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자연에서 배우는 ‘앎’에 이르는 길, 그 모든 것이 찰나인것을… 광주전남수미산산악회와 떠난 충북 영동 민주지산 |
| 2014년 03월 25일(화) 19: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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八不偈와 生處放敎熟 熟處放敎生
팔불계 생처방교숙 숙처방교생
不生亦不滅 不常亦不斷 (불생역불멸 불상역불단)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으며, 항상하지도 않고 단멸하지도 않으며,
不一亦不異 不來亦不去(불이역불이 불래역불거)
동일하지도 아니하고 다르지도 않으며,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는다.
용수(AD 150-250)의 中觀論 초품에 나오는 중도사상을 표방하는 팔불게(八不偈)이다. 이는 바로 공사상(空思想)을 천명한 것으로 생멸(生滅)· 단상(斷常)·일이(一異)·내거(來去) 등의 여덟 글자가 부정적으로 표시된 것이며 이 팔불(八不)에 의해 도출된 사상이 곧 ‘팔부중도(八不中道)’이다. 연기(緣起)하여 생(生)한 일체의 모든 법은 생하지도 멸하지도 않으며, 상주하지도 않고 단멸하지도 않는 것으로서 어떠한 자성(自性)이 있지 않은 공(空)임을 표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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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수가 주장한 공(空)은 단순히 모든 것을 부정하는 허무주의도 아니고, 도피와 체념에 사로잡힌 회의주의도 아니며, 결코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음을 뜻하는 무(無)도 아니다. 그는 어디까지나 연기(緣起)를 전제로 하고 있다. 곧 연기(緣起)하여 생겨나는 일체의 법은 고유한 본성 즉 자성(自性)이 없으며, 고정적인 자성이 없으므로 공(空)하다고 설한 것이다.
“연기(緣起)를 보는 者 여래(如來)를 본다”라는 가르침이 있다. 이는 삶의 매 순간에서 연기작용을 보라는 가르침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이를 닦아가는 연기법 수행은 자기 정화의 과정이므로 삶의 매 순간마다 미망(迷妄)과 업습(業習)을 닦아 나가는 수행이다. 인간은 엄청난 지식을 품고 있지만, 딱히 진실한 앎은 단 하나도 있지 않다. 모두가 주관적으로 판단하고, 들어서 알고, 추론해서 알고, 사유하는 것들 뿐이다. 즉, 각자의 근기에 따라 기존의 관념체계에 의지해서 아는 것이다.
연기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연기법을 안다고 하지만, 붇다와 같이 연기법에 대한 완전한 지혜의 통각(統覺)을 얻기 위해서는 삶의 매 순간들마다 연기법을 화두로 머리에 이고 살아야만 한다. 과거에는 저리저리 앎이 생기는가 하더니 오늘은 이리저리 앎이 생기는 것이 연기법이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수행의 과정은 연기법을 보다 철저히 알기 위한 수행이어야 한다. 존재론적 경계에 몰릴 때마다 자신을 회광반조(廻光返照)하여 연기법의 실상(實相)을 자신에게 세워야 하는 수행인 것이다. 그러기에 연기법 수행은 근기적 측면에서 점오점수(漸悟漸修,)적 성격이 강함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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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처방교숙 숙처방교생(生處放敎熟 熟處放敎生)
“생소한 것은 친숙하게 하고, 친숙한 것은 생소한 것이 되게 하는게 수행이다.”라는 대혜종고 선사(1089-1163)의 말씀이다.
여기에서 생소한 것은 우리가 본래부처임을 자각하지 못하는 것이고, 익숙한 것은 우리는 본래중생일 뿐으로 잘못 알고 있음이다. 존재의 실상이 무상, 무아의 본래부처임에는 너무나 생소해 하며, 일체존재가 범부중생이라는 관념으로 오랜 세월동안 길들여져 익숙해져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혜종고 선사는 본래면목, 진여, 자성 등의 말씀으로 미혹한 중생들을 일깨우시고자 선(禪)수행을 강조하신 것이며 그 방편으로 화두선(話頭禪)을 창안하셨다.
