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순사건] 민간인 학살로 점철된 인권유린 원죄 해결 절실 여순사건 65주년 특별법 제정하자 |
| 2013년 11월 06일(수)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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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사는 고난의 민족사이다. 해방 후, 지난 60여년간 우리 민족의 현대사는 참으로 혹독한 과정과 시련을 겪어 왔다. 1946년 대구 10월, 1948년 제주4·3과 여순사건, 1950년 6·25 한국전쟁과 민간인집단학살, 1960년 4·19혁명, 1980년 광주5·18민주화운동, 1987년 6월항쟁과 7-8월 노동자 대투쟁,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등 실로 엄청난 민족사적 사건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대체적으로 20-30년을 주기로 숨가쁘게 일어났으며, 이때마다 국가공권력에 의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인권유린과 인권침해가 뒤따랐다. 이렇게 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민주화운동사는 불행하게도 국가폭력과 그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 한국의 민중은 격동의 역사를 겪는 동안 격렬하고 끊임없는 저항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왔다. 국가폭력에 의한 ‘대량의 중대한 인권침해’에 대해 인간의 회복을 외치는 끈질긴 투쟁이 있어온 것이다. 20세기 내내 식민지 지배에 대항한 민족해방운동과 외세에 의해 분단된 조국의 통일운동 및 군사독재정권의 통치를 반대하는 민주화운동 등을 치열하게 전개했던 것이다. 결국 우리는 세계사에 자랑할 만한 민주화를 쟁취했다. 오늘날 우리가 이 정도의 민주화를 누리고 있는 것은 그들 선진들이 고귀한 목숨을 담보로 쟁취해 남겨준 민주화라는 자랑스러운 유산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국가폭력으로 희생된 그들을 기억하면서, 그러나 최근 박근혜정부 들어 국정원과 국방부 사이버사령부 및 선거관리위원회, 국가보훈처 등의 대선 개입 의혹과 NLL 대화록 공개 등으로 이어지는 작금의 총체적인 부정선거 양상을 띠고 있는 정세로 신 공안정국이 전개되고 있는 우리들을 심히 부끄럽게 하고 있다. 어떻게 세운 민주화인가 말이다.
어느 덧 여순사건 제65주기를 맞았다. 그러나 해방후 한국전쟁전후 격동의 역사를 써 온 여순사건의 역사는 이제 그 발자취가 묘연해지고 있다. 진실화해위원회가 여순사건 역사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밝혀진바 없는데도 말이다. 진상규명이 된 유족보다 진상규명이 안된 유족이 더 많은 현실임에도, 국가는 이를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여순사건은 군경토벌, 보도연맹, 형무소학살, 부역혐의사건 등이 복합적으로 내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결과는 여수지역 여순사건, 순천지역 여순사건, 구례지역 여순사건 등의 지역별 사건으로 구성돼 사건의 본질을 심하게 왜곡하고 있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여순사건을 진실화해위원회가 전원위원회(2007년 3월6일)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으로 규정해 직권조사 사건으로 의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청인 중심으로 조사했다는 것이다. 직권조사를 제대로 활용해 진압군에 의한 민간인집단희생사건과 함께 본 사건과 밀접하게 관련된 해당 지역의 국민보도연맹사건, 형무소재소자희생사건, 부역혐의사건 및 14연대 반군과 지방좌익에 의한 적대세력사건도 포괄해 총체적인 진실규명을 하지 않음으로 인해 상처만 건드려만 놓고, 치유책을 주지 않은 상황이 발생했다. 60여년간 지속된 지역사회 내의 갈등을 풀고 화해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도 지역별·사건 유형별 개별 보고서가 아닌 반드시 여순사건의 해당 전 지역과 사건의 유형을 포괄하는 총체적인 기술로 재구성하는 종합적인 보고서가 필요한데, 이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는 상태로 진실화해위원회가 종료됨으로 인해 사회통합과는 거리가 먼 활동을 하고 말았던 것이다.
