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는 어떻게 한때 세계 최고 무역항이 되었을까? 문병채 박사의 신 해양실크로드 해양실크로드의 출발점 ‘천주’ <1> kjdaily.com

2014년 08월 28일(목) 19:27

①천주의 옛 시가지 거리. ②천주에 있는 이슬람사원. ③고려항이 있었던 곳. ④고려승려가 주지로 있었던 절. ⑤옛 천주항 발굴 모습. ⑥신라촌 가족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필자.

천주(취안저우)는 유명한 해양 실크로드의 출발점이자 세계무역항이었다. 동서교역을 위한 거점이었다. 전 세계 많은 상인들이 모두 이 지역에 왔다. 한반도에서도 백제와 신라, 그리고 고려 상인들이 수시로 왔었다.
민속학회 회원과 함께 대만에서 소수민족 답사를 마치고, 타이베이에서 취안저우로 들어갔다. 구름이 빚어놓은 수평선 사이로 물드는 붉은 석양…. 아, 세상의 모든 것을 담고 천년의 세월을 이어온 시가지에는 형언할 수 없는 고적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베일에 가려진 수많은 한반도인이 존재했을 땅, 고대 신라인과 고려인들의 애환이 서린 곳, 험난했을 한반도 상인들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역사는 흘러도 그들의 운명적 삶은 인간의 가슴을 사로잡는다. 경이롭고 가슴 뛰는 삶이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중국 남동해안은 리아스식 해안을 따라 좋은 항구가 많았다. 복건성에 있는 취안저우도 그 중의 하나이고, 항구도시로 발달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었다. 취안저우는 진(晋)강과 낙양(洛陽)강이 천주만으로 흘러 들어가는 하구의 삼각지에 위치해 있었다. 배후는 산을 등지고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두 강에 의해 오래 동안 충적되어 형성된 취안저우 평야는 중국 남동부에서 가장 넓고 비옥했다. 과연 중국 남동부의 최대 농업지대가 될 만했다. 게다가, 해상교역이 점차 활발해 지면서 진강과 낙양강이 배후지역과 바다를 연결하는 수로로 작용했다.

기후 또한 “따뜻한 언덕(溫陵)”으로 불릴 만했다. 겨울에는 춥지 않고 여름에는 덥지 않다. 아열대에 속하나 해양성 기후이기 때문이다. 이 도시를 설명하는 유명한 말이 있는데, “자주 비가 내리고 일 년 내내 꽃이 피며 눈은 결코 오지 않지만 천둥은 가끔 친다”이다. 또한 몬순지역에 속해 있었다. 여름과 가을에는 남동풍이 불고 겨울과 봄에는 북서풍이 분다. 이 바람들이 항해 시에 큰 힘을 줄 수 있었다.


고대 시대에 취안저우는 민월(閩越)로 불리어졌다고 한다. 원주민은 민월족(?越族)이었고, 이 땅의 주인이었다. 이들은 원래 수상생활(물위의 선박집)하는 종족이었다. 배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오랜 역사상 해상활동과 전통을 지녔다. 이들은 “바다와 싸우는데 익숙했고, 배를 타고 항해하는데 능숙했다.”

때마침, 중국 최초의 통일국가 진나라가 멸망할 당시(AD 3세기)에 중원(中原)의 사회적 불안과 함께 진나라 왕실이 남쪽으로 이동해 왔다. 이와 더불어 수많은 한족들이 남쪽으로 이동해 왔다. 그들은 보다 앞선 생산기술을 가지고 왔고, 이는 이곳의 풍부한 항해술과 경험을 가졌던 토착민들과 조화를 이루는 계기가 되었다. 후에 이들은 통합되어 해상무역을 발전시키는 새로운 세력으로 성장했다.

매력과 위험으로 가득 찬 원대하고 유구한 해양실크로드 위에서, 선진기술의 중원문화(中原文化)와 해양문화의 민월문화(?越文化)가 어우러지고 융합되어 매우 특징적인 취안저우 문화가 형성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는 취안저우 사람들로 하여금 사막과 거친 땅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넓은 시야와 관용을 주었다.


서남아시아에서 이슬람제국의 급속한 성장은 육상실크로드에는 장애가 되었으나, 역으로 이슬람 상인들의 해상무역은 무척 활발해졌다. 선각자 마호메트 이후, 이슬람제국이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당나라 이후 ‘육상실크로드’가 전쟁 등으로 약화 되어갔고, ‘해양실크로드’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면서 중국 남부로의 경제적 중심이 이동되어 갔었다.

