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관광’의 새 모델 장성 청렴교육

이경수 부국장 겸 사회부장

2013년 07월 30일(화) 00:00

2년이 채 되지 않은 지난 2011년 10월, 기자는 장성에 지어진 하나의 집, ‘청백당’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전남 곳곳에 있는 한옥호텔 또는 한옥민박집의 하나로 볼 수 있는 이곳 청백당을 기자가 주목한 이유는 이 집이 탄생한 의미 뿐만 아니라 향후 활용 방안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당시 ‘장성 청백당을 기대한다’라는 제하의 칼럼에서 기자는 이 곳이 단순히 청백리 한 사람의 청렴한 일생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을 넘어 이 집을 통해 장성군이 시도한 교육 프로그램의 참신성과 성공 가능성을 확신했었다.

황룡면 아곡리에 있는 이 집은 조선시대 3대 청백리의 한 사람인 아곡(莪谷) 박수량(1491-1554년)의 청렴한 삶을 되새기는 공간이다. 장성군은 2011년 하반기부터 이 집을 거점 삼아 청렴교육 체험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진행했다. 조선시대 청백리의 표상인 아곡 박수량과 지지당 송흠 선생의 정신이 살아있는 고장의 특성을 살려 중앙 및 지방자치단체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을 대상으로 1박2일 또는 2박3일 일정의 청렴교육 프로그램을 추진한 것이다.

준비한 프로그램은 단순하다. 옛 선비들의 청렴함을 가슴에 새길 수 있도록 그분들에 대한 생애와 일화 등 공직 윤리관을 소개하고, 청렴의 상징인 백비 참배 등 그 발자취의 현장을 찾아 정신을 배우는 것이다.

청렴교육이 활성화하면서 지역사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2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지금까지 전국 141개 기관에서 321회, 2만1천200여명의 교육생이 장성을 다녀갔다.

교육에 참가한 기관도 다양하다. 중앙공무원교육원, 지방행정연수원, 중앙소방학교, 충남교육연수원, 제주도 탐라교육원 등 교육연수기관과 전라남도, 경남 창원시청, 충남 부여군 등 전국 곳곳의 공무원들이 장성을 찾았다.

여기에서 기자는 장성군이 오래전부터 지역에 존재해 있던 인물과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해 ‘교육관광’이란 새로운 관광 트렌드를 창출해 냈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주목하고 있다. 청렴교육이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이 아니라 외지인이 지역을 방문해 청렴유적지를 탐방하고 지식을 얻는 관광활동을 통해 지역 이미지를 제고시키는 한편 직접적인 소득까지 올릴 수 있다는 사실에서다.

누구나 실감하듯, 지금 전국은 축제 열풍이다. 전국적으로 단 하루도 축제가 열리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축제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명료하다. 지역홍보와 더불어 외지인을 지역으로 끌어들이는데 축제만큼 쉬운 방법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놀이판만 벌여 놓으면 손님은 찾아들게 마련이다. 문제는, 여기에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행사장도 꾸며야 하고 관광객 유인책도 써야 하는데, 이게 다 돈을 필요로 한다. 그럼에도 인기로 먹고 사는 자치단체장들은 열악한 재정상태는 아랑곳없이 수많은 관광객을 한꺼번에 끌어 모았다는 눈에 보이는 성과를 쫓아 경쟁적으로 잔치판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청렴교육 프로그램은 돈이 들지 않는다. 거액을 들여 눈에 확 들어올 시설물을 지을 필요가 없다. 축제장 같은 하드웨어를 꾸밀 필요 없이 단지 실용성 있는 프로그램만 잘 짜면 된다. 장성군은 ‘청렴과 선비, 문화와 자연과의 만남’이라는 소재를 활용해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창출하고 있다.

그럼에도 효과는 쏠쏠하게 나타나고 있다. 간단한 사례를 소개하자면, 이 교육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는 고기와 생선이 없는 채식 위주의 식사가 제공된다. 조선시대 밥상과 현대식이 어우러진 제철 재료를 활용한 ‘청백리 밥상’이다. 소박하지만 정갈한 맛을 내는 이 청백리 밥상은 요즘 시골밥상, 웰빙밥상으로 진화해 도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장성의 농·특산물 판매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더 큰 효과는 지역 이미지 제고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예로부터 문불여장성(文不如長城)으로 불린 이곳은 교육의 본고장이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하면서 ‘청렴교육의 메카’라는 또 하나의 지역브랜드로 군격(郡格)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돈만 쏟아 부으면 된다는 구태에서 벗어나 발상의 전환으로 ‘교육관광’의 새 모델을 창출한 장성군의 앞날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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