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된 영호남’…山行은 또다른 세상을 向한 인연의 길 키우리산악회 영호남 합동산행 거창 현성산 영원한 우정으로 감싸고 추억으로 녹여낸 화합 한마당 일상의 소소함을 뒤로 희망을 키워주는 힐빙이 저절로

2014년 03월 11일(화) 19:47

현성산에서 바라 본 금원산 전경.

힐빙<힐링+웰빙>

지난 8일 이른 아침. 광주 비엔날레주차장에 도착해 여유도 없이 서둘러 버스에 올랐다. 버스 안은 43명 정원이 꽉 차 만석이다.

이날은 1년에 한번인 영호남 합동산행인지라 회원들의 관심이 더 많은 듯 했다. 일행을 태운 버스가 출발한 직후 일부 회원들이 준비해온 커피와 호박죽이 건네졌다. 차내에는 향기가 퍼지면서 서둘렀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두 시간여를 달린 버스가 오전 10시쯤 목적지 거창군 원천면 금원산 관리사무소주차장에 도착하니 벌써 도착한 대구우리산악회 회원들이 반갑게 맞아줬다.

일행은 간단한 스트레칭을 끝낸 후 주차장에서 A코스와 B코스로 나눠 출발했다.

박광식 동강대 교수

A코스는 영·호남 합쳐 20여명에 그쳤다. A코스를 선택해 산 정상을 향해 오르고 또 오르는데 가끔씩 바위가 나타나고 경사가 심해 오르기가 쉽지 않다. 정상에 올라 인증사진을 찍었다.

현성산은 1천300m 대인 기백산이나 금원산보다 훨씬 낮지만 바위로 산전체가 철갑을 두른 듯했다. 지재미골에 내려서면 문바위가 마치 큰 함선처럼 골짜기 한 가운데 버티고 있고 가섭사위로 보이는 암릉은 위압적이다.

게다가 정상은 돔형의 바위로 이루고 있다. 정상에서는 기백산에서 금원산으로 이어진 장쾌한 능선이 눈앞에 조망되고 금원산-현성산으로 이어진 능선 뒤로는 덕유산과 백두대간이 보였다. 일행은 정상에서 연화봉으로 향했다.

산행중에 “솔직히 산을 오를 때 험한 구간을 올라야 등산이지, 편하게 산을 오르려면 동네 뒷산을 올라가야 할 것 아닌가” 라는 말을 했는데,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어디서 시끄러운 사람 소리가 들린다. 앞을 보니 B조 회원들이 등산로가 아닌 길을 숲을 헤치며 줄을 지어 올라오고 있다. “웬일이냐”고 물었더니 안내를 잘못해서 엉뚱한 길로 접어들어 이렇게 되었단다. 정말 웃음이 나왔지만 피로에 지친 그들의 기색을 보니 말문이 막혔다. 말하자면 중간에 A코스, B코스가 무너진 것이다. B코스를 맡은 우리 회원이 정상 등산로를 안내하지 못한 것으로 추측되었다. 그러나 이 소동도 잠시, 결과적으로 이 실수 덕택에 모두가 한 장소에 모여 함께 산행을 함으로써 기억될 만한 추억의 산행을 경험하게 되었다. 피로는 싹 가시고 모두들 추억의 산행이라고 했다.

금원산 북쪽 골짜기 큰 바위굴에 새겨진 가섭사지삼존마애불. 가섭사지 뒤의 돌계단을 오르면 바위굴이 있고 안쪽 남향 바위에 삼존불이 새겨져있다.

연화봉을 지나 하산하는 등산로인데 누군가 앞에서 막는다. 막다른 위험한 길이니 돌아서 샛길로 내려가자는 것이다. 그래 대부분은 샛길을 취해 내려갔다. 나뭇잎이 푹푹 쌓여있는 미끄러운 길을 지나 좀 편편한 장소에서 도시락을 꺼내놓고 점심을 먹었다. 모두가 배낭에서 밥과 반찬을 내려놓으며 먹으니 사람의 정이 한껏 느껴진다.

여기에 더해 식사 중에 한 잔씩 따라준 보드카의 독한 술맛과 진도 홍주의 맛은 밥맛을 더 북돋운다. 배낭을 챙겨 내려가다가 마지막에 가섭사지마애삼존불상이 있는 바위에 들렀다. 암벽에 가운데 부처 양쪽에 보살상이 새겨졌는데 정말 예술이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든 회원이 무사히 산행을 마쳐 다행이다. 오후 3시쯤 되었을까 내려다보니 주차장이 보인다.

주차장 주위에는 이미 영·호남 회원들이 뒤풀이 행사를 위해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영·호남 화합의 마당인 것 같다. 모두가 테이블에 앉아 뒤풀이를 기다린다. 등반팀장을 만나 등반대장과 함께 위험한 등산로로 내려오면서 힘들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생각보다 힘든 코스가 아니었다”고 한다. 역시 그랬구나!

우리나라 단일바위로는 가장 크다는 문바위. 신라시대 고찰이었던 가섭사의 입구에 있다해 ‘가섭암’이라고도한다.

대구와 광주 집행부의 정감어린 소개와 인사말이 끝나자 80명 이상의 영·호남 회원들이 막걸리와 홍어, 돼지고기와 김치를 마주하고 신나는 파티를 벌였다. 대구에서는 돼지고기를, 광주에서는 김치와 홍어를 준비했다고 하는데, 맘껏 먹고 마시면서 가족적인 분위를 연출하다 보니 영·호남의 지역적인 거리감은 느낄 수가 없었다. 소위 진정한 화합의 장이 아니었을까? 식탁을 다 치우고 삥 둘러서서 한 사람씩 석별의 악수를 나누니 뭉클한 감정이 느껴진다.

돌아오는 도중 버스 안의 분위기는 너무 즐거웠다. 아마 교통경찰이 보았다면 단속에 걸렸겠지만, 너무나 적나라하게 즐기는 분위기는 압권이었다. 만담을 하고 술을 따르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분위기는 정이 넘치는 문화를 그대로 대변하는 것 같았다. 물론, 산악회장, 총무의 화합을 위한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갈 때 휴게소에서 휴대폰을 분실한 회원도 미리 전화연락한 덕택에 돌아오는 휴게소에서 그것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녀는 즐거워서 노래를 두 곡씩이나 불렀다. 버스 안에서 산악회총무의 교양이 철철 넘치는 듯한 사회진행과 산악회장의 리드, 회원들끼리의 친밀한 대화와 개그맨 수준의 농담, 거기다가 제각각 갈고닦은 노래실력을 한껏 뽐내는 모습들은 키우리만이 만들 수 있는 한 가족 같은 문화라고 생각한다.

산행중에 만난 겨우살이.

도착 직전 총무는 “키산에만 오면 왜 이렇게 행복할까”라는 멘트를 선물했다. 그렇다. 사람은 행복을 추구하고 행복은 바로 가까이 있는 것이 아닐까?

힘들고 각박하게 돌아가는 이 세상에서 키우리회원들끼리 산행 중에 고생하면서 오붓하게 느끼는 독특한 이 정취는 자신을 치유하는 피로회복제이며 앞으로도 간직돼야 하는 좋은 습관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광주키우리산악회와 대구우리산악회의 합동산행에 앞서 회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글=박광식 (동강대 교수)

/사진=나 인 (키우리산악회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