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인 사회봉사가 필요하다 박연오 사회부장

2013년 11월 05일(화) 00:00

개인이 자원봉사를, 기업이 사회적 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해 벌이는 사회공헌사업이 사회저변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자원봉사자(volunteer)의 사전적 정의는 자유의지를 뜻하는 라틴어 ‘voluntas’와 사람을 뜻하는 ‘eer’의 복합어에서 연유된 것이다. 즉, 자유의지를 가지고 자기 스스로 규제받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사람이나 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우리는 미국을 자원봉사의 나라로 평가하고 있다. 미국 국민들은 남을 돕는 헌신이나 희생을 시민의 책임이자 의무라고 여기고 있으며, 실제로 전 국민의 50%이상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2001년 미국 9·11 테러로 세계무역센터가 붕괴됐을 당시 사상자가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헌혈 자원봉사자들이 앞 다퉈 건강상태를 검사받은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오죽하면 구조작업 현장에 자원봉사자가 너무 많이 몰리자 그만 올 것을 호소까지 할 정도였다. 봉사단체 역시 마찬가지다. 비영리 종교단체인 FMSC는 하루에 42만명 이상 어린이들의 끼니를 70여개국에 공급하고 있다.

국내의 자원봉사 성공사례로는 충남 태안군에서 발생한 서해안 유류피해 사고 때 무려 100만 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했다. 이 모든 봉사자들이 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고 사회 문제 해결에 나선 이들이다.

물론 형식적인 면도 적지 않지만 진정으로 자신을 희생하고, 실질적으로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가치 있는 자원봉사와 사회공헌 사례들도 많다. 최근 들어는 한국형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평가를 받고 있는 통큰 기부자의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가 경제계의 화두다. 기부액이 1억 원이 넘는 개인 고액 기부자들의 모임으로 올해 출범 7년째를 맞고 있는데, 해마다 가입자들이 늘면서 우리 지역에서도 2명이 회원에 가입했다.

가깝게는 얼마 전 코레일 광주본부 봉사단체가 최근 3년 동안 110회에 걸쳐 전남지역 농민들을 위해 사회공헌사업을 수행해 오는 등 광주·전남지역 소외계층을 상대로 총 1천285회에 걸쳐 2만8천510시간의 봉사활동을 가져 화제가 됐었다.

그렇다고 봉사활동 모두가 진정성이 담긴 것만은 아니다. 지난 5월 순천에서는 고등학교 학생들이 노인복지시설에 봉사활동을 갔다가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상대로 벌인 폐륜적인 행동이 온라인에 퍼져 충격을 주기도 했었다. 당시 한 학생은 병상에 누워있는 한 할머니에게 “네 이놈 당장 일어나지 못할까”라며 반말을 하고 장난을 쳤는데, 그 장면을 다른 학생이 동영상으로 찍어 유포시켰었다. 감히 상상도 못한 일이 봉사활동 현장에서 벌어진 것이었다.

이 모두가 상당수 학생들이 자원봉사활동의 의미와 자세 등에 대한 마음가짐이 결여된 상태에서 봉사현장에 투입된 때문이다. 자원봉사활동의 순수성이 퇴색된 채 오히려 피봉사자에게 불편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청소년들에게도 왜곡된 자원봉사 정신을 심어 주고 있다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봉사활동의 의미와 가치관 없이 시간 때우기식 활동으로 인증서를 발급받으려는 행위로 순수해야 할 학생들이 요령과 적당주의를 학습하는 꼴이나 다를 바 없다. 청소년기의 자원봉사활동은 미래의 건전한 선진 민주시민으로 성장해 가는 중요한 시기다.

지금 이 지구상에는 기본적으로 먹어야 할 것을 먹지 못하고, 가져야 할 것을 소유하지 못해 고통당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나눔에서 희망을 찾고 베풀어 행복을 찾는 봉사의 자리가 무한하다는 예기다. 하지만 국가나 지자체의 역량만으로는 사회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란 만만치 않다. 결국 공공 영역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수단은 자원봉사가 유일하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기부로 사회공헌의 실천을,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직접 현장봉사를 하면 되며, 전문직을 가진 사람이라면 자신의 전문 지식을 나누면 된다. 그것이 바로 자발적인 자원봉사 참여가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