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 서양천문학이 시작되다 박종철 박사의 별 이야기 (14) 윤도흠 선생과 과학관 kjdaily.com

2014년 08월 12일(화) 20:07

전국에서 천문학을 가르치는 대학은 몇 곳이나 될까? 약 10%이하의 대학에서 천문학을 가르친다.

광주에 천문학이 들어온 것은 언제일까? 1965년 조선대 사범대학에 처음으로 지구과학과가 생기고, 그로부터 10년 후에 전남대에 지구과학과가 생겼다. 이것이 공식적으로 천문학이 광주에 발을 내딛은 첫 사례다.

광주 동명동에 과학관이 들어선 것은 1977년이다. 대학을 다니면서 천문클럽을 조직해 학교수업과는 별개로 천체투영실에서 별자리학습을 했고, 80㎜ 굴절식 망원경으로 천체관측을 했다.

윤도흠 선생은 천체투영관 관리자였다. 그는 동명동 과학관에 설치된 직경 10m 천체투영기(Planetarium)를 조작하는 오퍼레이터였는데, 나는 그를 통해 천문학에 깊이 빠져들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동명동 과학관에서 본 사직공원 팔각정 뒤로 떨어지는 태양의 위대함은 젊은 나에게는 커다란 충격이었다. 우주세계를 압도하는 커다란 빛에 대한 외경심과 그 안에 들어 있는 흑점과 쌀알조직의 신비함을 기억한다. 나는 야간에 모여 월면관측을 하고, 흑백필름을 인화하고, 천체사진전을 열었다. 1980년 5월에는 천체사진전을 기획하고, 전시를 준비했으나, 5·18로 인해 무산됐고, 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사회의 혼돈과 역사의 톱니 속에서 제자리를 잡지 못했다.

1990년대에는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가 만들어졌고, 당시 동구 학운동으로 이전한 과학관은 대형 플라넷타리움과 망원경, 다양한 전시물을 보유해 활발하게 운용됐다. 플라넷타리움은 반원형 천장에 빛을 쏘아, 내부에 앉아 하늘의 별을 관람하는 영상시설이다. 별자리는 물론, 금성의 출몰과 토성의 모습까지도 생생하게 재현해냈다. 우리은하중심(galactic center)인 궁수자리도 볼 수 있다. 우리은하는 태양의 100만배나 되는 질량으로 가득 채워져 있으며, 중심부에서는 활발한 활동으로 제트와 같이 가스를 방출하며 회전한다.

3D영상을 재현해 달 탐사의 경우 마치 우리가 직접 달에 착륙해 탐사활동을 하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플라넷타리움은 원래 독일사람들이 만들었고, ‘칼자이스’라는 명품렌즈를 사용했다. 독일에서는 지금도 100년이 넘은 플라넷타리움이 운용되고 있다. 다시 말하면 할아버지가 청소년시절에 즐겼던 플라넷타리움에서 아버지가 교육을 받았고, 그 손자들이 다시 우주에 대한 호기심을 학습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천문활동을 3대가 함께 할 수 있는 지적(知的) 활동이라고 한다.

이것을 상업적으로 잘 활용한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은 독일의 1/3가격으로 전 세계에 공급했고, 초창기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종도 일본 천체투영기나 망원경이었다.

지난해 말, 광주 첨단지구에 국립광주과학관이 문을 열었다. 대구과학관과 같이 개관됐지만 여느 과학관과는 달리 ‘빛, 예술, 과학’을 주제로 하는 과학관이다. 광주가 빛을 소재로 하는 산업을 주로 추진해 LED부분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적으로 플라넷타리움 산업 등을 소재로 한 망원경 제작이 발달한다면 고흥나로우주센터와 연계해 첨단우주과학의 지적인 우위를 널리 홍보할 수 있는 부가적 소득이 있으리라 여긴다.

얼마 남지 않는 여름방학, 아이들 손을 잡고 과학관에서 노소동락의 시간을 가져보자. 어느 날 우연히 대학병원 로비에서 만난 윤도흠 선생, 30년여의 세월이 압축돼 다가오고, 누구도 비껴갈 수 없는 시간의 흔적이라 할지라도, 광주의 초창기 천문학에 공헌한 윤도흠 선생의 이름은 남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초창기 어려움 속에서 시대를 이끌어온 사람들을 기억해주지 못한다면 광주는 광주가 아니다./이학박사·담양 국제환경천문대장·조선대 지구과학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