵다. 수준높은 지적(知的) 수단과 다양한 벤처캐피털이 필요한 때이다. 문화예술산업에 무한한 가치와 경제력이 숨겨져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전력을 다해야 한다.

둘째는 이 사업이 지역의 균형발전을 목적으로 시작됐음을 기억해야 한다. 광주에는 각국의 문화예술을 융합하고, 창조하고, 상품화하는 세계인들이 우글거려야 성공한다. 그런 인재를 광주에서 육성하여 일하게 하고 다시 세계로 나아가게 하여야 한다. 그런데 정부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수도권 인맥들이 문화전당에 일자리 만드는 기회로 치부하고 공작을 한다면 지역의 균형발전은 커녕 수도권의 ‘문화식민지’가 되어 버릴 수 있다. 이상적인 것은 광주의 인물이 이 분야에서 국제적 능력을 갖고 활동하고, 그 밖의 지역 인사들도 서울로만 쫓아갈 것이 아니라 광주에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진행되도록 도와야 한다.

셋째, 광주가 해야 할 일로, 문화도시의 향기가 피어나도록 준비하는 일이다. 문화예술은 삶의 표현이며 정신의 형상화이다. 광주가 문화중심도시를 지향하게 된 것은 의향·예향·미향이라는 지역성 외에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광주만 가지고 있는 5·18정신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맞는 시민실천운동은 물론 ‘문화의 중심’이 아니라 ‘문화소통의 중심’도시가 되도록 하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자치단체도 이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

/ksnewslov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