도둑 및 위험요소가 많은 육상실크로드 보다, 아랍상인들이 적극적으로 해양교역에 나섰고,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을 다녔다. 셈족 후손들은 중국의 ‘화려한 비단’과 ‘멋진 자기’를 매우 좋아했다. 그들은 동쪽으로 원정에 나서 중국에 도달했다. 그들은 동서양의 해상무역을 거의 독점했다. 이와 더불어, 양저우(楊洲), 광저우(廣州), 지아저우(校州, 오늘날 하노이)와 더불어 취안저우(泉州는) 중국 4대 대외 무역항구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9-14세기에 취안저우의 경제 사회적 발전이 새로운 단계로 올라섰는데, 그것은 남부 복건성의 통치자였던 왕센제이와 유능한 관리였던 왕얀빈, 류콩시아오, 첸홍진 등의 노력 덕분이었다.

첫째로, 경작지를 개간했다. 해안과 강변에 둑을 쌓았다. 산과 구릉에 계단식 경작지를 만들었다. 둘째로, 수리시설을 확장했다. 송나라 시대 통계에 의하면 이 시기에 수확량이 급증한 것으로 나와 있다. 셋째로, 영농 다양화가 이루어지고, 재배기술 또한 크게 증진되었다. 이양법과 이모작이 행해지고, 영농기술이 크게 보급되었다. 생산량이 크게 증가하고 해외로 빠르게 팔려나갔다. 끝으로 다종시앙푸(大中祥符) 3년(1010년) 참파(베트남 중부에 있었던 국가)의 쌀이 복건성에 도입되었다. 가뭄에 강한 조생종 쌀이 널리 재배되었다.


취안저우 슈와우(현재의 제지앙과 시추안)의 비단은 항저우의 것에 견줄 만큼 질이 뛰어났다. 또한 다양한 비단제품들이 만들어졌다. 부드러운 질감, 밝은 색, 아름다운 패턴을 갖춘 제품들이 나타났다. 다양한 패턴과 색깔로 염색되어졌다. 수공예 기술이 뛰어났다.

취안저우 수많은 마을에서 질 좋은 수공예 제품이 쏟아져 나왔다. 가내공업이 발달했던 것이다. 베를 짜는 여성들은 일 년 내내 작업을 했다. 겨울에는 면직을 했고 여름에는 대마포를 짰다. 다량의 제품이 시장에서 거래되자, 지역에서 생산된 면이 부족할 형편이었다. 광동성의 하이난섬(海南島) 등에서 많은 양을 가져와야 했다.

또한, 취안저우 도자기는 중국 3대 산지 중의 하나로 불릴 만큼 유명했다.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도자기 굽는 가마가 설치 생산되고 있었다. 데후아현의 가이데가마, 진지앙현의 치자오가마, 통안현의 딩시가마, 그리고 안시현의 구이야오가마와 등이 그 실례다. 이들 제품의 솜씨는 매우 뛰어났고 주요 수출품이 되었다. 해양실크로드는 사실 ‘도자기 길’이라는 말이 있다.

외국 상인들이 물밀 듯 들어왔고 ‘자이툰(Zaitun-취안저우를 가리킴)’은 세계에서 높은 위엄을 향유했다. 마르코폴로와 다른 서구 여행자들은 취안저우를 가리켜 “동양 최대의 항구”라고 말했다.


해양문화는 육지문화와 대비된다. 해양문화의 정수는 인간과 바다의 상호작용과 그 결과를 나타낸다.

사람들은 해양환경에서 생존의 원칙을 지키며, 해양무역 조직체를 만들었다. 그들은 자신만의 해양 문화 전통을 이룩했다. 이들은 비단 바깥 세상에 대해 열린 태도, 이질 문화의 포용, 개척 정신을 가져왔다. 상인들은 집밖에 산책을 다니듯, 해로를 돌아다니며 추장들과 왕들을 마치 고향 동네의 관리를 대하듯 했다. 상인들에게 바다는 편안한 곳이고, 배는 자신들의 생활 터전이었다.

유구한 역사 속에서 이질문화가 충돌과 때로는 융합하면서 해양문화는 더욱 풍부해지고 다채로워졌다. 그리고 중국 동남해안의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마을이었던 ‘천주’라는 작은 고을을 세계 최대 항구가 되게 했다. 취안저우는 세계사에서 보기 드문 드라마틱한 역사와 문화를 갖게 된다.

문병채 (주) 국토정보기술단 단장·전남대 지리교육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