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호남의 민족정신, 이제 찬미가를 부르자 광주매일신문 집중제안 한국학호남진흥원 설립하자 <4>호남정신 선양 가장 어질고 절의지키는 고장 자부감 간직 인문정신문화 창조적 계승 진흥기관 필수

2013년 11월 18일(월) 00:00

장성군 북이면에 위치한 오산창의사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장성현 남문에 의병청을 세우고 오천 김경수 선생을 맹주로 하여금 의병과 군량을 모집해 3차례나 의병활동을 펼쳤던 선열들을 추모하기 위해 1794년에 창건된 사우다. 대원군의 전국적인 서원철폐로 1868년 문을 닫았으나 1934년에 다시 세워져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작은 사진은 남문창의비로 전남 유형문화재 제120호로 지정돼 있다./광주매일신문 DB

이제는 ‘호남’을 자랑스럽게 여기자. 조선후기 정조(正祖)는 호남지역을 일컬어 ‘가장 어질고 절의를 지키는 충성스러운 고장’이란 뜻에서 ‘최명현절의지향(最名賢節義之鄕)’이라고 했다.

삼국으로 나눠져 있을 때야 각기 자기 나라를 지키기 위해 삼국(고구려, 백제, 신라)간 혈전이 치열했으나 고려가 통일 국가를 세운 뒤부터 전라도의 복절사의(服節死義) 정신은 오늘까지 계속 이어져 생활문화로 정착됐다.

특히 우리 지역은 시량염선(柴糧?鮮·백성들이 생계를 유지하는데 기본요소 즉, 땔감, 곡식, 소금, 생선 등을 일컬음)이 풍부해 사람이 살기에 최적지였다.

고려시대 이후 조선 말기까지 국가의 조세는 대부분 농산물로 충당했는데 농산물이 풍부한 곡창지대인 호남에 그 절반 이상을 감당토록 하여 호남의 위상은 대단했다.

남문창의비

◇호남이 없었던들 이 나라가 있겠나=‘호남의 빛’은 나라가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더욱 찬란하게 나타났다. 예컨대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다른 지역 사람들은 왜구와 같이 변복하고 그의 앞잡이가 되어 노략질을 일삼으며 잇속 챙기는데 혈안이 됐으나 우리 호남지역에서는 모든 주민이 대동단결, 각자 능력에 따라 왜적 방어에 총력을 다했다. 그 결과 왜구의 표적이 되어 5년 후 정유재란이 일어났고 그 정유재란은 호남 정복을 위한 전쟁이었던 것이다.

‘장성남문창의소’ 설립 운영 내용을 살펴보면 지금 다시 생각해도 감격하지 않을 수 없다. ‘장성남문창의소’는 임진왜란이 일어난 그 해 1592년 7월 18일에 설립됐다.

의병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장정들은 의군, 관군 또는 수군에 들어가 참전했고, 참전할 수 없는 노약자들은 의곡을 납부하거나 혹은 갹출해 피란중인 조정(정부), 혹은 전주분조 또는 각 지역 의병(경상도 포함) 부대에 공급하는 역할을 계속했다. 왜구가 물러간 1597년 9월10일에야 종료됐으니, 자발적으로 이와 같은 거룩한 일을 한 고장 또는 백성은 세계 역사상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참으로 가상하고 위대한 사실이다.

이순신의 ‘난중일기’에는 장군이 친구인 현덕승에게 보낸 편지에 ‘호남국가지보장, 약무호남시무국가’(湖南國家之保障, 若無湖南 是無國家·호남이 오늘날 우리나라를 지켜주고 있다. 만약 호남이 없었던들 이 나라가 있겠는가?)라는 구절이 있다.

◇글로벌 문화중심도시로 비약 준비=우리 호남지역을 명료하게 표현한 객관적 관찰이다. 달빛 아래서 강강술래로 손 잡고 목청 높여 왜군의 사기를 꺾었던 전라도 아낙네의 민족혼을 생각해 보면 장군의 호남 예찬도 이해가 된다. 호국정신으로 무장한 전라도 의병들은 광주목사 권율장군을 따라 상경해 10:1의 전투를 빈약한 무기로서 승리로 이끈 행주대첩의 주인공이 됐다.

요컨대 우리 지역은 분명, 인권·민주·정의·평화를 지향하고 실천하는 고장이다. 왕조 치하에서는 외국의 침략이 있으면 의병을 일으켜 목숨을 초개처럼 바쳐서 나라 방어에 전력을 다했다.

나라를 빼앗긴 일제치하(1929년 11월 3일 광주학생독립 운동)에서는 학생들이 앞장서서 식민지배 척결을 외치며 국권 회복 투쟁에 목숨을 아끼지 않았다. 광복 후에는 인권수호와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정의와 민주주의를 옹골차게 부르짖고 국가민주발전의 동력이 됐다.

1960년 3·15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전국 최초 시위가 광주에서 일어났고, 1972년 유신 반대 ‘함성지’ 주장이나 ‘교육지표’ 선언 역시 광주에서 최초로 제기한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1980년 5·18 민주화 운동 등 우리 호남의 거룩한 정신사는 백번 찬미가를 불러도 부족함이 있다고 할 것이다.

특히 1980년의 10일 동안, 치안 부재공백상태에서도 은행 등 금융기관은 물론 공공기관의 금고 등이 모두 안전했고, 사생활 침해사건 등 현행법 위반사범이 전무했던 사실은 광주시민 아니고서는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장한 행동이었다.

그러므로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뛰어 넘어 글로벌 문화중심도시로 비약하는데 있어 호남의 위대한 정신문화를 세계 각국에 수출해도 될 만큼 자랑스러운 사실들이다.

◇지도자는 물론 시민들도 함께 나서라 =자랑스러운 민족전통, 빛나는 호남정신에 대해서 우리 호남인으로부터 스스로 배우고 자존감을 가져야겠다.

전라도에 대한 비난 섞인 낭설들을 속수무책으로 방관하다가 우리 호남인조차 상실감에 마취돼서는 부끄러운 일이다.

‘자연과 인간이 모두 아름다운 고장, 호남’의 긍지는 물론, 민족정신의 맥박을 되살려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계승토록 하기 위해 호남의 지도자는 물론 뜻있는 시민들도 함께 호남학 진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 고장의 정신문화를 체계적으로 연구·정리해 창조적으로 발전시키려면,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운영되는 ‘한국학 호남진흥원 혹은 한국 민족학진흥원’과 같은 정신문화 진흥기관을 조속히 설립해야 한다.

서명원㈔한국학호남진흥원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