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누구를 위한 것인가

박상원 부국장 겸 경제부장

2013년 10월 08일(화) 00:00

기초연금을 둘러싼 뜨거운 논쟁이 ‘복지시대’를 실감케 하는 요즘이다. 박근혜 정부의 공약 불이행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기초연금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한데 정치권과 전문가들의 상반된 주장과 내용이 더욱 혼란을 부채질하는 형국이다. 해당 장관이 소신을 주장하며 사퇴하고, 정부·여당은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상위 30% 노인을 배제하면서 상황이 좋아지면 지키겠다는 또 다른 조건부 약속을 했다. 문제는 ‘돈’이다. 재원 확보를 놓고 벌이는 정치권의 대립이 국민을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노인의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기초노령연금은 지난 2007년 한나라당이 주도하며 국민연금과 상관없이 노인들의 기본소득 보장을 위해 마련됐다. 박대통령은 지난 대선기간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매달 20만원씩 지급 하겠다’는 공약으로 노인층의 지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이후 재정문제로 소득 상위 30%는 배제되고, 나머지 소득 하위 70% 노인도 국민연금과 연계해 최저 10만원에서 최대 20만원을 차등 지급하는 것으로 후퇴했다. 공약 파기라며 야당이 강도 높게 비판하는 이유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논란은 국민연금과의 연계에 따른 미래 노인들인 젊은 세대의 기초연금 축소와 부담문제로 이어진다. 국민연금과 연계한 기초연금의 차등지급이 핵심 쟁점이다. 지금의 40대와 50대는 국민연금 가입자의 소득과 무관하게 가입기간이 12년 이상인 사람은 그 기간이 1년씩 초과할 때마다 약 1만원씩 기초연금이 당초목표보다 줄여서 지급받게 된다. 또 가입기간이 20년을 초과할 경우 기초연금이 10만원으로 동일하게 된다. 정부안은 기초연금이 삭감되지 않은 12년 동안만 국민연금에 가입하고 탈퇴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되게 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국민연금에 오래 가입할수록 기초연금을 포함한 총 연금이 더 많아져서 이득이다’ 고 설득한다. 그렇다면 한푼 두푼 국민연금에 오래 부어온 저소득층이 왜 기초연금을 적게 받아야 하는지, 기초연금을 소득인정액과 연계하는 방안과 비교할 때 재정부담에 큰 차이가 없는데 국민연금과 연계하려는 이유는 무엇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가입자 스스로가 낸 보험료를 돌려받는 적립식이라면 기초연금은 세금을 통한 공적 부조의 성격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장하는 ‘미래세대에 더 이득이 된다’는 논리도 오류가 있다. 현행 기초노령연금제도가 그대로 유지되면 2028년에는 연금액이 2배로 올라 소득하위 70% 노인들은 모두 20만원을 받는다. 그런데 기초연금제도가 도입되면 미래세대는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기초 연금액이 최대 절반까지 줄어든다. 연금 전문가들은 ‘현행법을 그대로 두면 기초노령연금액이 15년 뒤에는 2배로 일괄 인상된다는 것을 정부가 알면서도 무리하게 기초연금을 도입하려 한다’며 국민들에게 더 명확한 자료를 제시하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은 퇴직금이나 사적연금 등과 함께 노후 소득보장 체계를 형성하는 상호 보완관계에 있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연동시키는 구조는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 있는 발상일 수 있다. 현행 국민연금 수령액은 노후를 충분히 영위하기에는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국민연금 수령액이 오는 2028년까지 소득대체율 40% 수준으로 떨어진다. 국민연금을 보완하는 성격으로 기초연금을 도입한 것인데, 정부안은 국민연금이 기초연금을 대체할 수 있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는 듯하다.

정부의 기초연금이 국민연금과 연동해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국민연금의 노인소득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기초연금 대상자 하위 70%를 선정하기 위해선 모든 노인 가구당 소득 인정액(소득평가액+재산의 소득환산액)을 평가하게 되는데 그 금액에 따라 기초연금을 정하는 게 보다 합리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소득평가액에는 국민연금 수급액도 포함하므로 소득 인정액으로 기초연금을 주는게 더 맞다. 기초연금은 국민 모두를 위한 보편적 복지여야 하기 때문이다.

보편적 복지 실천의 가장 중요한 기반은 재원이다. 국민 대다수의 공감을 얻는 세수 확보 방법을 통한 기초연금제도가 실현돼야 한다. 재원이 부족해 공약이행이 불가능하다면 사정을 솔직히 시인하고 국민의 양해를 구하는 소통과 설득의 리더십도 필요하다. 최근 3선에 성공한 독일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이 돋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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