작금의 불자들은 붇다를 수행으로 인한 정각자나 완성자로서의 과정보다는 깨달은 구도자로써 그 위신력만을 믿고 모시며 대하는 것을 흔치않게 볼 수 있다. 즉, 지혜의 완성자로서가 아니라 신묘한 불성을 얻은 득도의 위신력으로 붇다를 받드는 것이다. 자신도 붇다임을 모르는 무지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음이다. 자고로 수행이란 붇다가 되기 위한 수행이 아니라 본래 붇다로서 길을 가기 위하여 그동안의 습식에서 벗어나 진정한 닦음의 길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진정한 수행의 길은 삶의 모든 경계에 부딪히며 자기 정화를 하는 것이니 사바세계 일상사가 수행의 대상이요, 도처가 수행처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의 중생을 구제하는 수행은 자신의 수행이 곧 중생 구제의 수행이고 자신을 비롯한 중생의 구제가 곧 부처로써의 올바른 길이 아닐까 생각된다. 더불어 세간사의 인과를 여실히 살펴 자비심을 증장시켜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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붇다의 중도사상에서는 자신의 주장만이 옳다고 내세우는 것을 상견(常見)이라 한다. 또 타인의 주장을 틀렸다고만 하는 것을 단견(斷見)이라 한다. 자신의 존재만 인정하고 상대의 존재는 인정하지 않는 존재방식이다. 그러나 상대성의 우주에서는 어떠한 주장도 결정적으로 옳고 그른 것이 있을 수가 없다. 상대적 인과(因果) 영역의 세계, 즉 행복과 불행조차도 상대적 비교이다. 재물을 많이 가지고 호화롭게 살아온 사람이 가난해지면 이를 견딜 수 없어 심지어 자살까지도 한다. 그러나 굶는 것을 밥 먹듯이 해본 사람에게 가난은 좀 불편한 현상이며 극복의 대상으로 한줌의 밥은 생존 그 자체이며 행복이다. 행복이 그리 거창한 것처럼 보이고 말할지라도 실은 행복은 아주 겸손한 것이다. 금은보화와도 바꾸지 않는 최고의 가치가 바로 주먹밥 한 덩어리일 수 있는 것이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인간의 인과율은 자신이 근거하는 세계관과 가치관에 근거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러한 세계관이나 가치관은 어느 누구도 타인과 동일하지 않다. 이 동일하지 않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상견이며, 단견이다. 그리고 붇다를 신비하고 미신적이며 소소영령한 본성의 도에 계합한 분으로 보거나 만들면 안된다. 이는 붇다를 위신력이나 탐하는 신앙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붇다는 바르게 깨달으신 정각자로써 존재와 우주의 실상을 간파하신 분이다. 또한 붇다는 완성자이기도 하다. 즉 지혜의 완성자라는 뜻이다. 연기법의 지혜를 통각하여 완전하게 깨치신 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여래도 버리고 떠나야 할 때가 온다.
천지간에 눈이 내려 산야를 뒤덮어도 골짜기 마다 인연따라 제각각 내리지만 대자연은 불평이 없다. 불평이 없기에 그 혜택을 받으며 모두 살아간다. 더불어 공존하는 삶은 아름답고 그 과보는 행복에 이른다. 이기적인 삶은 순간의 행복을 쟁취할 수는 있어도 지속적인 행복을 추구할 수 없기에 괴롭다. 더 오를 수 있지만 멈출 줄 알고, 더 빨리 오를 줄 알지만 빠르고 느림의 양변을 버린 중도의 허허로움을 즐길 줄 알고, 위험을 맞이하여서도 공포에 질리지 않은 여여함이 지혜로움으로 승화되니 대자연은 어느 새 또 다른 나의 과거였고 미래의 모습이다. 매순간마다 마음거울에 맺힌 이미지는 기억으로 저장되어 삶이 끝나는 순간까지 존재와 함께 한다.
존재의 이미지가 저장될때 함께 저장될 갈애와 집착의 삼독심을 알아차림하여 그 구속으로부터 자유롭고 평화롭고 행복해질 수 있는 수행을 일상에서 실천해 가는 산행명상 덕분에 눈덮힌 민주지산을 휘감고 돌았던 6시간30분도 찰나였다.
광주시 서구 치평동 산1번지 불교회관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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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수미산산악회 산악대장·광주여자대학교 평생교육원 명상 전담교수·경제학박사, 마인드케어 지도사 허 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