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장의 ‘애지중지’ 행정

박준수 편집국장

2013년 07월 09일(화) 00:00

전남 영암 출신으로 새 정부 인사에서 내부 승진한 민형종 조달청장이 지난 1일 지방청 순방차 광주를 방문했다.

취임 후 ‘조달행정 혁신’을 기치로 분주하게 현장을 누벼온 그는 이날 역시 광주·전남지역 조달업체와 간담회를 갖고 강운태 광주시장을 예방한데 이어, 주요 간부 및 11개 지방청장이 참석한 가운데 ‘조달정책 현장 확인·점검회의’를 개최하는 등 빠듯한 일정을 보냈다.

그는 이날 오후 시간을 쪼개 본보와 인터뷰를 가졌는데, 중소기업과 농촌을 사랑하는 마음이 각별하게 와 닿았다. 지역을 사랑하고 중소기업을 아낌없이 지원하는 이른바 ‘애지중지(愛地中支)’ 행정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정부 조달물자를 구매·공급하는 조달행정의 특성상 중소기업 지원활동은 당연한 업무이지만 그가 밝힌 지원정책은 한발짝 더 현실에 다가선 느낌이다.

그는 공공조달 40조원의 구매력을 원천으로 창조경제의 플랫폼인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별 특화된 다양한 제도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독특한 문화와 창의력을 가진 지역들을 유기적으로 융합할 때 새 정부가 추구하는 창조경제가 보다 활기차게 작동할 것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가 제시한 지역기업 우대방안은 ‘지역제한 경쟁 입찰 처리기준’을 마련해 추정 가격이 고시금액 미만이고 경쟁성이 있는 경우 지역제한 경쟁 입찰을 적극 실시한다는 것이다. 또 본·지방청 협업을 통해 지역 우수제품 및 지역특화 상품 개발에 적극 나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지역별로 특화된 물품이나 문화 등을 상품으로 개발해 종합쇼핑몰을 통해 판매하는 방안도 눈길을 끈다. 특히 최근 관광산업 트렌드가 ‘보는 관광’에서 ‘체험하는 관광’으로 변화됨에 따라 지역별로 특화된 농어촌 체험·휴양마을을 종합쇼핑몰 상품으로 개발해 공급하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벌써 지난달 지역 생산품목을 종합쇼핑몰에 등록되도록 하기 위해 ‘신상품개발팀’을 발족, 지역별 업체 및 수요기관 분포, 토산물, 전통문화상품 구성 등을 반영하고 있다.

이런 민 청장의 시책들은 30여년 조달청에 근무하면서 체득된 노하우이기도 하겠지만 시골에서 나고 자란 고향정서가 몸에 밴 때문으로 보인다.

그가 태어난 곳은 영암 금정으로 옛날엔 깡촌이나 다름없는 산골오지이다. 지금도 차를 타고 굽이굽이 산길을 한참 동안 돌아가야 닿는 곳이다.

그의 선친은 80년 광주민주화운동의 소용돌이 속에서 학생들을 지키기 위해 온몸을 던진 고 민준식 전남대 총장이다. 신군부에 의해 해직됐다가 5년 여만에 복직하는 아픔을 겪으면서도 주변에 일체 자신의 소회를 드러내지 않는 등 학자로서 품위를 지켰다.

그의 취임 소식이 전해지자 고향마을에선 축하 플래카드가 내걸리고 떠들썩하게 잔칫집 분위기가 연출됐다고 한다. 작은 산골마을에 국립대학 총장에 이어 차관급 정부기관장이 배출됐으니 주민들의 자부심이 얼마나 대단했을지 짐작이 간다.

이처럼 고위공직은 개인의 성취와 영광의 대상일뿐 아니라 그를 배출한 지역의 주민과 문화의 구심점과 정책적 가교역할을 하기도 한다.

농촌과 지방 출신이 아닌 공직자도 그동안의 업무수행 과정을 통해 터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관장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내겠지만 지역의 정서와 애착까지 정책에 담아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지역 소재 기업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소하고 이들이 강소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적극 돕겠다”는 민 청장의 말은 단순히 조달청장으로서 의례적인 표현이 아니라 진정성이 담긴 열정으로 느껴진다.

박근혜 대통령은 행복한 대한민국 건설을 위해 소통과 화합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공약했다. 아울러 탕평인사를 실시해 지역의 인재를 고루 등용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런 맥락에서 향후 정부 인사는 특정지역과 정치권과의 친소 관계를 떠나 전문성과 지역적 대표성을 고려해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공직은 승리한 정권의 전리품이 아니라 사회통합의 매개체이어야 한다.

정권에 충성하는 공직자보다는 국민에게 봉사하고 헌신하는 공직자가 성공하는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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