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환원 실패 광은 매각의 교훈

오성수 경제부장

2014년 01월 07일(화) 00:00

광주은행 매각의 여진이 크다. 우리금융의 민영화 3단계로 진행된 광주은행 우선협상대상자로 JB금융지주(전북은행)가 선정되면서 뒷말이 많다. 전북은행 입장에서 보면 대어를 낚은 것이지만 광주·전남지역민 입장에서는 허탈감이 이만저만 아니다. 정상적인 매각과정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면 착잡한 심정으로 받아들이겠지만 너무 허탈하게 결론이 났기에 후유증이 크다. 이번 매각과정의 교훈은 어설픈 아마추어가 경영권에 집착하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사실 지역민에게 광주은행은 단순히 은행 이상의 의미가 있다. 대기업이 상대적으로 적은 이 지역에서 45주년이 된 광주은행은 대표적인 향토기업이다. 총자산 19조원, 임직원수 1천667명, 점포수 155개에 지난 2012년 기준 당기순익이 1천363억원에 이를 정도로 우량은행으로 자리 잡은 것은 지역민의 절대적인 성원 덕분이다. 지난 1998년과 1999년 광주은행이 증자에 나서자 지역민들이 대거 주식사주기 운동에 참여했지만 경영부실 등으로 완전감자 및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과정에서 휴지조각이 되기도 하는 적지 않은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런 은행이기에 지역민의 애착은 남다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지난해 공적자금위원회가 광주은행 매각에 나서자 광주상공회의소가 지역 상공인연합을 대신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외형상 지역 상공인들이 인수에 나선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광주상공회의소가 구심 역할을 자임하고 상공인들을 끌어 모았다. 광주상공회의소는 지역은 물론 지역 출신 서울 기업인까지 두루 만나면서 참여를 독려했다. 이 과정에서 20여개 기업으로부터 2천억원이 넘은 자본참여를 약정받는 등 나름대로 애쓴 흔적은 있다. 그러나 폐쇄적이고 독단적인 운영에 치우치고 있다는 지적이 당시부터 꾸준하게 제기됐었다. 경제논리보다는 ‘지역은행은 지역에 돌려줘야 한다’는 정서에만 호소한다는 여론도 많았다.

광주시와 전남도 등 자치단체는 물론 지역출신 국회의원들도 지역환원 요구 목소리에 힘을 보태면서 이 같은 분위기는 고조됐다. 그러나 정작 광주상공회의소는 마치 인수를 확신한 듯 이후에 전개될 경영권 확보에만 집착했다. 광주은행 노동조합이 상공인연합과 별개로 입찰전에 뛰어들 정도로 포용력과 리더십도 부족했다. 광은 노조가 400억원대의 출자금을 확보하고도 본 입찰 사흘 전에 입찰을 포기하는 웃지 못할 촌극도 빚어졌다. 광주상의 관계자는 “광주은행을 인수한 이후 광은노조를 비롯, 많은 기관들의 참여(증자참여 등)를 권유할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거저 인수한 후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안일한 판단을 한 것이다.

경남은행 인수전에서 비록 떨어지기는 했지만 경은사랑컨소시엄이 지역민들과 기관들이 똘똘 뭉쳐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래서인지 경은사랑컨소시엄은 입찰 탈락 후에도 다양한 지역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광주상의는 속된 표현으로 ‘꽥’ 소리도 내지 못하고 책임회피에 급급하고 있다.

사과한마디 없고 향후 상황이 바뀌어 지역 자본 참여의 기회가 주어지면 광주시와 전남도 등 자치단체가 나서줄 것을 권유하는 정도다. 물론 염치도 없고 변명도 하지 못할 분위기다. 그러나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고 반면교사로 삼기 위해서는 책임지는 모습이 필요하다. 남의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상처와 후유증이 너무 크다.

지역정서에만 호소할 시기는 지났다. 정치는 물론 경제분야에서는 더 그렇다. 사실 은행의 매각이나 합병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 금융이나 기업은 규모의 경제(Eonomices of Scale)을 통해 성장을 가속한다. 따라서 은행이 합병을 통해 메가뱅크가 되거나 기업이 M&A를 통해 규모를 키우는 것이 대세다. 영원할 것 같은 기업의 흥망(興亡) 주기도 생각보다 짧다. 지난 2012년 코트라(KOTRA)가 발표한 우리나라 상장기업 평균 수명은 20년이었다. 국내 1천대 기업의 평균 수명은 27.2년에 불과하다는 조사도 있다. 기술력이 떨어지거나 변화에 무딘 조직은 살아남지 못한다는 의미다. 기업의 경쟁력은 감정이 아닌 기술력과 자본이다. 광주상공회의소는 이를 간과했다.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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