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정노동자 배려’는 인권도시 광주서 오성수 |
| 2014년 07월 28일(월) 20: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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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승무원이나 유통업체 판매사원 등은 늘 웃으면서 고객을 맞이한다. 때로는 손님들의 지나친 요구나 억지 등으로 감정이 북받칠 때도 있지만 대부분 참는데 익숙하다. 스트레스가 쌓여도 정해진 매뉴얼대로 응대한다. 만약 조금이라도 불쾌한 감정이나 모습을 드러내면 ‘불친절하다’는 말이 곧바로 돌아온다. 손님과 트러블이 있으면 원인과 과정을 떠나 대부분 근로자의 책임으로 귀속되곤 한다. 회사에서는 개인의 입장보다는 이미지와 업무에 우선순위를 두기 때문이다. 한국 감정노동자의 한 단면이다. 이들은 다른 직업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신의 감정과 무관하게 친절을 강요당하며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노동을 하고 있다. 최근 들어 다소 개선됐다고 하지만 감정노동자들의 근무형태는 수십 년 동안 여전하다. 근로형태는 노동의 역사와 같이해왔다. 그러나 대부분 간과하고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 4월 국내 대기업 한 임원이 여객기 안에서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여승무원을 폭행한 사건이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감정노동자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됐다.
당시 이 임원의 행실이 알려지면서 전국적으로 큰 반향이 일었다. 해당 임원은 결국 사표를 제출했다. 이로 인해 감정노동자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
이후에도 감정노동자와 관련된 뉴스는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감정노동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데다 이들에 대한 대응 매뉴얼도 취약해 사건이 발생하면 그때그때만 주목을 받는데 그치고 있다. 노동자들의 인권이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다 기초적인 체계도 미약하기 때문이다.
감정노동자 문제에 대해 한국과 달리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체계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유럽은 감정노동이 고용 불안 등과 함께 미래 사회의 10대 심리적 위험 요인 중 하나로 인식해 마련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산업재해 승인 범위를 ‘사고 중심’에서 ‘질병 중심’으로 전환해 기준을 완화하는 추세 등이 대표적이다. 또 유럽연합은 2000년부터 직장에서 받는 직무 스트레스를 차별 행위로 간주하고 위법했을 경우 이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직무 스트레스를 산업재해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1년 감정노동자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노동자와 사업주에게 배포한 바 있지만, 정책 권고나 그 이상의 강제성 있는 대책은 아직 마련되지 않고 있다.
감정노동자에 대한 정확한 통계조차 없다. 취업자 근로환경조사(2011년)와 국민건강영양조사(2009년-2011년)에 자료를 인용해 감정노동 종사 근로자는 약 560만-740만명 가량 된다고 보고 있을 뿐이다. 또 고용노동부는 자료를 인용해 전체 임금 근로자의 31-41% 사이라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인 노동자 대다수가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전국적으로 감정노동자를 배려하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감정노동을 생각하는 기업 및 소비문화조성 전국협의회 주관으로 ‘감정노동자는 존중받아야 할 당신의 가족입니다’라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광주에서도 이와 관련된 협의회가 발족돼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광주협의회는 광주가 인권의 메카인 동시에 유통업·콜센터 직원들이 다른 도시보다 많은 점을 감안, 감정노동자와 관련된 일련의 활동은 상징성이 매우 클 것으로 보고 체계적인 활동에 나섰다.
감정노동자를 위한 캠페인은 기업과 소비자 실천 약속으로 구분해 추진된다. 기업에서는 이들의 인권을 보장하고, 전문성을 인정하며, 적정한 휴게시간과 휴식공간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감정노동자를 위한 소비자들의 행동으로는 ‘역지사지의 마음가짐과 존중하는 언행, 문제제기는 합리적으로 목소리는 부드럽게 하되, 잘못했을 경우는 인정하고 사과한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시민단체와 전문가집단이 머리를 맞대고 나름의 대책을 선보인 것이다.
문제는 실천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결국 현장에서 얼마나 적용되고 실천하느냐가 관건이다. 다행이 이들 대책은 실천에 큰 어려움이 없을 뿐만 아니라 특별한 준비도 필요하지 않아 그야말로 마음먹기에 달렸다. 대대적인 시민운동으로 승화하는 등 사회적인 분위기가 조성될 경우 금방 정착될 수 있다. 사회단체와 기업 및 근로자 관공서 등의 유기적인 관계를 통해 인권도시 광주가 감정노동자를 배려하는 롤 모델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