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룡이 없는 호남의 지방선거 주필·이사 nam48@kjdaily.com

2014년 02월 26일(수) 19:20

중앙 방송을 보면 이번 6·4지방선거는 서울특별시장만 뽑는 것 같다. 뉴스가 서울시장 선거에만 집중돼 있다. 서울시장 선거는 차기 대선을 넘보는 잠룡의 사전선거로 인식이 되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은 대통령직에 도전하려는 큰 꿈을 갖고 있는 정치인에게는 좋은 기회다. 광역 단위의 행정 경험을 쌓음과 동시에 부족한 인지도를 채워주는 효과를 얻게 된다. 지방선거를 통해 검증된 광역자치단체장은 차기 대선에 도전할 수 있는 잠룡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올해 6·4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서울시장 선거는 민주당의 박원순 현 시장과 새누리당의 정몽준 의원·김황식 전 총리 등의 격돌이 점쳐지고 있다. 승자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함께 차기 대선주자로 손 꼽히게 된다는 점 때문에 대구사람이나 부산사람이나 광주사람이나 자기 지역 시장·도지사 선거보다 서울시장 선거에 관심이 높다.

그러나 민선 이후 광주시장이나 전남도지사 자리가 대권을 꿈꿀 수 있는 자리라고 정치권이나 지역민들의 입에 오르내린 적이 있었던가. 전직 광주시장이나 전남도지사가 그만한 인물이 없어서일까.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지역 정치권과 지역민이 큰 인물을 제대로 키우지 않았거나, 미리 인물의 싹을 잘라버리지는 않았는지 자문해본다.

대통령 자리를 놓고 특정 지역을 거론하고 싶진 않지만 벌써 다음 대통령도 영남권에서 나올 것이란 예측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호남 출신은 아예 거론되는 사람이 없고 준비하는 사람도 없다. 정부수립 이후,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경상도에서 태어난 전-현직 대통령은 7명이나 된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변기의 대통령이었던 최규하 전 대통령을 빼면 비경상도는 김대중 전 대통령 한 명 뿐이다. 그런데 차기 대선에도 영남세력만 꿈틀거린다. 여권에서 김무성 의원-김문수 경기지사, 야권에서 문재인 의원, 안철수 의원,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 등 모두 영남 출신이다.

여권은 그렇다치더라도 야권까지 호남 주자가 없는 것은 정말 절망적이다. 한때 정치1번지를 지칭하며 강한 야성으로 대한민국 정치를 주도하던 호남정치는 이대로 무너지는 것인가. 2017년 12월에 있게 되는 차기 대통령 선거전의 전초전이라는 6·4 지방선거를 그 발판으로 하기 위해 영남출신 김문수, 김무성 등이 벌써부터 움직이는 양상이고, 문재인, 안철수 의원,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 등도 그 전초를 다지는 동안 호남에는 어떤 인물이 잠룡을 자처하며 암중모색하고 있는가.

차기 대권 얘기하면 호남지역엔 이미 패배적 기운마저 감돈다. 인물이 키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북 순창출신인 정동영 전 대통령 후보가 차기 대선에 뜻을 두고 있는지 모르지만, 충청북도 음성 출신인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여·야로부터 차기 대선주자로 차출될 인물 중 한명으로 부상되고 있을 정도인데, 광주와 전남의 정치세력은 여전히 정치의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광역 기초단체장마저 신당에 뺏길까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광주·전남 정치가 왜 이렇게 초라해졌나. 왜 이렇게 인물을 키우지 못했나. 어떤 분 얘기처럼 정치직업군으로 전락한 민주당 지역정치인들의 책임이 가장 크고, 큰 인물을 키우지 않은 지역 내 나쁜 정서도 한 몫을 했다. 인물을 뒷받침할 수 없는 지역의 척박한 경제현실도 그 원인이고,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큰 꿈을 꾸지 않은 것도 이유다.

잘 알다시피 집권자는 의례히 조기 레임덕 방지를 위해 대권후보를 관리하기 시작한다. 후보 끼리 경쟁을 시킨다. 또는 권력을 이용, 견제하기도 한다. 이런 거대한 정치권력 파워 게임 속에 호남인물이 없다는 것은 호남의 소외가 계속될 것이란 점을 예측하게 한다.

해서, 부탁컨데, 이번 광주시장과 전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큰 비젼을 갖기 바란다. 집안 살림만 하겠다고 나서지 말고 서울시장 출마자처럼 광주·전남을 통해 대한민국을 바꿔보겠다고 선언이라도 해보라. 유권자도 광주시장 전남도지사 후보 중 대권주자로 키워야 할 인물이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길 바란다.

광주시장이나 전남도지사 선거가 지역 발전을 견인하고, 나아가 국가 발전을 도모할 대망(大望)을 꾸는 인물들이 서로 치열한 다툼을 벌이는 장이 된다면 그 판은 더 커지고, 경쟁률이 더 높아질 것은 자명하다. 근·현대를 거치면서 광주·전남은 걸출한 인물을 많이 배출해 왔고, 앞으로 지역이 키워야 할 인물은 분명히 있다고 확신한다. /주필·이사 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