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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관광객 유치 ‘정율성브랜드’로 전기 삼자

이경수
편집국장

2014년 07월 21일(월) 20:25

일주일에 서너차례씩 광주시 동구 불로동 히딩크호텔 앞에서는 이색적인 풍경이 연출된다. 그 좁은 골목길을 따라 관광객들이 몰려와 담장에 둘러싸인 허름한 한옥을 기웃거린다. 더러는 호텔주차장 한 켠에 자리잡은 안내판을 읽어보고 이내 커다란 표지석 앞에 서서 사진을 찍는다. 마침 경쾌하면서도 웅장한 리듬의 음악이 흘러나오면 이에 맞춰 온 몸을 들썩거리며 춤을 추기도 한다.

이들은 모두 중국인들이다. 광주를 찾은 여행객들이 아침 일찍 들른 이 곳은 ‘정율성 생가’다.

전국의 각 지방자치단체가 민선시대 들어 관광객 유치에 총력을 쏟고 있는 상황에서 광주에는 중국인들이 제 발로 찾아오는 명소가 있다. 그동안 생가터를 놓고 동구와 남구가 치열한 각축을 벌이다 불로동으로 최종 결론이 내려지면서 이곳에 중국인들의 발길이 그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곳은 지금 허름하기 짝이 없다. 담장에 둘러싸인 고택은 사람이 살지 않은지 꽤 오래됐다. 인근엔 역시 빈집들이 흉물처럼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도, 광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은 이곳을 반드시 거쳐야 할 여정으로 여기고 있다. 그 이유는 단지 딱 하나, ‘정율성 선생 생가’이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에게 정율성은 ‘영웅’ 그 자체다. 중국 3대 음악가의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한 그는 중국 인구의 40% 이상인 6억여명이 민족주의자, 항일운동가로 추앙하고 있다. 중국 인구 80% 이상인 10억여명이 그의 노래 한곡 이상을 알고 부를 줄 안다. 중국인들은 베토벤이나 모차르트는 몰라도 정율성 선생은 알고 있다.

실제로 그는 중국 공산당의 항일투쟁에 참여해 ‘연안송’, ‘팔로군가’, ‘인민해방군가’ 등을 작곡한 세계적인 음악가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중국을 방문해 천안문 광장 앞에서 시진핑 주석의 영접을 받을 때 울려 퍼졌던 노래가 바로 정율성 선생이 작곡한 ‘인민해방군가’였다. 더욱이 올해는 정율성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생과 음악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그만큼, 중국 현대사에서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광주는 그동안 그를 애써 외면해 왔다. 그가 사상적으로 공산주의자라는 이유 때문에 관심을 쏟지 않은데다, 그의 가치가 부각되자 생가터 문제로 자치구끼리 다투는 양상까지 빚어졌다.

하지만 뒤늦게나마 자세를 고쳐 잡고 있어 다행이다.

광주매일신문을 통해 ‘중국 관광객 광주유치, 정율성브랜드를 활용하자’는 기획보도가 잇따르면서 광주시와 동구 등 행정당국이 방향을 잡고 있다. 새로 광주시를 이끌게 된 윤장현 광주시장은 최근 간부회의 자리에서 “광주출신 중국 혁명음악가 정율성의 브랜드화가 필요하다. TF팀을 꾸려 중국과 관련한 전략을 수립할 것”을 주문했다. 윤 시장이 정율성 브랜드화 등 중국시장 공략을 위한 시책을 민선 6기 핵심 현안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생가가 있는 동구에서는 노희용 청장이 나서서 중국문화원 광주분원 유치 작업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이들 단체장들이 ‘정율성’을 화두로 들고 나서는 이유는 중국 관광객 유치 때문이다. 작년에 우리나라를 찾은 중국인 여행자가 432만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광주와 전남을 찾은 중국인은 전체의 4%선인 16만여 명에 그쳤다. 전국적으로 봤을 때 너무 미미한 수치다.

관광과 관련해서 광주는 올해와 내년에 대전기를 맞는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문을 열고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가 열린다. 이어 2019년에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최되는 등 대규모 국제 이벤트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이같은 호기를 맞아 광주시는 올 초 외국인 관광객 100만명 유치를 위한 ‘광주 관광마케팅 활성화전략 방안마련 연찬회’를 개최해 중국내 10대 거점을 확보하고 일본·미국 등 신규시장 교두보를 확보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이제 정율성의 가치와 의미가 확실해진 이상 광주시는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제주도와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중국관광객의 효율적인 유인을 위해서는 다각적인 관광인프라의 구축과 함께 13억 중국인의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쉬는 정율성 선생의 음악혼을 일깨우는 문화마케팅을 활발히 전개해야 할 시점이다. 광주시와 동구의 활약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