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추징금 반드시 환수해야

오성수 정치부장

2013년 06월 18일(화) 00:00

전직 대통령의 추징금 미납이 새삼 논란이다. 검찰의 추징금 납부시효가 올 10월로 다가오는데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의 페이퍼컴퍼니가 최근 드러나면서 비난 여론이 높다.

대통령이 권력을 이용해 기업들로부터 검은돈을 받은 것은 것도 부끄럽지만, 추징금을 못 내겠다고 버틴 것은 참으로 한심하다. 이들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으로 본 모양이다.

전두환·노태우씨는 대통령으로 재직하면서 기업 등에서 수천억원의 뇌물을 받아 대법원에서 유죄로 판명되자 검찰은 추징금 징수에 나섰지만 아직도 진행중이다. 횟수로 16년째다. 추징금은 소액이라도 추징하면 공소시효가 3년 연장되는데 그동안 찔끔찔끔 추징해 지금까지 왔다. 따라서 만약 일부라도 추징하지 않으면 오는 10월 이후에는 법적으로 징수가 불가능하다.

여기에는 당사자의 책임이 크지만 그동안 여론과 정치권도 제 역할에 미흡했다.

처음 이 문제가 터졌을때 국민들은 분노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관심에서 멀어졌다. 당장 폭발할 것처럼 들끊다 금방 식어버리는 ‘냄비여론’의 한 단면이다.

그래서 지금도 추징금을 모두 환수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는 국민이 적지 않다.

국회는 관련법 제정에 나섰지만 여야는 ‘동상이몽’이고, 박근혜 대통령은 추징금에 대한 입장을 묻자 “과거 정권에서는 뭐 했냐”라는 알듯모를 듯한 말만 했을 뿐 어떻게 하겠다는 분명한 메시지가 없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의 추징금은 반드시 환수해야 한다. 이는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정도다. 잘못을 저질렀으면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여기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공평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또 돈이 없어 못내는 것이 아니라 안 내고 있는 것에 대한 단죄다.

사실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은 역사적으로나 국민입장에서 불행 그 자체였다. 대통령직에 오른 것도 그렇고 대통령을 수행하면서도 문제였다.

이들은 지난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군 형법상 반란·내란 혐의와 뇌물혐의로 유죄를 받았다. 노태우씨는 징역 17년과 추징금 2천628억원, 전두환씨는 무기징역과 추징금 2천205억원을 선고받았다. 그로부터 16년이 지났지만 이들은 여전히 추징금을 완납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2천397억원을 납부하고 230억원이 남은 노태우씨측은 검찰에 ‘추징금 집행을 해달라’고 탄원서를 냈다. 그런데 이면에는 가족간 불화가 생기자 동생과 사돈에게 맡겨둔 돈을 찾아 추징금을 다 내게 해 달라는 것이라고 하니 씁쓸하기 그지없다.

전두환씨는 더 가관이다. 그는 아직도 1천672억원을 내지 않고 있다. 그는 한때 전 재산이 29만1천원 밖에 없다고 버텼다. 하지만 2004년 차남 재용씨가 차명으로 관리하던 전두환 비자금이 발견됐고, 최근에는 장남 재국씨의 페이퍼컴퍼니가 발각되면서 전씨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비자금을 빼돌렸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아들과 딸등 그의 가족 재산이 수천억대에 이른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비난 여론이 거세자 검찰에서도 집행 전담팀을 꾸려 차명보유 재산을 추진중이라고 하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여러 정황을 감안할 때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공소시효 기간 내에 전두환씨의 미납 추징금 납부 기대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현행법으로는 전두환씨 명의로 된 재산이 거의 없는데다 강제성도 없어 전씨가 버티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추징금 시효를 늘리고 가족 재산을 추징하자는 것 등이 골자다.

여권 일부에서는 가족재산 추징은 연좌제를 금지한 헌번에 위배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부패한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잘못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또 이는 전두환씨 특정인 만을 겨냥한 입법도 아니다. 불법으로 돈을 모아 가족 등 다른 사람 명의로 빼돌린다고 해도 반드시 환수된다는 학습효과도 거둘 수 있다. 정치권은 법리문제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민심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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