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타유발자들’

김종민
지역사회부장

2014년 08월 18일(월) 19:38

유치원에 간다고 덩치보다 휠씬 큰 가방을 메고 나선 것이 엊그제 께다. 그런데, 그 아들 놈이 군대를 간다고 난리통(?)이다. 더 가관인 것은 너무도 가고 싶은데, 못 가고 있단다.

어느 날,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자고 나면 터지는 복장이 터지는 뉴스거리 때문일 게다. 제 스스로도 일말의 두려움 같은 것이 있어서 인지도 모를 일이고….

체격이 작은 편이 아니어서 정말 다행이지 싶다. 군에서도 얕잡아 보고 쉬 건들지 않을 테니 말이다. 이왕에 가려면 일찍 다녀오라고 더는 등을 떠밀지 못하고 있다. 부모의 심정이 이런 거구나 새삼 느끼는 즈음이다.

대한민국을 사는 부모 마음은 모두 똑같다. 잘났든 못났든 어느 집 자식이라서 귀하지 않을 수 있을까.

네 살 때인가, 유치원에 보낼 그 때도 불안감이 없지 않았다. 더욱이 맞벌이를 구실로 한살 터울인 동생 손까지 잡아 끌도록 했으니 말이다. 아무튼 집 밖으로만 나가면 늘상 불안감을 던져주는, 앞으로도 더 그럴테고 애물단지 존재다.

군대가 지금 흡사 ‘무간지옥’이나 다름없는 취급을 받고 있다. 집단 폭력이니, 따돌림이니, 성추행이니, 숱한 총격사건에 자살에 이르기까지 모든 악행과 사회 부조리의 축소판 같다. 기가 찰 지경이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도 위안거리를 찾는다면 이렇다. 모든 부대가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 어느 매체의 보도처럼 형과 동생처럼, 또 친구처럼, 그네들 또래의 선진적인 병영문화를 잘 만들어 가는 곳이 더 많을 수 있다. 주위를 둘러보더라도 입대한 아들을 둔 이들도 크게 걱정을 하지 않은 모습이다.

군 체험을 리얼하게 보여준다는 모 TV 프로그램이 인기다. 인기 연예인들이 다수 출연하고 있고, 최근에는 여자 연예인들이 나서 여군 특집 편을 내보내 눈길을 어지간히 끌었다.

그러나 근래의 어수선한 분위기 탓에 병영생활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결국에 폐지 논의까지 오르내리는 상황에 직면했다.

개인적으로도 즐겨보는 프로인데, 아쉬움이 있다. 요즘 군대 너무 많이 달라졌구나, 그래도 군기는 예나 다름없네, 기타 등등의 느낌에 자꾸 끌린 때문이다. 특히 어리바리한 아기 병사가 늠름한 ‘진짜 사나이’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진한 전우애까지 더해져 감동을 더한다.

입대가 금명간 현실이 될 입장에서 당연히 좋은 면만 부각될 수 있고, 자기 합리화로 비춰질 소지가 다분하다. 그래서인지, 누군가는 부정할지 모르지만 언론에서 지나치게 호들갑을 떨어대는 측면도 있다고 본다.

지구상 유일한 분단 국가 대한민국은 주지하다시피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진다. 모든 남자는 성인식과 함께 그 하나의 증표로 군대 계급장을 달아야 한다.

탱크를 앞세운 서슬퍼런 군부독재 시절이 있었다. 정치 체계로나 사회 전반에 민주화가 성숙돼 있고 이제는 가장 폐쇄적일 수 있는 군대도 그 흐름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굳게 닫힌 바리케이트를 내리고 보다 더 소통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당연히 이렇게 돼야만 아들을 둔 부모들의 마음 또한 편안해질 것이다. 윤 일병의 어머니는 눈물로 호소했다. 다시는 같은 일이 절대로 반복돼선 안된다고.

진도 해상에서는 생떼 같은 자식들을 가슴속에 묻은 또 다른 부모들이 있다. 감내할 수 없는 고통과 분노를 목숨 건 단식으로 내보이고 있으니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왜 대한민국의 부모들은 두려워 해야 하고, 무너져야 하는 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모든 비극의 중심에는 리더십의 부재가 자리한다. 한국 영화의 신기원을 연 영화 ‘명량’은 바로 이순신의 리더십에 열광하는 때문이다.

국민 행복을 외치면서도 사고 하나 제때에 수습 못하고 우왕좌왕이다… 애타는 절규에도 특별법 조차 만들어 내지 못하고 지리한 네탓 다툼만 일삼는다… 정권의 눈치를 살피며 진상규명 및 처벌에 뒷짐만 지고 있다….

앞서 지난 2006년 개봉한 영화 ‘구타유발자들’이 있다. 한 마디로 때리고 욕하고 또 때리는 식인데, 우리 시회에 깊이 뿌리내려 일상화된 갖가지 유·무형의 폭력을 대변한다.

무능함을 감추려 미사여구에 능숙한 엘리트를 자처하는 대학교수, 논란이 있으나 소위 김치녀로 비하되는 여대생, 폭력을 연결고리로 상하관계가 나뉘는 마을 청년을 통해서다. 다양한 ‘구타유발적’ 요소의 집합인 것이다.

학교에서부터 군대, 직장 등의 무수한 조직에서, 때로는 합법의 탈을 가장하고 누군가는 갑이 되고 또 을이 되고, 물고 물리는 잔인하고 심각한 폭력이 횡행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도 좋다. 더 이상은 절망의 끝자락에 서지 않도록. 조금만이라도 더 튼튼하게 방책을 세우면 되지 않겠나.

미운 짓만 골라하는 아들 놈을 믿어본다. 그 곳 입대해서 제발 무탈하기를. 하지만, 대한민국의 부모로 산다는 것이 두렵다. 불안하다.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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