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심 흉물 고가철도가 뉴요커 힐링·사색의 쉼터로 똑똑한 행복도시 스마트 그린 시티를 가다 박상원 기자 swp@kjdaily.com |
| 2014년 09월 15일(월) 20: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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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라인 공원은 공원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한 곳이다. 일정한 공간에 나무와 꽃, 연못, 쉼터 등을 배치한 그런 공원이 아니다. 공중에 떠 있는 공원이다. 머물러 있는 공원이 아닌 이동하는 공원으로 정적이고 휴식을 하는 공간이라는 통념을 깨뜨린다.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느끼는 공원이 아니라 한 발짝 물러나서 도시를 조망하고 유람하는 공원이다. 그 이유는 하이라인이 버려진 고가철도에서 도시를 새롭게 만드는 명물로 탄생했기 때문이다.
◇흉물로 방치된 고가철도가 도시 명물로
하이라인 역사의 시작은 184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뉴욕시내는 말과 마차, 증기차, 사람, 자전거가 뒤엉켜 다니던 혼란스런 곳이었다. 뉴욕시는 화물운송을 위해 철도를 깔았는데 오히려 혼란을 더욱 부채질했다. 특히 열차와 다른 차량이 교차하는 10번가는 많은 부상자와 사망자가 생겨 ‘죽음의 거리’라는 악명을 얻게 됐다.
1929년 뉴욕시는 문제해결을 위해 놀랄만한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땅에서 높이 떠 있는 공중철도를 설치하자는 것. 당시 엄청난 거금인 1억5천만달러(2009년 기준 20억달러, 2조900억원)를 쏟아 붇는 대형 프로젝트 건설공사였다.
1934년 개통된 지상 9m 높이의 공중철도는 화물 운송 목적으로 건물 한가운데를 철도가 통과하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화물열차가 공장이나 창고로 쓰이는 건물 한가운데 멈추면 그 상태로 물건을 밖으로 내리는 구조였다. 시내의 붐비는 교통 정체를 피하면서 화물운송을 편리하게 하는 기발한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철도교통보다 자유자재로 정차하고 더 빠른 운송방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1944년 미국의회는 고속도로망 건설을 계획하고, 1950년대 고속도로를 깔기 시작했다. 화물 트럭운송이 급속히 발전하게 되고 철도운송은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철도 운송이 줄면서 1960년대 뉴욕 고가 철도는 남쪽 절반을 철거한다. 1980년 마지막 운송을 끝내고 운영사인 콘레일(Conrail)은 고가철도를 뉴욕시에 기부한다. 이후 20년간 고가철도는 방치된다.
그동안 고가철도가 사용되지 않으면서 철도 주변의 집은 폐가가 되고 길은 각종 야생식물과 관목이 자라면서 도심의 흉물로 변했다. 폐허가 된 고가철도 주변의 땅을 가진 사람들은 뉴욕시에 철도 철거를 끊임없이 요구했고, 결국 1999년 뉴욕시장인 루디 줄리아니는 철거를 수용했다. 고가 철도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고가철도 인근에 사는 평범한 게이 청년 두 사람, 조수아 데이비드와 로버트 해몬드의 의기투합으로 만들어진 비영리단체인 ‘하이라인의 친구들(Friends of the High Line)’이 만들어지면서 분위기가 바뀐다. 그들은 철도를 보존하면서 공원을 만들어 재활용하자고 홍보했다. 1993년 프랑스 파리에서 선보인 프로머나드 플랑테가 모델이었다. 프로머나드 플랑테는 오랫동안 방치된 화물열차 이동로를 새로 꾸며 도시 산책로로 만든 공중정원이다.
