如來說諸心 皆爲非心 是名爲心 過去心不可得 現在心不可得 未來心不可得 여래설제심 개위비심 시명위심 과거심불가득 현재심불가득 미래심불가득 佛行是卽佛 불행시즉불 수미산산악회와 떠난 명찰 순례 덕유산 백련사 덕유산 백련사

2013년 03월 01일(금) 00:00

향적봉 대피소에서 바라 본 백두대간 능선. 멀리 합천 가야산 정상이 눈에 들어온다. 덕유산 정상 향적봉에서 포즈를 취한 회원들. 설천봉 곤도라 승강장(사진 위). 45도 경사를 2시간 넘게 올라 향적봉 정상을 등정하고 곤도라를 이용해 하산길에 나선 회원들. 백련사 전경. (신라때 창건돼 조선말까지 중수를 거듭해오다 6·25를 거치면서 모두 소실되고 현재 모습은 1960년대 복원된 모습이다. 백련사 戒壇:자연석 받침위에 세워진 이 계단은 신라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윗 부분에 남아 있는 스물 다섯개의 여의주 문양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아직 선명하게 남아있다.

숲 속의 진달래가 겨울을 마치고 기지개를 켜며 바깥 세상으로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행장을 꾸릴 즈음 덕유산과 그 품속의 백련사를 찾았다.



덕유산은 덕스러운 우리들 어머니의 품처럼 너그러운 산으로 불리고 있는 한국 100대 명산중의 하나이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토산으로 둥글둥글한 산세가 그 이름을 실감케 한다. 또한 덕유산은 우리나라 겨울철 눈꽃여행지로 대표되는 명산으로 단연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일찌기 조선택리지에서 ‘이중환’은 덕유산을 우리나라 12대 명산으로 꼽았다.

충청, 전라, 경상의 3도가 교차하고 있고, 주봉인 향적봉(1614m)을 중심으로 해발 1300ｍ 안팎의 장중한 능선이 동남북서쪽을 향해 30㎞에 걸쳐 뻗쳐있다.

북덕유에서 무룡산(1491m)과 삿갓봉을 거쳐 남덕유(1507m)에 이르는 주능선의 길이만도 20㎞가 넘는다.

그 지맥은 서쪽으로는 마이산 쌍석봉에 이르러 하늘에 높이 솟아 있고, 남쪽으로는 남덕유산, 동쪽으로는 가야산 칠불봉, 북쪽으로는 계룡산과 연결되어 있다. 산아래로는 구천동의 31비경지수가 그윽하다.

그리고 덕유산을 산행하다 보면 자주 볼 수 있는 풍경들이 있다. 앙상한 겨울나무가지에 연두빛으로 매달려있는 겨우살이 군락이다. 몸에 좋다고 하여 재래시장이나 대도시 약재시장에서 가끔씩 보던 녀석들인데 밤나무나 참나무 등의 아주 높은 곳에서 자란다. 그런 것을 어떻게 채취하는지 신기한 노릇이다.



겨우살이: 나무에 사는 사철 기생식물로 사슴뿔 같은 덤불모양으로 ‘상기생’이라고도 한다. 겨우살이는 주로 참나무, 물오리나무, 밤나무, 제주도에서는 동백나무 등에 기생한다. 줄기와 잎을 동맥경화, 치한(治寒), 치통(齒痛), 평보제(平補劑), 격기(膈氣), 자통(刺痛), 요통(腰痛), 두통, 신경안정, 부인 산후제증, 동상 등에 쓰이며 항암작용, 고혈압치료에 효과가 탁월하다고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연구사례 논문이 발표되었으나 그 효능을 아직 인정할 수는 없다고 하지만 분명 우리 인간중생들에게 해롭지 않은것 만은 사실일것 같으니 이 또한 백련사부처님의 가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연꽃과 그 색깔과 관련이 있는 우리나라 사찰 명칭 중의 하나이다.

