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리스 오블리제’ 공복의 덕목이다 박연오 사회부장

2014년 01월 21일(화) 00:00

미국 조지아주(州)에서 고소득을 올리던 변호사 풀러(Milliard Fuller)와 그의 아내 린다(Linda)는 어느 날 남은 인생을 주위의 불우이웃을 위해 살기로 결심을 한다. 이 부부는 돈만 벌기보다 재산을 정리하고 모금 운동을 벌여 1년에 집 없는 가장 어려운 사람에게 작은 집을 한 채씩 지어주기로 했다. 그들은 자기 평생에 20채의 집을 지어 돕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그런데 은퇴한 카터 대통령이 이 일에 동참을 하게 되어 미 전역으로 확산되게 된다. 이로 인해 미국의 거의 모든 곳에 ‘사랑의 집짓기 운동’ 지부가 생겨나게 됐는데, 바로 초종파적 비영리 국제NGO인 해비타트(Habitat)이다.

해비타트는 전 세계의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제대로 된 집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모든 사람들이 협력하여 도움이 필요한 가정과 함께 집을 짓고 있으며, 한국에도 많은 지사가 활동 중에 있다.

우리 국민들도 아마 TV매체를 통해 ‘사랑의 집짓기’ 운동을 간접적으로나마 접했을 것이다. 결국 풀러 부부는 지난 15년 동안 2만채, 25년 동안 150만 채의 집을 지어 극빈자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해주었다.

이에 카터 전 대통령이 풀러 씨에게 “대통령에 출마해도 당선될 것이다”고 말하자 풀러 씨는 “애초 집을 지을 때는 내 희생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내 인생의 가장 큰 축복이었다”며 “이 일은 대통령의 일보다 더 보람 있는 일이기에 평생 이 일만 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20채의 헌신이 1990년에 2만 채로 1천배가, 2010년에는 150만 채로 7만5천배로 늘어나는 엄청난 역사를 일으킨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느다’는 속담을 증명한 일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공직자에게 도덕적 의무를 요구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상기케 하는 대목이다. 역으로 생각하면 공직자들에게서 도덕적 양심이나 생활태도를 쉽게 엿볼 수 없었기에 보통사람과 같이 살아 주기를 희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오는 6월 4일은 전국적으로 지방자치단체장 및 자치의원, 교육감을 선출하게 된다. 그런데 선거 때만 되면 입후보자와 유권자 모두 여느 정당, 어느 후보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영국외교관 ‘로이드 브라이드’는 “민주주의만큼 탁월한 지도자를 필요로 하는 정치형태는 없다”고 했다. 그러려면 공직선거 후보자는 반드시 3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도덕성, 전문성, 봉사정신이 바로 그것이다.

전자의 두 가지 요건이 지도자로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자질과 능력이라면, ‘해비타트’와 같은 봉사정신은 그러한 자질과 능력을 빛나게 하는 열정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정당과 후보자는 먼저 ‘우리당의 후보자는 나 자신은 위와 같은 요건에 합당한지’를 자문해 봐야 할 것이다. 유권자 또한 ‘한 나라의 정치수준은 유권자의 의식수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는 말의 의미를 새겨보는 자세가 요구된다.

대의제 민주주의가 오늘날 문명사회의 보편적 상식이며 이 체제에서는 국민이 직접투표를 통해 고위공직자를 뽑기 때문에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정치인들에 대한 비난과 매도에 있어선 남녀노소, 빈부귀천, 이념적 편차에 관계없이 이구동성이지만 자신의 투표에 대한 반성적 고찰은 드물다.

특히 오는 6·4지방선거는 ‘안철수 신당’의 출현으로 야권연대의 가능성이 잠재하면서 더욱 혼란이 예상되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입후보자와 유권자는 후보자가 갖춰야할 3가지 요건을 철저하게 살펴야 한다. 공직자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서고, 국민이 바로 설수 있기 때문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지켜지지 않고 행운이나 기대하는 모럴해저드가 만연되면 나라마저 결딴나고 만다.

모쪼록 이번 6·4지방선거는 후보자와 유권자 모두가 공직자가 지녀야할 덕목을 스스로 판단하여 선택해야 한다. 톨스토이는 ‘손바닥이 두터운 사람만이 빵을 먹을 권리를 갖는다’고 했다. 올바른 신념이 있는 입후보자, 유권자라면 행운의 열매를 훔치려고 하면 안 되며, 행복의 나무를 심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