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낀’세대의 슬픈 자화상 문/화/난/장 |
| 2014년 07월 03일(목) 19:39 |
|
“용돈이요?”
“그래, 엄마도 용돈 좀 받아보자.”
“엄마 돈 많으시잖아요. 맨날 텔레비전 보시면서 노후 준비도 안 하셨어요? 텔레비전에 자주 나오잖아요. 노후 준비하라고.”
얼마 전에 만난 지인의 말에 마음이 씁쓸해졌다.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아 기르면서 아이들을 대학4학년까지만 보내면 끝이라고 생각했단다. 하지만 요즘 대학은 언어연수에 취업준비다 하여 4년이 아니라 5년에 6년이 넘게 보내도 취업이 되지 않아 마음 조리던 중 겨우 취업이 되어 아이가 주는 용돈 한번 받아보고 싶은 마음에 말 한 번 꺼냈다가 무안해 죽는 줄 알았단다. 부모님 모시는 것도 이제는 걱정이란다. 결혼 후 지금까지 아이들을 키우면서 부모님 용돈에 병원비에 생활비를 감당해 냈지만, 퇴직을 앞두고 보니 만만치가 않단다. 솔직히 말하자면 평균 수명이 이렇게까지 늘어 날 줄을 몰랐단다. 부부가 평생을 직장생활하면서 앞만 보며 열심히 일해 온 만큼 편안하고 안락한 노후가 보장 될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란다. 부모님 부양과 아이들에게만 신경 쓰느라 자신의 노후는 생각할 겨를도 없었는데, 앞으로도 남아있는 부모님 부양에 아이들 결혼, 20년이 될지, 30년이 될지도 모르는 자신들의 미래만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단다.
일명, ‘샌드위치 세대’들의 슬픈 현실이다.
‘샌드위치 세대’는 고령화 추세와 지속적인 출산율 저하로 인해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아 키우는 것과 동시에 부모님들을 모시거나 부양해야 하는 중년세대들을 일컫는 용어로 미국의 사회학자 도로시 밀러에 의해 1981년부터 사용되고 있다.
국제전문조사 기관인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의 조사에 의하면 아시아 국가들의 샌드위치 세대는 전체 인구의 20%정도로 보고 있다. 국가별로는 중국 37%, 홍콩 27%, 싱가포르 26%, 대만 19%, 한국 18%, 일본 6%로 한 두 명의 자녀 양육과 함께 부양해야 할 친부모나 처갓집 부모가 두 명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와 일맥상통한 세대로, 위로는 부모님을 부양하고 아래로는 자녀들을 키우며 살아 온 세대다. 부모로부터 경제적인 지원을 받기 보다는 자수성가 방식으로 앞만 보며 열심히 살아온 세대로 이제는 은퇴를 바라보고 있거나 이미 은퇴한 경우가 많은 세대다. 우리나라 경제 성장과 함께 자라왔으며 효도하는 마지막 세대이며 버림받을 첫 세대로 예상되고 있는 아픈 세대다. 기껏 키워 놓았더니 용돈은 무슨 용돈? 남들 다 하는 노후 준비도 안 해 놓았냐는 핀잔까지 들어야 하는, 자신이 죽으면 화장한 재까지도 스스로 뿌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슬픈 세대다.
“그래도 감사해야겠지? 이젠 아들 용돈은 안 줘도 되니까.”
애써 웃으며 말하는 지인의 모습에 마음이 착찹해졌다. 그동안 내내 부양했던 시 부모님이 돌아가셨고, 이젠 또 치매에 걸리신 친정어머님을 부양해야 할 상황이라는 지인의 말에 어떤 말도 건넬 수 없었다. 어떤 위로도 할 수 없었다. 이젠 제발 자식 사랑에 자식 걱정 보다는 본인을 먼저 사랑하고 걱정하길 진심으로 바라며. 살아 온 내내 부모님을 부양하며 살아 온 만큼, 자식들에게는 절대로 부담을 주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에 모든 게 좋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큰 소리 땅땅치는 것도 좋지만, 그래도 자식에게 손도 좀 내밀어 보길 바라며. 엄마 지금 아프다고, 엄마 지금 힘들다고, 엄마도 사랑받고 싶은 마음 여린 여자라고. 받는 기쁨도 좋지만, 누군가를 위해 챙겨주며 얻어지는 달달한 행복을 알려 주기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