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낏날과 향기’ 언론인의 세상읽기 |
| 2013년 03월 06일(수)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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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찍어라! / 그럼, 난, / 네 도낏날에 / 향기를 묻혀주마!”
가슴 서늘한 시다. 이 역설의 시를 읽을 때마다 왠지 마음 한 켠이 훈훈해져 온다.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명박 정권 땐 참 많이도 읽었다. 광우병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집시법 위반으로 무차별 연행할 때, 용산참사를 보면서, 4대강 사업,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 민간인 불법사찰, 국민의 세금을 축내 사익을 챙기려 한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 측근 비리… 셀 수도 없다. 특히 인사청문회 때마다 공직자 후보들의 도를 넘은 부당한 부의 축적 과정 의혹과 분수 넘은 권력의지를 보면서 국민들은 느낀 게 참 많다. 그들에겐 왜 그리 서민들의 마음을 상처 내는 도낏날이 많은지. 인사청문회장에 비친 세상은 투기가 넘치고, 돈과 권력 지상주의 깃발이 펄럭이는, 소위 노는 물이 다른 것도 그들 스스로가 보여줬다. 참으로 유감스런 인사청문회의 연속이었다.
이래서 학자들이 한층 더 계층 문제의 심각성을 다루고, 계층 간 갈등을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5년 간 끊임없는 의혹과 의심… 그리고 우리에게 남는 건 불신이었다.
새 정부에서도 벌써 몇 가지 우려되는 모습들이 보여 걱정스럽다. 정부 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기 전, 신설되는 부처 장관 내정자가 발표되는가 하면, 대통령의 소통 부재를 우려하는 보도들도 날로 눈에 띄고 있다. 인사청문회장에 비친, 검증대에 오른 장관 후보자들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관련 모습도 여전히 지난 정권 때와 크게 달라져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더 심한 사례들도 보인다. 매우 걱정스럽다.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시절 내세운 슬로건은 시대교체였다. 60% 가까운 국민들이 지지한 ‘정권교체’를 잠재우기 위해 내 놓은 ‘시대교체’란 이명박 정권의 실정과 폐단을 바로잡겠다는 것 아니겠는가. 요컨대 MB정권의 국민과의 불통은 소통으로, 갈등은 화합으로, 그리고 공공성 가치 파괴에서 공공성 가치 회복 등은 그 핵심 된 내용들이라 할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가 극복해야 할 최대 과제인 정부-국민 간 불신을 신뢰로 바꾸는 길이기도 하다.
정부와 국민 사이, 국민과 정부 사이 신뢰를 쌓으려면 서로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첫째다. 그 출발점은 국민여론에 대한 존중이고, 귀착점도 역시 여기에 있다. 국민들은 언제나 국정에 등용되는 인물들을 보면서 정권에 대한 신뢰도를 가늠한다. 참신한 인물들을 선호하는지, 결격이 되는 흠이 발견된 인물임에도 굳이 공직을 맡기려 하는지를 지켜본다. 그리고 지지도로 나타낸다.
4일 한겨레신문이 보도한 박근혜 정부 출범 후 벌인 첫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초임에도 불구하고 55%로 나타났다. ‘잘못된 인선’(39.8%), ‘국민과 소통 미흡’(31.7%)이 지지율을 발목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시 같은 날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조사해 발표한 박 대통령 지지율은 52.2%로 더 낮았다. 지난 1월 말 조사 때보다도 7.3%가 더 줄었다. 무얼 말하는가. 국민들이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원칙과 소신 밀어붙이기 리더십에 대해서도 불안하게 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예컨대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관련, 문제가 되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부의 경우 야당의 주장에 결코 양보할 생각이 없음을 대국민담화를 통해 밝혀놓고선 야당에게 논의를 위해 청와대 면담에 응해달라고 재차 요청한 것은 모순이다. 모종의 절차를 밟기 위한 수순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위험해 보인다. 국민들은 주먹 불끈 쥔 ‘통치’가 아니라 소통과 타협의 손바닥 편 ‘정치’를 보길 원한다.
또 다시 이산하의 ‘나무’를 읽게 하는 도낏날의 현실 정치, 이 땅의 정치에 봄날은 과연 언제쯤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