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복지와 중산층 기준

박상원 부국장 겸 경제부장

2013년 08월 27일(화) 00:00

박근혜 정부의 보편적 복지 공약 실현을 위한 재원 방안을 놓고 정치권이 연일 달아오르고 있다. 중산층 근로자의 증세논란을 야기했던 정부의 세법개정안을 둘러싼 여진은 수정안이 나왔음에도 계속되고 있다. 소득세의 소득공제방식을 세액공제로 바꾸고 세(稅)부담 기준을 연소득 3천450원으로 하는 세법개정안이 기준 근거와 ‘월급쟁이 세금폭탄’이란 비판에 부담 기준을 5천500만원으로 올렸다. 정부가 내세운 중산층의 세 부담기준이 제도 시행 시점마다 다르고 국민이 느끼는 체감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복지 증세 논란은 여권 내부에서도 ‘증세 불가피론’을 주장하는 등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박 대통령은 직접 증세 없이 탈세 근절과 지하경제 양성화 등으로 복지 재원을 마련한다는 입장이지만 세수확보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에서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대선기간 여권이 공약한 복지는 기초연금과 중증질환 건강보험 적용, 셋째 자녀이상 대학등록금 전액지원, 0~5세 보육료 양육수당 전 계층 지원 등 대다수가 혜택을 받는 보편적 복지 방식이다. 이를 실현하려면 일시적인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보편적 복지 재원 확보를 위한 세 부담 방안으로 제시된 중산층 기준에 대한 국민 체감 여론은 매우 냉소적이다. 최근 한국갤럽이 국민 1천2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산층의 연소득 하한선 평균이 6천2백만 원으로 나타났다. ‘5천만~6천만원대’가 37%로 가장 많이 응답했고, 그 다음은 ‘3천만~4천만원대’ 14%, ‘7천만~8천만원대’ 20%, ‘9천만 원 이상’ 11%로 나타났다. 15%는 의견을 유보했고, ‘3천만 원’ 미만은 2%에 불과했다. 정부의 세 부담 기준과는 큰 괴리감을 보여주고 있다. 합리적인 정책 제시로 국민의 합의를 이끌어 내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중산층 기준 논란은 이미 지난해 가을 온라인과 SNS(소셜 네트워크)에서 회자된 ‘중산층 별곡’에서 사회적 반향을 읽을 수 있다. 한국의 중산층 기준(직장인 설문조사)은 ‘부채 없는 30평대 아파트, 월급 500만원 이상, 2000cc급 중형차, 예금 잔고 1억원 이상, 해외여행 1년에 한두 차례’로 수긍은 가지만 자신과 거리가 너무 멀다고 생각한 사람이 많았다. 프랑스(퐁피두 대통령)는 ‘외국어 하나정도 구사, 직접 즐기는 스포츠와 악기 연주, 남들과 다른 맛을 내는 별미요리, 사회적 공분, 타인을 위한 봉사활동’으로 돈이 있다고 중산층이 되는 기준과 차원이 다르다.

영국의 중산층(옥스포드 대학)기준은 ‘페어플레이, 자신의 주장과 신념, 독선적인 행동 경계,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 대응, 불의와 불법에 의연한 대처’ 등이다. 미국의 중산층(공립학교 제시)은 ‘자신의 주장을 떳떳히 하고, 사회적인 약자를 보호하며, 부정과 불법에 대한 저항, 비평지 하나정도 정기 구독’ 등으로 경제적인 요소는 없고 사회적 존재로서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선진국의 중산층 기준은 직장을 잃거나 실패를 해도 인간적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보편적 복지위에 중산층의 기준을 세웠다. 하지만 사회안전망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한국의 직장인들은 생존경쟁의 장에서 안정적인 경제적인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보편적 복지를 위한 정부의 재원 확보 방안은 세 부담기준을 중산층 근로자에 맞추고 있다. 세법개정안을 내놓으면서 적용한 기준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전체 가구소득의 중간점에서 50~150%범위다. 통계청 계산으로 환산하면 4인 가족은 2천124만원~6천372만원으로, 연소득 2천만 원 안팎이면 차상위 계층으로 빈곤층에 가깝다. 사교육과 가계부채로 55%가 적자인생인 우리나라 중산층이 보편적 복지를 위한 세 부담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정부의 복지 지출이 선진국과 비교해 늘어야 하지만 증세 없는 복지를 추진할 때 중산층의 붕괴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 증세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붕괴직전에 몰린 중산층에게 현실에 맞지 않는 통계를 들이대며 소득이 많으니 세금을 더 내라는 세법 개정은 어딘가 모르게 너무 불안하다. 국민이 고르게 세 부담을 하고 혜택을 받는 합리적인 중산층 기준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이와 함께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려면 교육구조 개편과 부동산 시장 안정, 국가차원의 노후대책을 고민하고 대책을 세워야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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