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맑은 山의 사람들…무욕의 삶을 보고, 듣고, 품다 화가 박종석의 히말라야 그림여행 <17> 산간오지 마을 아스콜리!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며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아낌없는 배려’… 잊지못할 아름다운 동행

2014년 05월 07일(수) 19:21

박종석 作‘포터의 휴식’

2011년 6월7일 이슬라마바드 도시 새벽은 이슬람교 코란의 기도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울리는 시각으로부터 시작하는 것 같다.

이번은 3번째 파키스탄의 방문이다. 세계 3대 장수촌 훈자와 텍슬라 박물관 외 라호르 박물관의 부처 고행상을 보기 위해 2번을 방문하였지만 이번은 8000m 14좌급 5봉우리를 가까이에서 보고 스케치하는 행운을 얻은 특별한 여정이라 할 수 있다.

박종석 作 ‘하늘로 가는 길’

이슬라마바드 시내의 폭이 넓은 도로와 가로수가 인상적이다. 그러나 외곽 지대의 흙 담으로 둘러싼 빈민가의 촌락은 소박함을 넘어서 생존의 최저 환경으로 빈익빈(貧益貧)의 현장이다. 국가정책으로도 한계를 느끼는 삶터인 낮의 온도는 40도가 넘어 더욱 나른한 오후다. 무더위로 도심의 거리가 한산하지만 밤 시간에 시민들의 활동이 활발해진다.

석양 넘어 인파가 넘치는 중심가 식당가에는 서민들이 좌판에 물건을 파는데 풍선을 파는 꼬마가 담배를 피우고 있는 우리에게 담뱃불로 풍선이 터질 염려가 있다며 주위를 준다. 직업의식에 대한 자기 상품을 아끼는 마음이다. 우리가 ‘미안하다’고 사과하니 그 꼬마도 해맑게 웃는다. 바로 빈민촌에서 사는 서민의 일원으로 생계의 일부분을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모습이다. 적은 수입으로도 만족하는 그들은 불행에 그늘이 없다. 참으로 신기 할 뿐이다.

정부의 원정 허가를 받기위해 일주일을 머무르다 13일 만에 파키스탄 서북부 스카르두를 거쳐 카라반 출발 지점인 해발고도는 3,000m인 아스콜리 산간마을에 도착하니 양옆으로 설산을 등진 마지막 촌락이다.

사막의 황량함과 가난에 짓눌린 동네 사람들 중 노인들은 실명으로 앞을 보지 못하고 치아가 다 빠진 불구자가 많았다. 위생시설 및 병원도 학교도 없는 산간 마을에는 산을 찾는 원정대의 짐을 지는 것이 유일한 수입원이지만 동네 젊은이들이 모두 포터로 선정 될 수 없다.

나는 유행에 지난 선글라스를 50여개를 가지고 갔는데 동네 노인들에게 나누어 주고 가가호호 방문하여 그들의 삶을 관찰하고 몇 사람만 원정대 약품으로 처방한다. 티베트계 주민들로 생활문화는 우리의 과거 전통과 닮은 점이 많았으나 삶은 원시적 주거 환경으로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아마도 중앙정부의 복지 정책은 이곳 산간오지까지는 영향이 미치지 못한 현실로 주민들의 삶에 질이 나아지길 기대하기는 어려운 변방이었다. 외국원정대도 이곳에서는 돈을 쓸 여건이 전무하다. 지리적 환경으로 문화적 혜택이 없는 그들의 삶은 대안이 없는 안쓰러움만 남는다.

전문 산악인들도 열악한 환경에 두 번은 다시 가고 싶지 않다는 발토로빙하는 이곳 아스콜리 마을을 지나야한다. K2와 브로드피크, 가셔브론 Ⅰ,Ⅱ 봉우리가 있는 곳까지 가려면 사막과 빙하를 지나 8일 만에 도착 한다. 이번 원정대의 식량 및 장비는 54명의 포터들이 짐을 지고 간단한 모포와 밀가루, 밀크, 소금, 그리고 식기 2개 정도면 그들의 숙식이 해결된다. 롯지가 없어 대원들은 텐트생활로, 포터들은 모래바닥이나 자갈바닥에서 밤을 넘긴다. 날씬한 체구에도 강인하고 과묵한 그들은 철저하게 외부인 손님에게 순종과 친절을 베푼다. 25일간을 함께 생활하여 나를 도와준 요리사와 젊은 포터 2명 친구들은 헤어질 때까지 형제처럼 보살펴줬는데 그들과의 동행은 평생 잊을 수 기억으로 남는다.

원주민들의 축제.

왜 산에 가는가?
여행은 첫 걸음 나서기가 제일 어렵다

자본주의에서 우선시 되는 성공을 위한 경쟁 심리, 생존의 치열한 싸움터에서 안주하면 도태 된다는 심리적 불안감과 기계적인 구조의 각박한 틀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의 습성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굴레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것이 보편적이다. 따라서 관념에서 벗어남과 그 무엇인가 내려놓기가 중요하다. 특히 히말라야 산행은 편리함을 버리고 불편함을 여유롭게 즐겨야 한다. 설산 행보를 하면서 느낀 점은 행복은 물질의 충족과 편리함에서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는 것이다.
척박한 자연과 환경에서 가난하게 사는 히말라야 사람들은 인간적이면서 나눔을 쉽게 실천한다. 그 곳에 동식물들, 풀 한 포기에서 생명의 경외감을 느낄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히말라야 산맥 품안에 사는 사람들은 북풍한설을 이겨내고 만리장강을 흐르는 잎사귀 한 개와 같은 고독의 생활을 이기고 생존하면서도 성자들처럼 마음의 여유가 있다.
그곳 사람들은 신성(神性)을 쉽게 느낄 수 있는 자연 안에서 수행자처럼 무상(無常)함을 깨닫고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높은 산의 등정이 최대의 목표인 산악인들은 그들 만에 또 다른 처절한 영광과 좌절의 감회를 느끼겠지만 걷는 과정의 여러 가지 일들과 순백의 설산에 위용을 보며 습성화된 허례허식을 버릴 수 있는 거대한 학습장과 같기에 욕망을 벗기 위해 험한 산에 가는 이유라 할 것이다. 나는 몇 차례 힘겨운 고산 걷기 여행에서 약간이나마 알아차림이 있었다.

순수한 미소가 아름다운 꼬마 천사들과 함께.

작가 노트

그 동안 탐독했던 산서山書들 가운데 작가 박범신의 ‘비우니 향기롭다’와 그레그 모텐슨의 ‘세 잔의 차’를 읽고 현실에서 물질적으로 충족되지 못한 불편한 환경에서 순응한 대부분의 히말라야 사람들의 영혼은 천진한 어린아이들처럼 발토로 빙하를 삶터로 삼고 사는 사람들 또한 잣대의 눈금이나 저울질이 없는 지혜와 사랑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었다. 2011년 발토로 빙하와 사막의 척박한 땅, 걷기 공부는 성자와 같은 친구들 때문에 나 또한 어린아이로 돌아간 듯…. 참으로 행복했던 여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