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 그리는 화가, 김근태 문화난장 |
| 2014년 04월 10일(목) 19: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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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장애인을 화폭에 담아온 작가가 있다. 그것도 20년씩이나. 작가는 예술인이기에 앞서 생활인이기도 하다. 장애인을 소재로 한 그림을 누가 사겠는가. 그래서 오랜 시간 생활고를 겪어야 했다. 그런데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장애인만을 줄기차게 그려왔다. 마치 신의 계시를 받은 사도처럼. 한번은 물었다. 왜 장애인만을 그리냐고. 그들의 순수한 모습에 빠져서라며 배시시 웃었다.
목포에서 활동 중인 화가 김근태씨의 이야기다. 그의 장애인 그림은 이미 여러 차례 전시회를 통해 알려졌다. 장애인들의 티끌없는 순수함을 담아낸 그림은 세속에 물든 일반인들의 가슴에 잔잔한 감동을 남겼다. 이제 그의 그림이 바다 건너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초대를 받았다. 2015년 12월 세계장애인의 날을 기념해 유엔본부 갤러리 전시회에 선보이게 된 것이다. ‘들꽃처럼 별들처럼’이란 타이틀 아래 수 십년 지속적으로 장애인을 그려온 그의 이력을 인정받아서다.
그를 좋아하는 몇몇이 뭉쳤다. 유엔본부에서까지 그를 초대하는 판에 이대로 말 수는 없어서다. 서둘러 후원회를 꾸리고 유엔본부 초대전에 앞서 광주에서 선을 보이자는 제안 아래 광주전시회를 열게 된 것이다. 정동채 전 문광부장관이 후원회장을 자처하고 나섰다. 그리고 뜻있는 인사들이 후원회에 이름을 내걸고 그의 전시를 돕고 있다. 전시는 17일부터 23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에서다.
김근태는 그 자신이 장애인이기도 하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경험과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한쪽 눈이 실명되고 한쪽 귀가 들리지 않는 장애를 입었다. 그는 안락한 삶 대신 지적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기 위해 묵묵히 작업에 임해왔다. 지적 장애인에 대한 그의 사랑은 깊고도 넓다. 1994년 목포 앞 바다 작은 섬 고하도의 공생 재활원에서 지적장애인들을 만난 이후 줄곧 그들과 함께 하며 그들의 모습을 붓질해오고 있다. 그는 지적장애인들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이라 생각하고 있다. 얼마나 아름다운 생각인가.
김근태 화가의 이번 광주전시는 실로 상징적인 의미를 띈다. 광주는 민주·인권·평화도시이며 동시에 아시아문화중심도시다. 여러 분야의 인권이 있겠으나 그 중 장애인의 인권은 매우 중요하다. 아니, 결코 빼놓을 수 없다. 문화도시 광주에서 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은 그 의미가 크다. 이번 전시회가 장애인의 문화예술활동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는 계기가 될 것임이 틀림없다. 그렇게 되어야 한다.
필자는 체육진흥과장으로 근무할 때 전국 최초로 장애인종합체육센터와 장애인탁구 시청팀을 만들었다. 장애인들이 좋아하는 걸 보면서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 모른다. 장애인들이 스포츠 활동에 이어 이제 문화예술활동으로 보폭을 넓혀야 할 시점이다. 그게 문화도시 광주가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가 장애인과 문화예술을 잇는 가교역할을 담당하리라 기대한다.
활동에 많은 걸림돌이 있었던 장애인들에게 이번 전시회가 문화예술 활동의 디딤돌이 되었으면 한다. 장애인의 인권을 우선시 하는 인권도시 광주를 빛내는 일이기도 하다. 전시회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