덕유산 구천동 골짜기에는 그 옛날 14개의 크고 작은 사찰이 있었다고 전한다.

무려 9천여명의 승려가 있었다고까지 하는데, 구천동이라는 명칭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불교의 꽃으로 불리는 수려한 자태의 연화는 색깔도 여러가지라 적련, 백련, 청련, 황련, 흑련 등으로 표현된다. 이렇듯 불교에서 신성시 하는 연꽃의 이름이 들어간 사찰이 우리나라 뿐만아니라 국외에도 부지기수다.



천년고찰 백련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7교구 본사 금산사(金山寺)의 말사로서, 그 기원과 역사가 확실하지 않은데, 다만 신라 신문왕 때 백련 스님이 초암을 짓고 수도하던 중 그곳에서 흰 연꽃이 솟아 나와 이 절을 창건하였다는 이름에 얽힌 전설만 전해지고 있을 뿐이다. 그 뒤의 역사는 자세히 전해지지 않지만, 1천900년에 무주부사 이하섭이 중수했지만, 6·25동란으로 불타고 1961년에 대웅전을 건립하면서 현재의 사찰이 자리잡게 됐다 한다. 원래의 절터는 훨씬 아래 골짜기에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불도들의 계율의식을 행하기 위한 금강계단이 있다. 길이 17m, 너비 5m의 화강암질 암석으로 쌓은 단이며, 경내에는 고려시대 구천동사를 창건한 대원대도대사(大院大都大師)의 부도라고 전해지나 확실한 근거는 없는 대부도탑이 자리하고 있다.

이 탑의 주변을 관세음보살을 부르며 일곱 번 이상 돌면 누구나 한가지 소원을 이룰 수 있다고 전하여 많은 사람이 찾는다.

1968년에 요사채가 건립된 무렵 백련암으로 불리던 절 이름을 백련사로 바꾸고 30여 년 동안 중창 불사에 힘쓴 덕택에 지금은 경내에 대웅전, 원통전, 선수당, 문향헌 등이 있으며, 문화재로는 매월당 부도 (梅月堂浮屠)가 있으며, 또 백련사 금강계단(전북지방기념물 42호) 등의 유물이 있다.

당나라시대 금강경 연구의 대가였던 덕산스님의 덕산선감(德山宣鑑, 780-865)을 보면 ‘마음을 깨달으면 부처가 된다’는 가르침에 대해 회의감을 갖은 덕산스님의 이야기 나온다. 나름대로 대가라 자부하던 스님께서 시골 떡장수 할머니의 질문 한마디에 말문이 막히고 당시 선수행의 큰 스님인 용담선사를 맞나 등불 한 개로 인해 깨달음을 얻고 그간 연구했던 금강경에 관한 저서들을 불태워버렸다는 일화는 수행자들에게 자주 회자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덕산스님은 캄캄한 어둠으로 인하여 밝은 빛을 만났다. 용담선사가 등불을 꺼버리는 순간 눈 앞에 닥쳐 온 암흑 속에서 진리의 실체를 발견하고 “다시는 천하의 화상들 ‘禪師’을 의심치 않겠다”고 말했다 한다.



태워버린 책들과 함께 그간의 자만심도 태웠을 것이다. 덕산스님의 어둠은 ‘깨달음의 어둠’이었지만 분별없는 삼독심을 떨쳐내지 못한 중생들의 어둠은 ‘혼돈의 어둠’이라고 할까? 어둠이라고 해서 다같은 어둠은 아닌 것이다.

우리가 산행을 할때도 마찬가지다. 같은 산을 오르더라도 오름에 대한 산행인들의 느낌은 같을 수 없는 것이다. 비유하면 수행자의 삶과 비수행자들의 삶과의 차이이다.



