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조상은 산을 신으로 받들었다 박화식 |
| 2013년 07월 04일(목)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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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은 산신의 후예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하느님 환인의 아들 환웅이 홍익인간의 이념을 안고 태백산으로 내려와 신단수(神檀樹) 밑에 신시(神市)를 열었으며, 환웅의 아들 단군(檀君)은 평양성에서 조선을 세우고, 그 후 아사달로 옮겨 1천500년 동안 나라를 다스리다 기자에게 왕위를 물려준 다음 1천908세에 산신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산을 하늘과 지상을 이어주는 가교로 여기고 신성시했다. 그런데 현재 우리는 산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멀쩡한 산을 깎아서 집을 짓고, 도로가 산허리를 두동강내고, 산의 껍질을 벗겨 골프장을 만들고…. 마치 벌레가 나뭇잎을 갉아먹듯이 산지를 잠식해 전국의 산들이 몰골로 변해가고 있다.
그래서 현행 산지관리 방법의 개선방향에 대해 몇가지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지금까지 산지관리는 무계획적이고 소극적으로 이뤄져 왔다. 지금의 산지전용이나 토석채취처럼 수요자의 신청에 의해 허가하는 방식으로는 늘어나는 개발압력과 각종 건설사업용 토석의 공급에 따른 산지의 난개발을 막기 어렵다고 본다. 지역별 개발수요와 산지 특성을 감안한 체계적인 산지 보전 및 이용 계획을 수립해 보다 적극적으로 산지를 관리해야 한다. 특히 도시지역의 경우 도시계획과 연계해 친환경적인 산지이용에 초점을 맞춘 별도의 산지관리계획이 필요하다. 또한 전국의 산지를 등급화하고, 등급별로 개발가능 여부, 개발용도나 기준 등을 제시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둘째, 산지전용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전용 제한지역을 대폭 확대하고, 절토 높이 및 토석의 반출량을 지금보다 엄격히 제한해 무분별한 지형훼손을 최소화하는 지형순응형 개발이 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조상들이 금기했던 산줄기, 물줄기 등 지리적 맥락을 훼손하는 산지개발은 방지해야 한다. 그리고 산지전용은 지목이 변경되어 관리상 어려움이 따르므로 지목이 바뀌지 않는 지금의 산지일시사용제를 확대한 ‘산지이용’ 제도를 도입하고, 산지전용제도는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주택·도로 등 각종 건설공사에 쓰이는 토석의 채취를 위한 제도의 개선도 시급하다. 먼저 채석단지식의 대단위화가 필요하고, 지금의 수동적인 허가제보다는 국가나 자치단체가 중장기 토석 수급계획을 수립한 후 필요한 토석에 대해 경제성이 높고 환경피해가 적은 지역을 허가대상지로 지정하거나, 허가 적합성을 기준으로 높은 등급지부터 우선 허가하는 등급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공사업에 의한 산지훼손이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대부분의 도로가 산지를 관통함으로써 산을 누더기로 만들고 있다. 넓고 곧은 도로를 달릴 때마다 편리함에 앞서 자연(경관) 훼손에서 오는 심기의 불편이 먼저 다가온다. 환경보다 경제성과 사업 추진의 편리성만 앞세운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현재 공공사업의 경우 제한지역에서도 토석채취가 가능한데, 공익을 앞세워 산지를 훼손한다는 비난을 면하기 위해서는 공공사업도 제한지역내 토석채취를 금하거나 허용범위를 크게 축소할 필요가 있다.
산은 목재생산, 기후조절, 산소공급, 수원함양, 치유·휴양 기능 등과 함께 가장 풍부한 생명의 원천으로서 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대체불가의 자연 자원이다. 조상들과 같이 산을 신처럼 받들고, 산림을 신단수처럼 가꿀 때 자연생태계는 물론 우리의 참다운 삶이 지속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