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신당’과 호남정치의 미래

박상원 정치부장(편집부국장)

2013년 12월 03일(화) 00:00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지난달 28일 독자세력화를 공식화했다. 사실상 신당 창당을 선언한 셈이다. 구체적인 신당 창당 로드맵은 밝히지 않았지만 내년 6·4지방선거에도 책임 있게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혀 정치권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특히 안철수 의원의 세력 확장에 지지율이 높은 광주·전남, 전북 등 호남지역은 정계개편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안철수 신당’이 민주당의 텃밭으로 오랫동안 일당독점을 해 온 호남지역에서 민주당의 아성을 깨뜨리는 ‘태풍의 눈’이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권의 회오리 바람을 몰고 올 ‘안철수 신당’의 파괴력은 어느 정도 일까? 최근의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그 결과가 6·4지방선거 때 실제 투표로 이어질지 미지수지만 파급력은 예상보다 클 전망이다. 지난달 25-28일 여론전문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전국의 19세 이상 남녀 1천208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8%p)에서 ‘안철수 신당’이 창당되면 어느 정당을 지지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새누리당 35%, ‘안철수 신당’ 26%, 민주당 11%, 통합진보당 1%, 의견유보 27%로 나타났다.

‘안철수 신당’ 지지층을 기존 정당 지지성향에 따라 분석하면 민주당 지지자의 37%가 ‘안철수 신당’으로 이동하며,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파 중 35%가 ‘안철수 신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호남 35%(광주·전남, 전북)을 비롯 모든 지역에서 민주당보다 높은 지지를 보였다. 대전·세종·충청 29%, 인천·경기 26%, 대구·경북 25%, 부산·울산·경남 24%, 서울 22%를 기록했다. 또 지난달 26일 한국사회조사연구소가 발표한 설문조사(신뢰수준 95%, 오차범위 ±3.7%p)에서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은 새누리당 37.9%에 이어 27.3%로 2위를 기록했다. 민주당은 12.1%에 그쳤다.

이처럼 창당도 하지 않은 당의 지지율이 제1야당을 2배 이상 앞지르고 있다. 주목되는 현상은 ‘안철수 신당’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인 반면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안철수 의원이 밝힌대로 지금 우리나라의 정치는 극한적 대립만 지속하고 건강하지 못하기 때문인가. 원인은 무엇보다 국민의 삶은 돌보지 않고 정쟁만 일삼는 정치권에 책임이 있다. 대선이 끝난 지 1년이 다 돼가는 데도 극한 대치상황인데 이를 보는 국민들의 피로도는 한계에 와 있다. ‘안철수 신당’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안철수 신당’에 대한 지지는 기성 정치권의 구태에 기인한 반사이익 측면이 크다. 특히 호남의 높은 지지가 현재 민주당의 수권정당으로서 선도적인 의제설정 부족과 야권세력을 통합해 내지 못하는 역할 부재, 구심력을 잃은 호남정치인들의 행태 등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안철수 신당에 대한 기대가 높은 만큼 새 정치에 대한 신뢰와 불안은 여전하다. ‘안철수 신당’이 호남의 대안세력이 되기 위해서는 기존 정치권을 넘어서는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 모호한 정체성을 가진 인사와 분명하지 않은 당의 노선과 가치로는 개혁을 이뤄낼 수 없다.

안철수 의원은 ‘국민과 함께’라는 기치를 내걸고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논의구조, 합리적 의사결정 시스템으로 국민통합의 정치세력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새 정치 실행의 첫 발걸음은 참신성과 대중성을 확보한 인물의 영입이다. 지지가 높은 호남을 중심으로 광역단체장 출마 후보군도 거론되고 있다. ‘안철수 신당’이 정치 개혁에 충실하고 참신하고 경쟁력 있는 인물을 공천한다면 호남의 정치지형은 바뀔 것이다. 민주당도 호남에서 개혁을 통해 경쟁력을 갖춘다면 자연스럽게 두 세력은 경쟁과 협력의 관계로 발전하고 나아가 새로운 통합의 정치세력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호남의 정치는 김대중 대통령 서거이후 구심력을 잃고 급격한 세력 약화 등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일당 독점 체제에서 일부 정치인은 수혜를 받았지만 호남지역은 그만큼 소외되고 차별과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호남 정치인의 지역발전에 대한 통렬한 고민이 필요하다. 지역발전은 물론 전국정치를 주도하려면 호남 정치권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시대정신을 읽고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혁신적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 필요하다. ‘안철수 신당’이 정치개혁의 태풍으로 호남정치의 새 패러다임을 만들지, 아니면 한순간의 미풍에 그칠지 내년 6·4지방선거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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