덕유산 1천614m를 오르는 동안 만나는 계단의 시작은 현재의 계단이지만 까마득히 높은 곳에 있는 계단은 미래의 계단일까? 오르기전과 오르는 동안과 오르고 난 후의 계단에서 과거, 현재, 미래의 의미를 찾는다는 것은 억지일것 같지만 존재하니 시간의 흐름속에 존재의 상실은 어쩜 당연한 것이나 우리는 그 존재가 항상한다 여기며 그 실체가 자기인양 생각하니 이를 알아차림은 수행자들의 몫이 아닐까?

우리의 일상은 수행의 연속이지만 그것이 수행인지 조차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한국사찰의 삼묵당 중 하나인 승당에서의 발우공양은 지극히 엄숙하다 못해 발우에 숟가락 닿는 소리조차 용납되지 않는 곳이라 한다. 이런 엄숙함 속에 승가의 점심(點心)은 ‘마음에 점을 찍는 듯한 양의 소식사’를 뜻한다. 또 한편으로 ‘과거심불가득 현재심불가득 미래심불가득이라 했는데, 어느 마음(心)에 점(點)을 찍을 것인가?’ 라는 선답적 물음은 공양에 대한 승가의 외적 모습 뿐만아니라 우리 범부들의 삶속에도 깊이 녹아들고 있다.

한마디로 찍을 마음이 있어야 찍는게 아닌가. 이는 諸相(제상)이 空(공)하며 諸心(제심)이 非心(비심) 이어서 이를 마음이라 표현한다는, 이른바 시명위심(是名爲心)이라 한것이다.



우리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말에서 보듯이 산은 옛산이나 물은 옛물이 아니다 라는 것이다. 산의 이름이 과거산, 현재산, 미래산은 없다. 단지 우리가 그렇게 인식하고 있는 것이며 그렇게 편리할대로 부르고 있을뿐이다. 존재는 있다할지라도 그 형상은 변하고 있음 또한 부인할 수 없는 터이다. 늘상 다니고 있는 산을 다시 찾을 때는 그 예전에 찾았던 산과 어찌 같을 수 있겠는가. 단지 “같다 틀리다 높다 낮다 힘들다 죽겠다”하는 표현을 빌리지 말고 지금 오르고 있는 그 사실 자체만으로 충실하면 되는게 아닐지.



강물 또한 쉼없이 흐르고 흐르니 좀전의 강물은 현재의 강물이 아니며 내려오고 있는 강물 또한 미래의 강물은 아니다.



마음 또한 마찬가지이다. 끊임없이 다른 생각으로 바뀌어 가는 마음의 표현을 과거,현재,미래 라고 말은 하지만 진리는 그대로인데 인간은 수시로 바뀌어 간다는 뜻에 대한 비유적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여래께서는 마음을 과거나 미래로 흘려보내지 말라고 하셨다. 과거나 미래에 대한 온갖 망상들이 우리의 마음을 크게 흔들고 있음을 생각해 볼때마다 이미 지나간 과거를 회상하면서 슬퍼하거나 후회를 하고, 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해 헛된 상상을 함으로써 그 생각의 늪에 빠져 괴로워하기도 한다. 그러한 과거나 미래로 흐르는 온갖 망상들을 방하착 하는 것이 수행의 첫 걸음이란 것을 알아야 한다. 더욱이 현재의 마음이야 언급할 필요도 없이 있는그대로 관찰하고 내려놓는 수행이 필요함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것이 바로 금강경에서 말하는 과거심불가득, 현재심불가득, 미래심불가득의 가르침 이라고 말한다 해도 그리 틀릴것 같지는 않을 것 같다. 과거, 현재, 미래는 고정된 바가 없다. 그저 조용히 흐를 뿐이다. 단지 흐르는 시간에 마음을 고정시키려 하니 그것이 실체도 없는 마음에 번뇌망상의 옷을 입히는 것이다.



산행을 할때라도 한걸음 한걸음씩 한걸음을 충실히 하다보면 오르지 못 할 산이 몇이나 될까?


광주전남수미산산악회 (062-385-1336)
무각사 내 불교회관 1층 광주전남불교신도회

/허 헌·등반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