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도 슬로푸드가 필요하다 박윤모 (광주시립극단 예술감독) |
| 2014년 04월 29일(화) 19: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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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3년 개관한 대전예술의전당은 지역문화예술회관 가운데 성공한 사례로 최근 주목받고 있다.
개관 10년만이다. 시 산하 공공예술기관으로 개방형 직위제, 시즌 프로그래밍 방식을 운영하면서 벤치마킹의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시즌 프로그래밍이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전 공연을 일괄 고지함으로써 관객들이 관심 있는 공연관람을 미리 설계하고, 관람할 상품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선진화된 방식이다.
1960년대 미국에서는 예술의 팽창과 더불어 이미 시즌제가 도입돼 보편화되면서 이를 토대로 관객개발이 안착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의 LG아트센터가 대표적으로 운영해왔고, 최근 국립극장이 시즌제를 도입하고 있다.
대관공연 위주로 운영되는 지역문화예술회관에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시즌제이다. 문화예술계의 트렌드를 리드해나갈 수 있는 기획력과 예술에 대한 철학, 리더십이 필요한 작업이다.
대전의 시립예술단에서도 시즌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후원회 결성, 정기회원의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대전시립교향악단의 경우 정기회원을 1천명이나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대전예술의전당과 시립예술단(교향악단, 무용단, 합창단,청소년합창단)은 분리돼 각각 독립된 단체로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의 시립단체가 문화예술회관 산하 단체로 운영되고 있는 방식과 다르다. ‘따로 또 같이’를 아주 잘 활용하고 있는 듯하다.
공연 초대권 발행이 0장이라는 것도 새겨볼 부분이다. 지역에서는 초대권 없이 객석을 채우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결국 초대권 남발은 공연문화발전에 결국 악순환을 불러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정당한 관람료를 지급하고 평등하게 향유하는 것, 이것이 수준 높은 공연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야기만 들어도 솔직히 무척 부럽다.
이는 대전의 경제적·문화적 수준이 높아서일 것이라며 애써 스스로를 위로할 것인가? 자문해본다. 시립예술단에 몸담고 있는 만큼 초초함이 앞선다.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기본으로 가보자. 예술기관의 목적은 예술의 진흥, 시민의 문화향유와 문화복지, 문화교육에 있다. 예술은 짧은 시간에 관계 맺기가 어렵다. 오랜 시간의 노력과 두드림이 필요하다. ‘공연예술은 단기간에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게 되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이고 반복적인 경험을 통하여 일정한 기호가 형성되어야 비로소 소비가 가능해지는 경험재라 했다.(임상오,문화경제학 만나기, 2001)’ 단기간의 성과를 재촉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관객과의 관계 맺기 시도는 첫째, 관객의 기호를 만들기 위해서는 예술에 대한 인터러뱅(Interrobang) 훈련이 필요하다. 관객의 입장에서 무엇이든 물음표를 던지고, 그 물음표를 해결하는 느낌표를 찾는 노력이다. 당장의 관객동원만을 꾀한다면 일회성에 그치고 만다.
둘째, 관객 중심의 시스템이 필요하다. 벤치마킹을 통해 한 두개의 시스템을 바꾼다고 해서 성과를 기대한다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셋째, 장기적 안목으로 믿고 지켜봐주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한편의 공연작품이 올랐을 때 관객숫자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불러일으킨 활력, 지역민들의 정서적 공감, 문화적 자긍심 또한 헤아릴 수 있는 마인드를 말한다.
패스트푸드로 관객의 입맛을 채우기 보다는 오랜 정성과 노력으로 만들어낸 슬로푸드가 이제 문화에서도 필요하다. 바로 지금이 문화백년대계가 필요한 때가 아닐까.
/박윤모 (광주시립극단 예술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