또한 진실화해위원회가 결정한 지역별·사건 유형별 결정보고서라는 개별보고서는 실제에 있어서 여순사건 발생 지역과 피해 유족들을 지역과 사건 유형별로 분리시키고 있어 이로 인해 유족회 공동체가 파괴됨은 물론, 여순사건이라는 역사 공동체 또한 파괴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진실화해위원회가 조사의 성과주의의 매몰되어 미처 예기치 못한 공동체 파괴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60년간 지속된 지역사회 내의 갈등을 풀고 화해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도 반드시 통사적인 기술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여수, 순천, 광양, 구례, 보성, 고흥 지역 등을 구분해 독립적인 사건으로 개별보고서가 발표되면 여순사건이라는 단일한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지도 않을 뿐 더러, 사건시기도 지역마다 달라져 역사적 사건을 심각하게 왜곡하는 우려스러운 보고서가 되고 말았다. 조사업무의 편의와 기능상, 조사를 지역별과 사건 유형별로 진행한다 할지라도, 결정보고서를 이러한 방식으로 기술한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었던 것이다.
여순사건은 전남동부지역은 물론이요, 전남지역 전체와 전북 남부지역 및 경남 서부지역 일대의 33개 지역에서 발생한 거의 전국적인 사건이었다. 미군정의 식량정책 실패와 함께 제주4·3 파병을 거부하고 동족이 동족을 죽일 수 없다는 격렬한 항쟁은 여수·순천·광양·구례·고흥·보성 등지로 번져 나갔으며, 전남 일대와 전북·경남 등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대구 10월, 제주4·3과 더불어 해방직후 3대 격동사의 하나인 여순사건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여순사건과 성격이 유사한 제주4·3은 특별법이 제정돼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의 큰 걸음을 하고 있다. 추모위령제와 위령공원은 물론 4·3평화재단 운영과 법개정을 통해 현재도 추가조사를 하고 있다. 물론 여수·순천도 1998년부터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끊임없이 특별법 제정운동을 추진하면서 매년 합동위령제와 학술연구 및 자체적인 피학살 실태조사를 지속적으로 해 오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해방직후 3대 격동사의 진실규명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으로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운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
여순사건을 계기로 제정된 국가보안법, 그에 따른 공안기관의 수많은 빨갱이 간첩을 양산한 정치공안조작사건, 군대의 사회적 정치적 영향력이 강화돼 결국에는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지는 30년 군부독재의 토대가 된 여순사건, 민간인학살을 군사작전의 전과로 발판삼은 100만 한국전쟁 민간인학살의 시작과 서곡이 된 여순사건, 따라서 이러한 중대한 인권침해와 인권유린의 원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도 여순사건 특별법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신 공안정국의 사슬을 끊고, 우리 한국사회의 정치지형을 바꿔야 한다. 그래야 한국사회의 희망이 보인다. 이것은 살아 남은자의 책무요 역사적 사명이며, 여순사건 특별법을 반드시 제정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는 여순사건 시기, 국가권력에 의해 불법적으로 자행된 민간인학살과 폭력에 대해 진실화해위원회의 권고대로 국민과 유족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19대 국회에 상정된 ‘여수·순천10·19사건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
또한 여순사건에 대한 왜곡된 역사인식을 바로잡기 위해서도, 우선 지역에서부터 경남 창원의 ‘창원시6·25전쟁민간인희생자위령사업지원에관한조례’와 같이 2014년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전남도지사 및 관계 시·군 자치단체장 후보들이 모르쇠로 뒷짐만 지지 말고 자기 주민들의 문제로 인식해 여순사건 조례 제정 등 추모사업을 공약과 정책으로 앞장서서 수행해야 한다.
유족들은 이제 어느 새 80세 이상의 고령으로 하루가 다르게 운명을 달리하고 있다. 그들의 운명과 함께 역사도 실종될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에 모든 수단을 동원해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을 적극적으로 전개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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