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한 산자락따라 내 발걸음따라 남녘의 훈풍타고 저~만치 오는 봄 키우리산악회와 떠난 봄마중 거금도 적대봉 정상서 바라본 점점이 박힌 다도해 풍광 일대 장관 ‘돌아보고 멀리보고’ 또다른 나를 찾은 소중한 기회 너를 보니 봄이 왔구나…

2013년 03월 15일(금) 00:00

회원들이 적대봉 정상을 향해 산행을 나서고 있다 /사진=나 인 (산악회 팀장)

3월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만물이 봄 기운을 맞아 기지개를 켠다. 키우리산악회(회장 이영길)도 지난 9일 정기산행에 나섰다. 최근 업무차 베트남 등을 다녀와 광주에 전날(8일) 도착한지라 산행에 나설지 망설였다. 심신이 지친데다 해야 할 일도 산더미 같이 쌓여 있어서다. 그러나 작심하고 등산에 동참했다. 마침 최근 산에서 운명을 달리한 고 김성용 산악대장의 추모 산행인지라 결정이 쉬웠다. 같은 생각이었을까? 일행도 50여명에 달했다.

목적지는 고흥 거금도 적대봉(592m). 달리는 버스에서 보는 농촌 풍경이 정겨웠다. 아직 농사를 시작하기에 이른 시기인지라 풍경은 다소 적막한데다 종종 짙은 안개가 시야를 가렸다. 버스로 2시간여를 달려 거금도 석정리 파상재 주차장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니 유난히 볕이 좋았다.

정상 등정에 앞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회원들.

각자 산행준비를 마치고 사전 답사를 했던 서영태 회원의 설명을 들은 후 본격적인 산행에 나섰다. 오늘 산행은 능선을 타고 적대봉에 오르는 것.

유명 산행지가 아닌 탓인지 안내원 대신 무인시스템이 등산객들에게 다시한번 경각심을 불어넣어준 것 같아 흐뭇했다. 예정된 산행시간은 총 3시간. 그리 높지 않은 산이다. 게다가 다른 산과 달리 험난하지도 않고, 일부 구간은 임도가 잘 조성돼 일행과 오순도순 얘기하면서 올랐다. 그러나 아무리 낮아도 산은 산이다. 30여분을 가자 한두명씩 겉옷을 벗었다.

거금대교에서 바라다본 다도해 풍경

정상을 300m 앞두고 전방에 설치된 각 방면별 이정표시판과 생태 설명문 입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정상 적대봉을 향하는 곧게 뻗은 능선 등산로는 키작은 나무들이 자리하고 있어 이동하는 동안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할 수 있었다.

소원탑앞에서 한 컷.

저아래 동남쪽 저수지와 바다의 섬들의 모습들. 사방을 내려다 보는 관경은 황홀할 정도로 전망이 좋았다.

두시간여 만에 정상인 거금도 적대봉에 도착했다. 적대봉은 마치 바다에 떠있는 고래등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산이다. 섬에 솟은 산이면서도 고흥군에서는 팔영산(608.6m) 다음으로 높은 적대봉은 펑퍼짐한 산세와 달리 전망이 매우 뛰어난 산이다.

정상에 서면 서쪽으로 완도, 남쪽으로 거문도 동쪽으로 여수 일원의 바다와 섬들이 한눈에 들어 올 뿐만 아니라 날씨가 좋으면 멀리 제주도가 바라보인다 할 정도로 전망이 좋다.

이러한 지형적인 특성 때문에 적대봉 정상에는 봉수대가 있다. 먼 풍경의 감상은 뒤로 한 채 고 김성용 대장의 추모식을 지냈다. 준비해간 제물과 예를 갖춰 명복을 빌었다. 마침 고인의 장남도 추모식에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왼쪽부터 이영길 산악회 회장, 박성수 교수, 임내현 국회의원, 박기상 산악회 부회장, 임용택 사장.

산행을 마치고 주차장에 도착하니 아직 오후 3시가 채 안됐다. 웅장한 거금대교를 배경으로 저마다 인증샷을 하는가 하면, 인근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간단한 뒷풀이를 한 후 일행 모두 근처에 있는 소록도로 향했다.

소록도에서 일행과 함께 중앙공원을 다녀왔다. 소록도가 갖는 상징성 때문인지 적지않은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같은 등산객도 있지만 대부분 가족단위가 많았다. 역사의 아픈 흔적이 고스란히 간직된 소록도를 둘러보면서 사뭇 나름대로 살아가면서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 것에 감사함이 들었다. 생각의 차이에 따라 행복의 만족도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여성회원들이 적대봉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아쉬움을 뒤로 한후 광주로 향했다. 오늘은 여러면에서 참 의미있는 산행이었다.

박종국 대표.

/글=박종국 (주) 피엔케이 대표

/사진=나 인 (산악회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