‘하이라인의 친구들’은 줄리아니에 이어 새 시장이 된 블룸버그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는 예술애호가로 보행자를 위한 하이라인의 공공재개발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가 커지자 공원화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는 고가철도를 공원으로 만드는데 5천만 달러(523억원)의 지원도 약속했다. 그는 중요한 후원자가 되었고 2006년 착공식을 거행하면서 하이라인은 공식적으로 재활용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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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라인 공원은 민간단체인 ‘하이라인의 친구들’이 주도해서 만들어졌다. 그들은 폐허가 된 고가철도의 일괄적 공원화를 배제하고, 가능한 철도의 기본 골격을 유지하면서 주변의 건축물 및 허드슨 강변의 전망 등과 어울릴 수 있도록 구역마다 특별한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그들은 뉴욕역사가 담겨있는 고가철도의 역사성을 지키고자 했다. 그 결과 과거 철로 3분의 1을 남긴 공중산책로가 만들어졌고, 정원 의자 보행로 등이 지역에 맞게 배치됐다.
‘하이라인’ 디자인은 공식 공모를 통해 결정됐다. 2004년 공모를 통해 ‘제임스 코너 오브 필드 오퍼레이션즈’ 등이 선정됐다. 디자인 공모에는 52개 팀이 참여했고 심사를 마치는 데만 6개월이 소요됐다. 공모에 당선된 건축·조경 전문가들은 하이라인 공원의 원칙으로 4가지를 제시했는데 Keep it simple, Slow, Quiet, Wild로 단순하게, 천천히, 조용하게, 자연을 감상하는 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2004년 시작때부터 2010년까지 ‘하이라인 프로젝트’를 책임진 ‘제임스 코너 오브 필드 오퍼레이션즈’의 수석 건축가는 한인 황나현(41)씨다. 그는 지난 2011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하이라인의 컨셉은 ‘아그리텍처(agri-tecture : agriculture와 architecture의 합성어)’로 자생하는 자연과 인공의 통합을 일컫는 말로 그 의미는 도시의 과거와 미래, 보존과 개발 등 상반관계로 이해되는 관계들의 공존을 가능케 하는 유연성 있는 사고와 그 실현을 위한 구체적 건축설계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황씨는 2004년부터 2010년까지 하이라인 전 구간(1·2·3구간) 디자인을 주도하고 17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디자인 팀을 총괄 대표하는 역할을 했고, 2007년부터는 프로젝트 전체의 진행을 맡고 설계팀 전체를 대표하는 역할도 병행했다.
자원봉사자 린다 허먼(Linda Herman)씨는 “맨해튼 남서부 끝에 방치된 고가철도를 생태공원으로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며 “도시 재생차원에서 철도를 보존하면서 공원으로 개발해 주변의 자유의 여신상, 허드슨 강, 맨해튼 초고층 스카이라인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6년에 착공된 하이라이 파크 공사는 갠스부르트가에서 34번가까지 3단계로 나눠 시행했는데 첫 번째 구간은 20번가까지 2009년 완공했으며, 30번가까지 2011년 완공했다. 34번가에 이르는 마지막 구간은 올 연말게 완공될 예정으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도시를 살 만한 곳으로 만드는 시스템
뉴욕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된 하이라인 공원. 애물단지이자 도시 흉물에서 도시 명물로 탈바꿈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공원은 도시로부터 탈출구를 의미하지만 하이라인은 도심에서 세상 밖을 내려다보는, 하늘과 바람과 더 가까워지는 공간으로 여유를 느끼며 심신을 힐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하이라인을 보면서 배우는 교훈은 도시를 살만한 곳으로 만들어가는 사회 시스템이다. 공공시설물에 대해 주인의식을 가진 시민들, 피켓 시위를 벌이는 대신 다양한 의견수렴의 기회를 활용하는 시민사회단체, 법규와 전례에 숨지 않고 시민들의 합리적인 제안을 받아들이는 공무원, 정부기금을 내주었다며 생색내기 보다는 관보다 민간이 더 잘할 거라며 운영권을 넘겨주는 정부, 하이라인 공원화를 위해 수많은 전문가를 동원하면서 재능기부를 요구하지 않고 기금을 모아 제값을 주는 문화 등은 우리사회도 한번쯤 깊이 생각해 보게 하는 사례다. 시민들 각자 제몫을 다해 공동체를 더 풍요롭게 만드는 도시 재생 프로젝트의 성공모델로 하이라인 공원은 스마트 도시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박상원 기자 swp@kjdaily.com
박상원 기자 swp@kjdaily.com