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장하게 솟구친 巖峰마다 南道의 올곧은 기상을 품고 키우리산악회와 함께 떠난 강진 덕룡산

2014년 05월 13일(화) 19:19

창끝처럼 뾰족하고 험한 암봉이 이어지며 산을 오르는 내내 강진만과 해남앞바다를 볼 수 있는 것도 이 산을 오르는 색다른 묘미다.

“자식을 돈으로 바꾸것소! 금으로 바꾸것소! 금으로도 바꿀 수 없고 돈으로도 바꿀수 없는 세상에서 젤 귀한 자식을 물속에다 묻어분 부모마음을 누가 알아 주것소~.”

먼 산을 바라보며 한 서린 모습으로 눈물짓던 가슴먹먹한 할머니의 모습을 뒤로하고 오랜만에 산행에 나섰다.

지난 10일, 오후에 촛불집회도 해야하고 분노하는 시민들의 마음을 한데 모아야하는 무거운 부담감도 애써 감추고 오랜만에 키우리 산행을 따라 나섰다. 하필 총무가 결석한 관계로 산행진행까지 해야하는 쑥스러움과 오랜만에 얼굴을 내미는 어색함을 친절함과 다정한 인사로 맞아주는 키우리 가족의 반김속에 41명이 이른 아침 강진 덕룡산으로 출발했다. 수년 전에 주작산과 덕룡산을 한번 다녀온 경험이 있는지라 지레 걱정이 앞선다. 그때는 3월 초쯤으로 기억되는데 험한 바위암벽과 눈이 덜 녹아 매우 위험하게 서커스 하듯 넘나들었던 기억이 났다. 그러나 산행은 눈이 게으르다는 말처럼 발길은 이미 덕룡산입구를 오르고 있었다.

동봉에 오른 회원들.

원래 덕룡산은 주작산과 더불어 강진의 대표적인 관문으로 봉황이 날개를 활짝 펼치고 있는 형상이다. 풍수지리학상으로 이런 명당의 혈과 기를 품고 있는 산세 때문에 강진인물이 바위처럼 많이 배출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험하지만 기가 충만한 산이다.

작고하신 선친께서 이곳을 지나시면서 산을 평하시는 말씀 중에 솟아있는 바위가 붓끝처럼 뾰족하게 솟아있는 기상이 서린 산세가 인물들이 많이 배출되는 곳이라던 말씀이 기억나는 산이다.

덕룡산은 485m 높이에 비해 산세는 1,000m 산에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로 힘들고 험한 산이며 웅장하다. 창끝처럼 뾰족하고 험한 암봉이 이어지며 진달래 군락이 많은 산이다. 산을 오르는 내내 강진만과 해남앞바다를 볼 수 있는 것도 이 산을 오르는 묘미이다.

웅장하면서도 창끝처럼 날카롭게 솟구친 암봉의 연속, 말잔등 처럼 매끄럽게 뻗는 초원능선 등, 능선이 표출할 수 있는 아름다움과 힘의 진수를 보여주는 산이다. 암릉지대에 진달래 군락이 있는 동봉과 서봉이 쌍봉을 이루고 있는데 서봉이 덕룡산 주봉이다.

덕룡산은 485m 높이에 비해 산세가 험해 난코스의 연속이다.

칼처럼 솟은 암봉들의 연속으로 만덕산에서 시작 된 돌 병풍이 덕룡산과 주작산을 거쳐 두륜산, 달마산을 지나 송지 해수욕장이 있는 땅끝까지 이른다.

등반 코스는 주차장에서 내려 소석문을 거쳐 동문-서봉-갈림길(무덤-425봉-475봉-작천소령-마을주차장에 이르는 대략 8㎞에 이르는 5시간 코스이다.

등반 입구 시작부터 빡세게 시작되는 60도 이상의 각도로 올라치는 발걸음이 무겁고 날숨들이 거칠다. 발이 무겁고 숨이 차오르는 첫 봉우리를 올라서니 끝없이 이어지는 암벽봉우리들이 동행하는 등산객들을 압도한다. 첫 번째 봉우리, 두번째 봉우리….

나중에는 헤아릴 힘도 없이 봉우리를 셀 기력도 소진하여 관성적으로 앞사람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산행대장의 점심을 먹고 출발하자는 지시에 짐을 풀고 옹기종기 모여앉아 점심을 먹기로 한다.

키우리의 전통인 서로 챙겨주고 나누는 아름다운 모습들이 참으로 행복하고 세월호의 분노를 잠시나마 잊게 해준다.

점심을 먹고 한 봉우리를 넘어가니 ‘용혈’ 이라는 안내판이 호기심을 끈다.

용이 있던 굴이라~ 동행하는 대원들이 지나면서 이 굴은 틀림없이 빨치산들이 은거했었던 동굴이라며 나에게 동의를 구하는 소리를 귓전으로 들으며 나는 분명 용과 같은 전설이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용혈을 찾아 더듬었다. 용혈은 한문으로 표기하면 ‘용혈(龍穴)’이다. 원래 용혈은 입구에 2개, 천장에 1개의 구멍이 뚫려 있다고 한다. 유래하는 이야기로는 이 동굴에는 3마리의 용이 살고 있었는데 이 3개의 혈은 이곳에 살던 세 마리의 용이 승천 할 때 생긴 것이라고 한다. 굴속에는 맑은 물이 고여 있어 세 개의 구멍과 함께 신비경을 이루었다고 하나 지금은 물이 없다.

산행을 하면서 유배의 한을 달래며 넘나들었을 다산선생의 심정을 헤아려 본다. 당시에 유배자들에게는 역적이라는 누명으로 지금 이 시대는 ‘빨갱이’ ‘좌파’ ‘친북주의자’라는 이름으로 매도하는 이 한심한 시국의 현실이 예나 지금이나 우국지사들의 설움과 회한은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아 가슴이 답답해진다. 최근에는 그것도 모자라 호남사람들을 모조리 ‘좌파’ ‘홍어’라는 말로 비하하면서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이 한심한 현실이 분노를 넘어 말문을 막히게 한다.

잠시 생각을 접고 이제는 봉우리 수를 세는 것도 잊어버린 채 걷다보니 어느덧 현저하게 솟아있는 봉우리가 나타난다. 서봉이다. 서봉을 지나 내려오니 얼마 전에 산불이 났는지 정상부분이 불에 탄 흔적이 있다. 바로 한달 전 쯤에 산불이 났었다고 한다. 삼거리에서 숨을 고르니 하산길이다.

계속 암릉만 걷다가 평탄한 흙을 밟아보니 흙길이 반갑다. 40여분정도를 내려오니 산기슭을 깎아서 새집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여기에도 여느곳과 마찬가지로 ‘행복마을’이라는 이름으로 산을 훼손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인간의 안락과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소중하고 아름다운 산을 훼손하는 개발공사가 이루어지는 모습들은 어느 시골을 가나 쉽게볼 수 있는 모습들이다. 제발 자연 그대로 즐기고 보존하는 방법은 없는지 아쉬운 생각이 든다. 마을을 거쳐 아름답고 행복한 사람들과 동행하는 즐거운 산행을 마무리하고 덕룡산의 아름다움과 웅장함을 기억하며 다른 모습으로 키우리 산행의 역사를 더하는 귀하고 의미있는 산행이었다.

정영일

정영일 (동강대 사회복지사업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