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실린 예술에 감동 있다 문/화/난/장 이 현 아동문학가

2014년 08월 14일(목) 20:24

“엄마, 또 울어요? 울지 마요.”

“알았어. 너무 잘하잖아. 너무 너무 잘 만들었잖아.”

“잘한다고 우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전부 다 웃고 있는데, 엄마만 우니까 이상하잖아요.”

아이들과 함께 애니메이션이나 코믹영화를 보러 갔다가 혼이 난 적이 많다. 아이들 말대로 관객들 모두가 신나게 웃고 있는데, 나는 눈물이 나왔다. 무겁거나 교훈적이지 않아 까르르 웃다보면 어느 새 느껴지는 인생철학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애니메이션이나, 코믹영화와는 전혀 무관해 보이던 배우가 코믹연기에 도전해 멋지게 소화해내는 모습에 눈물이 나왔다. 한 치의 어색함도 없이, 아주 먼 옛날부터 코믹연기를 해 왔던 것처럼 느껴지는 그의 모습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남편과 함께 무언극 뮤지컬인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를 관람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관객들 모두 가 신나게 환호하는 순간에도 나는 자꾸만 눈물이 나왔다. 바닥에 짚은 손 하나에 온몸을 지탱해 춤을 추는 플로어워크나 딱딱한 바닥에 머리를 대고 물구나무서서 돌고 도는 헤드스핀 같은 격정적이고도 현란한 비보이들의 모습에 눈물이 나왔다. 그토록 완벽한 동작을 표현해 내기 위해 그들이 쏟았을 시간과 열정과 몸과 마음의 상처들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았다. 음악회나 그림전시관, 드라마나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가슴으로 폭폭 파고드는 작품들을 볼 때마다 흐르는 눈물 때문에 난처할 때가 참 많다. 그 만큼의 몸짓과 선율과 소리와 그림과 문장들을 표현해 내기 위해 온 몸이 다 녹아나도록 수고하고 애썼을 그들의 노고에 목안이 울컥, 눈물이 난다.



얼마 전, 휴일을 이용해 다녀 온 가야금 산조 기념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김죽파 선생님 밑에서 20년 가까이 가야금을 했는데도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음악이 됐다, 안됐다 하며 요동을 치는 거예요. 그래서 다른 악기들을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죠. 선생님도 가야금 외에 판소리, 병창, 무용, 아쟁, 거문고, 이런 것 들을 다 하셨거든요. 가야금 산조 창시자이신 김창조 선생도 가야금, 거문고, 해금, 피리, 단소, 판소리를 다 하셨고요. 그래서 저도 판소리, 철금, 아쟁, 설장구를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가야금 20년에 또 다시 10년을 꼬박 학생처럼 생활했지요. 먹고 자는 시간을 빼고는 하루에 열 몇 시간씩 연습했어요. 아쟁을 배움으로써 가야금이 낼 수 있는 저음인 슬픈 소리를 얻을 수 있었어요. 철금을 하면서는 높고 청아한 소리를 얻었고요. 음악 어법은 판소리를 통해 얻었고요. 그렇게 10년을 하고 나니까 어느 날 가야금이 확 뚫리고 선생님이 원하시던 소리가 자유자재로 나는 거예요.”



故인간문화재 김죽파 탄생 100주년 기념 책에 실려 있는, 죽파선생의 후계자 양승희 무형문화재의 인터뷰기사에도 목안이 울컥, 가슴이 뜨거워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혼(魂)이 가야금 줄에 떨어져야 네 마음이 움직이고 남의 마음도 움직인다.”는 죽파 선생의 가르침이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림책 글 작가를 시작하면서 글에 운율을 살리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시작한 만돌린이 떠올라 웃음도 났다. 시간도 없으면서 만돌린은 또 무슨 만돌린이냐는 말에 조금은 쑥스럽고, 요란을 떤다 할까봐 이런 저런 이유만 대며 아무에게도 고백하지 않았던 글쓰기와 악기의 상관관계에 대한 생각에 힘이 났다. 나 또한, 좀 더 다양한 경험과 체험과 학습을 통해 내 마음을 움직이고 남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는 혼이 실린 작품들이 탄생하기를 간절히 소망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