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연극이 광주의 아픔을 희망으로 문/화/난/장 이연 광주시 문화정책실장

2014년 06월 19일(목) 20:18

마지막 장면, 스님이 객석의 허공을 향해 던진 시선을 잊을 수가 없다. 5·18광주민주화의 격랑 속에서 사랑하는 연인과 엇갈리고 그로 인해 딸과도 생이별하며 불가의 길을 택했던 스님의 시선엔 이루 말할 수 없는 격한 감정이 회한과 뒤섞여 꾹꾹 눌려 있었다. 30년 동안 그가 겪었을 아픔과 슬픔이 뚝뚝 묻어났다. 거기엔 광주 오월이 훑고 지나간 서러움과 통탄이 말없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눈빛을 본 순간 필자는 폭포처럼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가 없었다.



지난 주 연극 ‘푸르른 날에’를 관람했다. 모두가 일어나서 기립박수를 보냈다. 필자도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기립박수에 동참했다. 정말 감동의 도가니였다. 이렇듯 가슴 깊숙이 5월이 파고들다니, 이같은 감정은 나만이 아니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포장마차에서 간단히 이뤄졌던 뒷풀이 자리에서 스님역할을 했던 배우를 만났다. 자연스레 마지막 장면을 이야기했다. 그 절절한 눈빛을 잊을 수 없노라고. 그게 가슴에 콕 박혀 눈물을 샘솟게 했다고 고백했다. 아니나 다를까 아무런 액션없이 정지장면으로 서 있는 그 순간에 30년의 회한을 응집시켜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대개는 그 장면을 놓치기 쉬운데 어떻게 보셨나며 자신의 메시지를 정확히 읽어주었다며 좋아라했다.



연극 ‘푸르른 날에’를 보면서 이 작품이 2011년 초연 당시 대한민국 연극상, 작품상, 연출상 등 ‘올해의 연극 베스트3’을 수상했고 이후 4년 연속 5월이면 초연장소였던 서울 드라마센터에서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4년간 공연했던 저력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 이미 이 공연의 명성을 익히 듣고 관람을 희망하던 차에 광주공연 소식이 있자 정말 기뻤던 참이었다. 5월 이야기가 이토록 경쾌하고 발랄하며 유쾌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즉 재미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진중하고 무거운 주제가 전혀 경감됨이 없이 아니, 오히려 더 절절히 전달됐다. 5월정신은 그대로 투영되되 개그코드가 섞여 웃음과 재미가 묻어나는, 연출력이 탁월한 작품이었다.



내년이면 아시아문화전당이 개관된다. 광주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상설공연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퍼득 들었다. 설령 관객이 10명 안팎의 소수가 들더라도 상설공연으로 무대에 올린다면 광주를 찾는 이들에게 광주를 제대로 알게 하는 브릿지 역할을 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수많은 작품들이 5월을 이야기하고 형상화했다. 다들 의미있는 작업들이었다. 그러나 이처럼 광주를 경쾌하게 접근하는 작품은 보기 드물었다. 광주의 아픈 과거를 무겁고 심오하게 아니라 재미있게 풀어냈다. 덕분에 누구나 부담없이 광주의 5월을 생각하게 했다. 더불어 누군가의 가슴에선 광주가 아직도 현재 진행형으로 가슴 아프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보여주었다.



여기저기 다니며 이 연극 보기를 권장했다. 더불어 광주의 5월을 이야기함에 있어 ‘푸르른 날에’를 참조해야 할 것을 강변했다. 부담스럽지 않게 접근해 5월의 정신을 온 누리에 퍼지게 해야 한다는 것을 계속 강조했다. 5월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고 때문에 끈을 놓지 않고 보듬고 가야 한다는 것을 새삼 각인시켜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