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미학 문/화/난/장 이 현 아동문학가

2014년 03월 06일(목) 20:17

“늘어지게 쉬어 봤으면!”

누구의 꿈일까요? 큰 몸에 비해 가느다란 다리로 허덕허덕 살고 있는 황새엄마의 꿈이랍니다. 물속에서 살고 있는 뱀장어 가족의 꿈은 에베레스트 산을 오르는 거고요. 일 년이나 되는 세월을 물속에서 지내다 성충이 되면서 짧을 생을 마감해야 하는 하루살이의 꿈은 딱 하루만 더 살았으면! 이랍니다. 우물도 꿈이 있답니다. 한곳에 가만히 있어야 하는 우물의 꿈은 바닷물이랑 손을 잡고 싶답니다. 뚝뚝 떨어져 혼자 서 있어 외로운 허수아비의 꿈은 모두 함께 사이좋고 놀고 싶은 거고요. 태양도 눈이 부시는 걸까요? 태양도 멋진 선글라스를 쓰고 싶답니다. 그럼 하루 종일 서 있는 굴뚝의 꿈은 뭘까요? 음……, 뭘까요? 한 번만이라도 편안히 누워 잠을 자는 거랍니다.



얼마 전에 만난 그림책 ‘무슨 꿈이든 괜찮아’에 나온 꿈들을 보며 자꾸만 웃음이 났다. 깊고 깊은 산속에 있는 아기 우물이 바닷물이랑 손잡고 싶다는 꿈에 엄마 우물은 뭐라고 했을까? 한 번만 누워 잠을 자고 싶다는 아기 굴뚝의 말에 엄마 굴뚝은 또 뭐라고 했을까? 자꾸만 궁금한 만큼이나 걱정도 되었다. 소리소리 지르던 아이들의 음성이 들리는 것 같았다.



“꿈이 뭐니?” “꿈이요? 그딴 거 없어요!”

“그럼, 하고 싶은 건 뭐야?” “몰라요! 엄마가 말해주겠죠.”



얼마 전에 만난 아이들의 입에서도 똑 같은 말들이 튀어 나왔다.

더 이상 물어 보지도 말라는 표정 앞에선 눈앞이 깜깜, 막막해질 뿐이었다.

유치원생 보다는 초등학생이 초등학생보다는 중 고등학생이, 중 고등학생보다는 대학생들이. 나이를 먹은 만큼이나 꿈도 희망도 사라져버리는 것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얼마나 많은 꿈들이 싹을 틔우기도 전에 싹뚝싹뚝, 잘라져나갔을까! 이 시대를 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울 뿐이다. 물론, 아이들의 작은 꿈들을 소중히 여기며 함께 키워가는 부모들도 많지만 말이다.



그래서 꿈은, 한 방울의 물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마시고 있는 한 컵의 물도 한 그릇의 물도 한 방울 또 한 방울의 물들이 모이고 모여 이루어진 것처럼 꿈의 시작은 아주 작은 일상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행복과 긍정의 1초들이 모이고 모여 또 다른 행복이 오는 것처럼, 꿈의 시작은 누구의 생각과 뜻이 아닌 각자의 생각과 행동들을 서로 믿어주고 지켜봐주는 긍정의 힘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조금은 답답하고 황당해 보이는 꿈들이라 할지라도 꿈꾸는 자에게는 반드시 이루고 싶은 간절한 소망임을 알았으면 좋겠다. 꿈의 형태 또한 틀림이 아닌 다름이기에.



그렇다면, 지금의 내 꿈은?

잠자고 싶은 것 꾹 참고 문화난장의 글을 다 썼으니 나에게 웃어주기, 함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