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적, 전봉준 그리고 황주홍 /서울취재본부 국장 jskim@kjdaily.com

2013년 04월 05일(금) 00:00

자신이 소속된 정당에 대해 일관되게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 왔던 초선의 황주홍 의원(영암·장흥·강진)이 오는 5·4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경선에 나선다.

황 의원은 최근 국회 출입 광주·전남기자단과 간담회에서 “초선의원으로서 최고위원 도전은 다소 빠른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오죽하면 초선인 내가 출마를 결심했겠나? 고려시대의 만적, 조선시대의 전봉준의 심정으로 (민주당에 대해) 민중이 있다면 봉기를 하고 싶고 부대가 있다면 전복해 버리고 싶다”고 강한 결의를 다졌다.

그가 언급한 만적과 전봉준은 누구인가. 만적(萬積)은 노비해방을 꿈꾼 혁명가였다. 고려 무신란 이후 최고 권력자로 등극한 최충헌(崔忠獻)의 종이었던 그는 1198년 노예들을 선동, 먼저 최충헌 등을 죽이고 뒤이어 각각 자기 주인을 죽인 후 노비(奴婢)의 문적(文籍)을 불살라 없애기로 계획했다. 그러나 동지 중에 밀고자가 생겨 백여 명의 노예들과 함께 붙잡혀 산채로 수장된 인물이다.

녹두장군으로 잘 알려진 전봉준(全琫準)은 조선 후기 발생한 동학농민운동의 지도자로서 부패한 관리를 처단하고 시정개혁을 도모한 사람이다. 민중을 위해 일어서 죽음을 앞둔 순간 목숨을 담보로 한 유혹마저 거부한 채 투쟁한 그의 삶은 민중을 반침략, 반봉건의 방향으로 각성시킴으로써 이후의 사회변혁운동과 민족해방운동의 진전에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고위원 출마의 당위를 설명하면서 만적과 전봉준을 언급한 것은 황 의원 스스로 이번 경선 출마를 매우 혁명적 사건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대선 패배이후 ‘호남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서는 민주당의 집권이 필요하며,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서는 현재의 ‘과거 지향적 계파주의’에 매몰돼 있는 민주당을 뿌리부터 철저하게 개혁해야 한다는 그의 지론이 강렬하게 반영된 것이다.

정치학자 출신의 황 의원은 “5·4 전당대회에서는 더 많은 이변이 속출해야 하며 개혁의 돌풍이 불어야 한다”면서 “어 리틀 리베리언(a little rebellion 작은 반란)이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 리틀 리베리언’은 미국 대통령 역사상 가장 지성적인 대통령으로 기억되는 토머스 제퍼슨이 즐겨 사용하던 용어이다. “한 사회가 건강성을 유지하려면 계속해서 ‘작은 반란’이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 제퍼슨의 지론이었다.

민주당 최고위원 예비경선은 오는 12일 오후 2시 서울 상암동 상암DMC에서 개최된다. 민주당 고문, 중앙당 위원장, 시·도지사, 국회의원, 지역위원장, 시장·군수, 시·도의회의장 등 중앙위원 363명이 1인 3표를 통해 본 경선에 나설 후보 7명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중앙위원 투표는 이변이 많이 일어난다. 우선 이들이 일반 당원과 달리 매우 ‘정치적 판단이 가능한’ 인물들인데다, 1인 3표라는 변수 때문에 결과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과거 2010년에 있었던 민주당 전당대회 당대표 컷오프에서 김효석과 추미애가 충격의 탈락을 경험한 것도 ‘중앙위원’ 투표의 난이도를 짐작케 한다.

황 의원의 ‘작은 반란’ 가운데 잘 알려지지 않은 일화가 있다. 19대 국회 개원협상이 늦어질 때 새누리당 의원들이 ‘무노동 무임금’이라며 총 15억원의 첫 월급을 반납한 일이 있었다. 당시 민주당은 “쇼 하지 마라”고 비아냥거렸을 때인데, 황 의원은 이미 자신의 월급 반납분에 조금 더 보태 지역구인 영암, 장흥, 강진 3개군에 똑같이 335만원씩 장학금을 지급했던 것.

이 일화는 그의 개혁론이 단지 화려한 정치적 수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용하지만 단호한 실천력이 있음을 보여준다. 오래전 만적과 전봉준의 혁명은 실패했지만 오늘날 황주홍의 개혁이 성공해야 할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서울취재본부 국장 jski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