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쿨 비즈(Cool biz)와 탁족(濯足) 박상원 부국장 겸 경제부장 |
| 2013년 07월 16일(화)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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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현재 가동을 중단했던 한울 원전 5호기가 11일 재가동을 시작해 원전 23기중 15기가 가동되면서 전력공급이 전체 발전용량의 68.1%까지 올랐다. 하지만 올 여름 폭염이 그 어느 때보다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돼 찜통더위의 피크기인 8월 초·중순의 블랙 아읏 위기는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지난 2011년 9월 15일 블랙아웃의 악몽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공포감이 국민들의 뇌리에 똬리를 틀고 있다. 9·15 이후 정부는 대책을 쏟아냈지만 지금까지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결국 국민 스스로 에너지를 절약하는 습관을 실천하는 길 외에 뾰족한 방법을 찾을 수 없게 됐다.
전력대란의 원인이 앞서 제기한 원전 부품비리 외에 매년 반복되는 수급관리 정책의 실패,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발전설비 확충, 지속가능한 에너지원 개발 미흡, 에너지 과소비 등이 얼기설기 꼬여있는 모양새다. 이 같은 복합적인 원인에 따른 전력 대란을 피하기 위해 개인과 기업, 자치단체 등은 각종 절전 아이디어를 짜내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산업계와 금융기관, 유통업체, 회사원과 공무원, 일반 가정 모두 선택의 여지없이 절전에 동참해야만 한다. 전력난의 원인이 정부 정책 실패에 있지만 그 짐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되고 있다.
올 여름 절전에 대비하고 무더위를 이기는 새로운 방법으로 ‘쿨 비즈(Cool biz)’가 주목받고 있다. ‘쿨 비즈’는 쿨(Cool)과 비즈니스(business)의 합성어로 2004년 일본에서 에너지 절약운동차원에서 시작됐다. 넥타이를 벗고 옷은 간단히 입는 것으로 냉방기 사용을 제한해 전기를 절약하자는 운동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6월부터 8월까지 이 제도를 도입 시행하고 있다. 직원들이 휘들옷을 입고 출근한다. 휘들옷은 ‘휘몰아치는 들판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같은 옷’이라는 순 우리말로 반바지를 입고 샌들을 신는 것이 허용된다. 그러나 체면과 의전을 중시하는 전통을 의식한 탓인지 전국 지자체로 확산되지는 않고 있다. 의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쿨 비즈 바람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선 에너지 절약의 습관화가 중요하다. 나 하나는 괜찮겠지 하며 안이하게 대처하면 전국이 암흑으로 변하는 블랙아웃, 대혼란을 겪을 것이다.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손쉬운 절전은 대기전력 소비를 막는 플러그를 뽑거나 TV시청 1시간 줄이기(312억 절약), 냉장고 문 하루 4번 덜 열기(63억원), 냉장고 보관 음식물 10% 줄이기(50억원) 등으로 누구나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절전은 이제 국민 모두가 실천해야 하는 당위를 넘어 생존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앞으로 한 달여 폭염에 열대야, 전력위기 등 견디기 힘든 여름이 될 것이다. 이 때 옛 선인들의 피서 법은 좋은 처방이 될 수 있다. 선인들도 삼복더위는 힘든 시기로 더위를 이겨내는 각종 지혜가 출현했다. 더위를 쫓으면서도 생활의 여유까지 선사했던 피서는 단연 탁족(濯足)이었다. 반상의 구별 없이 누구나 맑고 시원한 계곡을 찾아 발을 담그고 씻는 행위는 가장 손쉬우면서도 효과만점이었다. 또 무더운 여름밤 삼베옷과 열 두 개의 대줄기를 얼기설기 엮어 만든 죽부인은 대나무의 차가운 감촉에 솔솔 스며드는 시원한 바람으로 저절로 숙면할 수 있었다.
선인들의 피서는 더위를 피해 멀리 떠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더위를 식히는 것이었다. 몸에 좋지 않은 인공바람인 에어컨을 끄고 대나무로 만든 소품하나, 시원한 모시 한 벌, 가까운 계곡을 찾아 발을 담그고 그 동안 읽고 싶었던 책 한권을 읽어본다면 더위는 저만치 물러가 있을 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세상의 욕심을 지우며 마음을 닦아 맑게 살아가는 복을 청복(淸福)이라 했다. 세상의 번뇌를 잠시 뒤로 하고, 작고 아름다운 일상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 마음의 평정까지 고려한 조상들의 피서, 이게 진정한 웰빙 피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