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의 상처, 공연 예술로 탄생하다 문/화/난/장 |
| 2014년 05월 15일(목) 19: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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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월이다. 푸르른 신록에도 맘껏 가슴 설레지 못하고 들쑥날쑥하는 4월의 변덕스러움을 딛고 솟아나는 대지의 부드러움도 만끽하지 못하는, 이 숙연함은 다름아닌, 오월에 뿌리를 둔 것이다. 오월은 이렇듯 우리에게 언제나 무거움으로 다가든다. 그리고 가슴에 심어진 부채의식을 건드린다. 세월호 참사의 뒤 끝에 맞는 올해의 5월은 그 숙연함이 더하다.
우리에게 오월은 결코 과거가 아니다. 언제나 지속되고 상존하는 광주의 맨살이며 나아가 광주의 올곧은 정신이다. 이 맨살을 우리가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그래서 갖가지 문화예술작품으로 토해내며 광주시민들과의 만남을 나누고 있다. ‘오월음악회’를 비롯해 광주문화재단의 5월상설공연 ‘애꾸눈 광대’ 그리고 뮤지컬 ‘빛골아리랑’이 그것들이다.
광주문화재단과 광주국제교류센터가 지난 해 야심차게 표준영어가사 번역을 감행했던 ‘임을 위한 행진곡’이 지난 11일 빛고을시민문화관 ‘오월음악회’에서 발표됐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광주의 오월을 대표하는 곡이자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를 상징하는 노래로 널리 알려져 있다. 비단 광주와 대한민국만의 노래에 그치지 않고 영문, 중문, 각국 현지 언어로 번역돼 불려져 왔다. 홍콩, 중국, 대만, 태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권 일대의 각종 노동현장과 시위 등에서 심심찮게 불려졌다. 이미 영어로 번역이 된바 있으나 표준영어가사가 아닌데다 곡과 어우러지지 않은 번역이라서 노래로 부르기에 적절하지 않았었다. 광주에서 명성높은 성악가들이 출연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비롯해 각국의 민중가요를 선보여 광주5·18민주화운동 세계화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14일 빛고을아트스페이스 소극장에서 공연된 광주문화재단의 오월 상설공연 ‘애꾸눈 광대’도 오월이면 어김없이 우리들에게 찾아와 그날의 기억을 새록새록 일깨워준다. 5·18부상자동지회 초대회장을 지낸 이지현씨가 자신의 삶을 녹여 무대화한 자전적 1인극이다. 80년 5월 계엄군에 의해 한쪽 눈을 실명했고 이후 산자로서의 부채의식을 짊어진 채 진상규명과 민주화를 위해 열심히 투쟁을 벌였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관람객들의 가슴이 울컥해진다. 이 공연은 오는 10월까지 매월 둘째, 넷째 수요일에 상설공연되며 공주, 창원, 제주 순회공연을 예정하고 있다.
오는 23-25일 광주문화예술회관에서 지난 해에 이어 앙코르 공연될 ‘빛골 아리랑’도 광주의 5월을 정면으로 다룬 뮤지컬이다. 6·25전쟁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 굴곡진 현대사를 배경으로 완성도높은 무대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월은 이제 광주만의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기틀을 다졌으며 세계 인류애적 정신과 가치를 끌어올린 혁명적인 행보였음이 분명하다. 이처럼 고귀한 정신을 알리는 방법으로 문화예술로 형상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연예술로 무대화시키는 오늘의 이 작업은 광주가 일궈낸 훌륭한 정신사적 업적을 전 세계인과 교감하는 일이 아니고 무엇이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